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닷넷 프레임워크 2.0에 맞춰 프로그래밍을 하다 얼마 전부터 하위 호환성은 포기하고 3.5를 쓰기 시작했다. 서버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좋은 점은 최신 기술을 거의 마음껏 써도 좋다는 점이다. 데스크톱 응용 프로그램이라면 일반 고객의 컴퓨터에 깔린 닷넷 프레임워크의 버전이 중요하지만 서버 응용 프로그램이라면 새 버전을 깔면 그만이다.
어쨌거나 최신 기술을 도입한 김에 책을 한 권 주문했는데, 이번에도 팀 예산을 썼다. 요즘 들어 기술 서적은 팀 예산으로, 인문학이나 소설은 내 돈으로 사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불경기라니까 이렇게 돈 아낀다”긴 보다 원서 값은 폭등했고 SONY PRS-505를 사느라 무리한 탓이다.
이유야 그렇다 치고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면,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고 깜짝 놀란 사실. LINQ를 다룬 책이 없다. LINQ라는 네 글자를 제목에 달고 나온 국내책이 단 한 권 생각하는 C#.LINQ 뿐이다. 번역서는 전무하다. 그러니 선택권은 없었다. 이럴 땐 회사 돈으로 책 사는 게 좋다. 좋은 책 선정에 실패해도 "내 돈 아니니까"라며 자기 위안이 가능하달까? 그래도 유일한 한국어 책이 마음에 안 들면 귀찮게 원서를 사 읽어야 하니 곤란하긴 했다.
다행히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Head First 시리즈가 국내에 소개된 이후로 한국 출판사들도 무척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상당히 깔끔한데다 쉬운 예제를 통해 이것저것 검증하며 넘어간다. 예제가 많고 설명을 쉽게 하려 노력한 흔적이 많았는데 덕분에 금방 읽었다. 그때그때 MSDN 라이브러리를 보면 될 듯한 부분을 빼고 책의 2/3 정도만 읽었는데 책 두께에 비해 금세 읽어 내려갔다.
이 책에 대한 내 평가는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반이 되겠다. 말로 때우지 않고 검증을 많이 하려 노력한 점. 쉽게 설명한 점. 의외로 C#의 새로운 기능이나 특징을 거의 모두 다뤘다는 점. 이 정도면 책 값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
그나저나 LINQ를 공부해 보니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닷넷 프레임워크를 설계할 때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지 새삼 깨닫는다. C#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도 이런 완성도를 보이는 프레임워크는 한번 공부할 만 하다. 디자인 패턴이란 건 언어를 타지 않는 법이니까(객체 지향 디자인 패턴을 함수형 언어에 적용하는 경우 등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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