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기억에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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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8, 2020

이번 해에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만 간추려 봤다.

그래픽 노블

샌드맨은 2008년부터 읽은 시리즈이므로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샌드맨 10권 장례전야는 곧 소개할 책에 못지 않았다.

브이 포 벤데타

앨런 무어란 이름이 보장하는 명작이다. 4, 5년쯤 전 워쇼스키 형제가 발표한 영화의 인상이 남아 내키지 않는다면 재고해보았으면 한다. 그리 나쁜 영화는 아니었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매트릭스 1편처럼 철학과 액션이 모두 녹아난 작품에 비해 그 때의 영화는 둘 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원작은 그 깊이가 다르다.

이야기는 인생의 밑바닥까지 빠진 이비라는 여성이 몸을 팔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공안의 함정수사에 걸린 그녀를 위기에서 구출하는 브이. 이 둘의 삶은 얽히게 된다. 전체주의 정부에게 모든 걸 박탈당했던 브이는 이브에게 자유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이브는 브이의 영혼을 구원한다.

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이란 작가를 알게 된 첫 작품이다.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란 작품으로 이름이 꽤나 알려진 듯 하나 출판사 관계자 분에게서 이 책을 선물로 받기 전까지 그의 작품은 접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작가와 그의 가족 이야기이다.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던 시기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산골짜기 깡촌에서 살아온 가족의 삶은 마치 흑백 사진 속에 담긴 촌스런 인간상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뉴욕 한복판에서도 나물을 캐는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여 그저 웃게 된다. 아버지의 권위가 절대적인 곳에서 폭력을 목격했던 일도 분노하지 않고 담당하게 풀어놓는 솜씨에는 혀를 내두른다.

소설

기프트

처음 접한 어슐러 르귄의 작품이다. 서부해안연대기 세 권 중 첫 번째인데 세 번째 책인 파워는 얼마 전에 네뷸러 상을 석권했다. 청소년 성장 소설이라곤 하지만 이후에 읽은 르귄의 책 중 어느 것에서도 이만한 작품성을 보지 못했다. 화려한 책 표지와 달리 원치 않은 재능을 타고난 소년의 고내와 내적 갈등을 담았다.

산문

보통의 존재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씨가 낸 산문집이다. 문체나 구성에서 미흡한 면이 눈에 띄지만 전문 작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 솜씨가 상당하다. 무엇보다 진솔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오랜만에 내 글을 쓰고 싶단 열망에 불을 질렀다.

과학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과학 분야엔 사이비 과학까진 아니라도 지나치게 정치적인 논제가 몇 가지 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 유기농법 예찬, 원자력에 대한 공포 등에 상당한 의문을 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책이다.

컴퓨터

Great Code 1권, 2권

내가 짠 코드가 컴파일러를 통해 하드웨어로 넘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고 더 나은 프로그래머가 되게 도와주는 책이다. 대학 교재로 접했던 다른 전공 서적과 달리 Intel x86 CPU와 Visual C++, Pascal 등의 대중적인 프로그래밍 언어 위주로 사례를 보이고 설명한다. 비록 학습용으로 개발된 CPU나 프로그래밍 언어보다 복잡하긴 하나 실제 자주 접하는 것이다 보니 오히려 이해하기 쉽다. 지나치게 이론적인 교재 대신 이 책을 학부 교육에 채택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역사

로마제국 쇠망사 1권

로마제국에 관한 책이라 하면 역시 시오노 나나미가 아니라 에드워드 기번을 떠올려야 뭘 안다고 하겠다. 사흘을 꼬박 투자해서 간신히 읽을 만큼 분량이 만만치 않지만 힘들단 생각이 전혀 안 든다. 본래 문체가 뛰어나다고 들었으나 번역서라 큰 기대를 안 했다. 그러나 역자들의 노력으로 제법 읽는 맛이 있다.

당시 연구와 사료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나름의 논리와 가설을 펼치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비록 현대 사학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새롭게 밝혀지거나 뒤집힌 주장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참신한 내용이 더 많다.

개인적인 견해론 삼국지 전집보단 로마제국 쇠망사 전집을 선물로 주면 더 값지리라 믿는다. 물론 아이들이 읽기엔 벅차다. 어디까지나 선물 받을 상대가 성인이라면 말이다.

콜디스트 윈터

서평을 꽤 길게 쓴 적이 있으니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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