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장은진 지음/문학동네 |
“아, 저는 세상에서 이상한 게 제일 좋아요.
거기에는 이유가 없으니까요. 남에게 이해받을 수 없는 것.
그래서 점점 더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것.
세상의 모든 것에 다 이유가 있다면 얼마나 끔찍하겠어요?”
‘수상자 인터뷰’에서 저자 정은진씨가 말했던 바대로 이상한 슬픔과 아름다움을 담은 소설이다. 문체가 간결해서 읽기 편하고 이야기가 어렵지도 않다. 그럼에도 여운이 남는다. 눈 먼 개와 함께 삼 년이나 집을 떠나 여행하는 한 남자의 삶에 동행이 끼어든다. 여행을 마칠 무렵 그는 다시 혼자가 되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공감 가는 대목
나는 한번 봉인한 편지는 절대 열어보지 않는다. 밤새 쓴 편지를 아침에 확인하는 건 자기를 부정하는 행위다. 다시 읽어보면 과거의 잘못처럼 삭제하고 싶은 문장 한두 개쯤은 반드시 발견된다. 너무 감정에 충실해서 혹은 용기가 충분해서 생긴 증상이니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밤에라도 용기를 가질 수 없다면 우리는 평생 비겁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 36쪽
블로그에 삽질 글을 올려놓고 내릴 때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후회한다. 그런 순간에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격려 같달까? 잘못될 걸 두려워하면 평생 기술 문서밖에 쓸 거리가 없을 것이다.
“근데 아까부터 왜 반말이에요?”
“반말을 해야 금방 친해지니까. 존댓말과 반말 사이에 강 하나가 놓여 있다는 거 몰라?”
– 50쪽
그래서 난 더 이상 후배는 두지 않기로 했다. 직접 만날 때마다 한 명씩 말을 트기 시작했지. 선배라고 연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 짝에 쓸모 없는 것 같다. 하다못해 돈을 빌려도 후배나 선배보단 친구에게 빌리게 되는 법 아닌가?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