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또다른 처세술 책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제목에 손이 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공의 심리학은 스탠포드 대학의 저명한 심리학자 캐롤 드웩 교수가 쓴 저서이다. 영문판의 제목도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이니 출판사 측에서 마케팅을 위해 성공의 심리학이라 이름 붙인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 2월에 EBS 기획 다큐멘터리 – 동기와 지능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전환이 성적을 향상시킨다.라는 글을 통해 캐롤 드웩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 적이 있다. 애자일 이야기의 김창준씨가 인용한 적도 있다. 그런 만큼 이 책에 거는 기대가 컸다. 연구자 본인의 입으로 설명을 듣는다면 더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의 기대는 충족되었다. 하지만 실망스런 구석도 있었다. 우선 아쉬움이 남는 부분부터 지적해보련다. 1장 마인드세트란?에서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2장 CEO들의 마인드세트와 리더십으로 넘어간다. 성인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경영자들의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는데, 마인드세트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한 채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니 당황스러웠다. 다큐멘터리와 기사 등으로 연구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빠른 진행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차라리 5장 부모와 교사들의 마인드세트는 어디에서 비롯될까?를 2장에 놓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캐롤 드웩 교수의 실제 연구 결과가 제시되는 장이니만큼 일찌감치 등장해서 독자의 이해를 도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어떻게 보면 처세술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다른 서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리더십, 연인 사이의 관계, 자녀 교육 등에 조언을 던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구체적인 연구 사례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전반부에선 사례 제시가 많지 않아서 처세술 서적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뒤로 갈수록 풍부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책에 제시된 사례 중 상당수는 EBS 기획 다큐멘터리 – 동기에서 보여주었던 것이라, 다큐멘터리부터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난 글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지만, 캐롤 드웩 교수는 사람들은 지능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지능이나 능력은 고정불변의 것이라 믿는다. 고착된 마인드세트의 소유자는 실패를 자신의 결함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다가 자꾸 넘어지게 되면 신체적 결함, 즉 운동 신경이 나빠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장 마인드세트를 가진 사람은 다르게 생각한다. 탈 줄 모르니 배우는 것이고 넘어지는 게 당연하다. 나는 배우는 중이고, 점점 나아질 것이다.
이런 마인드세트의 차이는 실패 상황에서 개인이 어떻게 극복하고 나아가는지를 결정할 뿐 아니라, 행복까지도 좌우한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가 성장 마인드세트를 체득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더 나아가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성공의 심리학은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직장인, 자녀를 둔 부모, 연인들, 그리고 학생 모두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리라 믿는다. 특히 KAIST 학생에게 추천하고 싶다. 내 경우처럼 내내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1, 2년 간 좌절을 맛보고 있는 후배나 문제 없이 대학원까지 잘 진학했지만 자신이 뭘하고 있는지 모르고 방황하는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라 어쩌면 내 문제는 내가 잘 안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가 근원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 모른다. 속는 셈치고 읽어보시라. 저명한 심리학자가 증거를 들이대고 설득하는만큼 사이비 심리학과는 차원이 다르다.
메모
콜린스가 표현한 것처럼
어쨌든 당신의 위대함을 입증하는 증거로는 당신이 떠난 뒤 그 회사가 무너지는 것만큼 더 확실한 것이 있을까?
많은 교육자들은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낮추면 성공의 경험을 주고, 그들의 자존심을 세우고, 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략…
한편으로 보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에 닿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지 않은 채 단순히 기준만을 높이는 것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확실한 방법이다
고교 평준화와 쉬운 수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이 책에선 초등학생이 앵무새 죽이기나조이 럭 클럽과 같은 수준 높은 책을 읽어내는 성과를 제시한다. 아이들이 쉬운 목표를 달성해서 만족감을 얻는 게 결코 올바른 교육 목표일 수는 없다. 아이들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똑바로 알려주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와 교육자가 할 일이다.
유명한 사회학자인 벤저민 바버 (Benjamin Barber)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세상을 약자와 강자, 아니면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으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이 세상을 학습하는 사람과 학습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눈다.라고.
그러면 노력이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고착된 마인드세트에서는 ‘위대한 천재는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당신의 능력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두 번째는, 살레르노-소넨버그가 암시하듯이 ‘노력이 당신에게서 모든 변명을 앗아간다’는 점이다.
시험 기간에 만화책이나 드라마를 보며 밤새는 일이 비일비재한 KAIST의 단편을 해석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준다. 학습 프로그램에만 신경 쓸 게 아니다. 못 따라오는 학생을 포기하기 전에 잠재능력을 다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서 교육자라 불리길 원하면 심보도 보통 심보가 아니다.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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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기획 다큐멘터리 – 동기
자녀 교육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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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학습을 이야기하는가
Carol Dweck 교수를 인용하여 학습 능력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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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전환이 성적을 향상시킨다.
Carol Dweck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 기사이다.
그리고 TED 강연 영상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신의 위대함을 입증하는 증거로는
당신이 떠난 뒤 그 회사가 무너지는 것만큼 더 확실한 것이 있을까?
는 수준높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Good to Great에서는 4단계 수준의 CEO가 회사를 그렇게 만듭니다.
한단계 더 높은 5단계 수준의 CEO는 자신이 회사를 떠난 뒤에
회사가 더 번창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있을 때에 잘 나가는 것처럼 만드는 테크닉은 여러가지가 있어요..
인원 구조조정, 연구개발비 삭감, 후임양성하지 않기 등등..
Good to Great를 읽으셨으면 콜린스가 한 말이 반어법이라는 건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콜린스가 Good to Great에서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한 겁니다. 이 책에서는 고착된 마인드세트의 예로써 제시했습니다. 크라이슬러의 예전 CEO 아이아코카를 두고 한 말이랍니다. ^^
잠시 아이아코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사이트 대부분이 아이아코카를 훌륭한 CEO로 묘사하고 있군요. 재임 중에는 크라이슬러가 잘 나갔으니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겠군요. 퇴임하자마자 회사가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칼리 피오리나는 오히려 재임 기간에 욕 얻어먹고 퇴임 후에 재평가를 받는데, 두 사람의 인생이 극을 달리는군요.
LG 경제연구원에서 인재 킬러형 리더를 찾았습니다. 이런 대목이 있군요. (PDF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