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의 김혜나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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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8, 2020

오늘의 소득? 오늘의 요점이랄까? 마침내 마빈을 아는 여성, 아니 인류와 조우한 것이라 하겠다. 야심 차게 준비한 명함은 소박하지만 간지 나게, 앞면에선 ‘아주 사적인 시간’이란 예술 작품이 위태위태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와중에 뒷면에선 얼핏 귀엽게 보이는 로봇이 특유의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아, 제발 알아서들 하게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 고도 지능의 로봇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마스코트 마빈. 설마 마빈을 아는 진정한 여인이 있을 줄이야!!!

뭔 소리하는 중이지? 잠시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 등장한 타바코쥬스의 찌질한 짓거리에 잠시 넋이 나갔다. 정지 버튼 좀 누르고 다시 정신차리자.

아, 그렇지. 마빈을 알아본 여성, 그녀가 바로 제리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저자 김혜나씨이다.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아주 사적인 시간’을 뒤집으면 그 자리에 나만의 위트가 있다. 문제는 공대생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그런데 의외의 장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얻어 고무적이랄까? 솔직히 조금 흥분했다!

어쩐지, 저자와의 만남에 대해 쓰려던 글이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자.

요가 강사로 활동하는 저자 덕분에 이날 행사는 질의응답 시간에 앞서 요가 수련이 있었다. 퇴근 무렵에 발동 걸린 회의와 홍대 정반대 편에 위치한 회사의 지리적 여건 덕분에 20, 30분 가량 늦은 데다 회사에 지각하지 않으려 서두르다 트레이닝 복까지 두고 온 나는 잠시 밖에서 숨을 돌리고 질의응답 시간에 들어갔다.

요가를 하는 곳이라 그런가? 책이 아닌 요가에 관련된 질문이 많았지만 자칫 고루해지기 쉬운 행사에서 얼음을 깨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꼭 책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고 저자와 알찬 대화를 나눴다곤 못 하지 않나? 회사에서도 말이지. 회의할 때 방송에서 사고 친 연예인 이야기도 하고 그래야지. 일 이야기만 하면 x랄 같이 지루하다. 안 그래?

제리10점

김혜나 지음/민음사

책에 사인 받을 때 잠시 이야기 나눴지만 안타깝게도 인터넷 서점에서 본 평은 그다지 좋지 않다. 사립학교 아이들을 읽을 때 어렴풋이 느끼고 상처 입고 생에 대해 미친 듯이 고민해본 적이 전혀 없다고 밝힌 누군가를 만나고부터 느끼는 바, 참 사람들 교과서적으로 산다. 그러나 삶은 제각기 책임지는 것. 내가 대신 짊어줄 수도 없고 설사 그런 게 가능하다 해도 귀.찮.다. 당신이 내 여자도 아니지 않은가? ㅋㅋ.

마음을 열고 읽어보면 “나도 쓸 것 같다”는 그 문체가 실상은 작품 성격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었다고 생각이 들지 모른다. 루저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과장되고 왜곡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키워주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면 좋을 게다. 굳이 실존 문제를 들여다 보려 애쓸 필요는 없지 않나? 괜히 두통유발 요소만 는다. 마지막으로 교훈을 찾는다면 저자가 아닌 스스로에게 구하길. 작가는 선생이 아니니까. 성인이라면 자기가 자신의 스승이 되어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나로선 이번 해에 읽은 책 중 두 손가락에 꼽는 작품이다. 이번 해의 3분의 2 무렵을 지나는 이 시점이니만큼 순수 문학 중에선 최고의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안 하려던 잔소리까지 해버렸네. 그만큼 뛰어난 작품이라 느꼈고 김혜나씨가 살짝 언급한 차기작에도 기대를 건다.

어쨌거나 마빈을 알아주는 작가라니 짱 멋있다!!! 게다가 어디선가 저자 인터뷰에 실린 사진을 봤을 때보다 실물이 훨씬 매력적이기까지! 주변에 이런 분이 많으면 참 좋을 텐데. 욕심이 지나친가? 알게 뭐야. 현실에선 평범한 샐러리맨일지라도 꿈 속에선 우주여행을 떠나는 제 2의 리차드 게리엇을 꿈꾸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잖아? 꿈꾸는 건 자유! 아니, 꿈꾸는 것만이라도 자유. ㅠㅠ

참, 혹시라도 이 후기를 김혜나씨나 출판사에서 보신다면 말입니다. 한 가지 부탁 있어요. 부탁이니까 안 들어줘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다음 번에는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달짝지근한 음료와 그보다 더 달근한 핫케익 먹으며 느긋하게 대화를 나눌 자리 좀 마련해서 초대해주세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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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ernetes, DevSecOps, AWS, 클라우드 보안, 클라우드 비용관리, SaaS 의 활용과 내재화 등 소프트웨어 개발 전반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지인이라면 가볍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의 현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협의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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