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에서 기분 전환하기에 좋은 책을 뒤적거리다가 온다 리쿠의 책이 무려 5권이나 더 나와 있는 걸 발견했다. 쿠폰도 넉넉하겠다 망설이지 않고 몽땅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해버렸다. 작품마다 완성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이 정도면 충분해
라는 수준은 맞춰주었으니 주식보단 채권 투자에 가깝달까?
유지니아는 생일 잔치에 모인 일가족과 동네 사람 열일곱을 독살한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다. 명탐정 코난처럼 명석한 탐정이 뛰어난 추리력을 발휘해 영악한 범인을 잡아내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태까지 읽은 온다 리쿠의 소설이 다 그렇듯, 읽는 이가 책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실마리를 재구성해서 추리해보는 재미는 없다. 오히려 사건의 범인을 초반부터 드러내놓고 알려준다. 그럼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읽느냐?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범인을 잡아내는 재미로 읽는 게 아니라 사건을 재구성하는 재미로 읽는 것이다. 사건 관계자가 한명씩 등장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사건을 증언한다. 조금씩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증언들.
온다 리쿠는 소설을 다양한 시점에서 서술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이런 식의 구성을 자주 써먹으니 말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도 비슷한 구성을 취하지만 온다 리쿠와 미야베 미유키는 완전히 다르다. 미야베 미유키는 사실적으로 차분하게 묘사하는 데 반해, 온다 리쿠는 감성적인 면을 강조한다. 미야베 미유키는 현실의 사회 문제, 보통 사람의 문제를 다루지만, 온다 리쿠는 그보단 소설로써의 재미를 강조한다. 유지니아는 논리보단 감성과 미스터리를 강조하는 온다 리쿠의 특징이 잘 살린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