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이 엄선한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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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8, 2020

우선 사진 한컷.

Best Software Writings I

Flickr photo sharing

에이콘 출판사의 김희정씨께서 조엘이 엄선한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을 보내주셨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 2쇄에 서평이 실렸던 것이 인연이 된 덕분이다. 안 그래도 Head First Java를 읽은 후에, 이 책을 구매하려던 참이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오래 전부터 아마존에서 이 책의 원서를 구입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항상 마지막 순간에 장바구니에서 물건을 빼버리곤 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xxx hits와 같은 CD를 산다. 레코드 매장에 일년에 한 두번 들리는 사람에게는 유행곡이 한데 담겨 있는 CD가 탁월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비틀즈에서부터 Linkin Park까지 섭렵한 매니아에게 xxx hits가 마음에 들리 만무하다. 모든 곡이 U2의 One만큼 명곡은 아닐지라도 앨범 한 장에 담겨 있는 분위기와 호소력은 강렬하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가 U2의 The Joshua Tree였다면,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은 Grammy Nominees처럼 느껴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모쪼록 재미있게 읽으시고 좋은 평가 내려 주시면 기쁘겠네요.라는 말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내 자신이 쓸데없이 걱정 많은 인간임을 곧 깨닫게 됐다.

책은 여러 소프트웨어 분야 구루(guru)의 글을 담고 있다. Windows의 검색 기능을 비판하는 4문장짜리 글이 있는가 하면, 장문의 컨퍼런스 연설문도 실려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스타일에 관한 글이 있는가 하면, 직원 채용에 대한 제언도 실려있다. 다양한 소재의 글이 모여있다보니 두서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조엘이 서문에서 밝혔듯이, 훌륭한 글쓰기의 모범 사례를 제시하는데 주력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xxx hits 이상이다. 글과 그림 하나 하나에 전문가의 통찰력, 위트, 그리고 휴머니즘이 묻어 있다. 컴퓨터는 0과 1로 세상을 이해하지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붉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우리들임을 잊지 않는다.

형식적인 측면을 살펴보자면, 책은 조엘의 소개글, 에세이,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한 페이지 분량인 소개글에서 조엘은 자신이 왜 이 글을 선택했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취지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는데, 에세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순전히 독자 몫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어떤 때는 조엘의 소개글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충분히 잘 쓴 에세이에 무엇을 추가하는 것은 민폐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적인 생각과 동시에 그만큼 훌륭한 글을 선정한 조엘의 안목에 감탄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분량의 주석을 제공한다. 그 중 일부는 옮긴이가 작성한 것인데, 조엘의 주석과 섞여서 보기 어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흠이라고 할 것까진 없다. 오히려 조엘이 당연시 여기고 설명없이 넘어간 부분을 잘 보충해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무어의 법칙’이 무엇인지, ‘T.E 로렌스’가 누구인지 모르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터인데, 원서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옮긴이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번역서가 또다른 한권의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주요 인터넷 서점에 들려봤다. 어디에서나 이 책이 베스트셀러 위치에 올라와 있다. 내용이 어려운 글도 꽤 있어서, 쉽지 않다는 평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성과를 내는 것은 다른 독자들도 각자 자신만의 관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찾아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이 책을 Grammy Nominees에 비유했었는데, 이제 그 말을 정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조엘이 엄선한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SantanaSupernatural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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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ernetes, DevSecOps, AWS, 클라우드 보안, 클라우드 비용관리, SaaS 의 활용과 내재화 등 소프트웨어 개발 전반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지인이라면 가볍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의 현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협의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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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woo
18 years ago

저는 그동안 다른 차원에 있었나보네요.
읽어봐야겠군요.

최재훈
18 years ago

아차! 사람마다 쉽게 와닿지 않는 글이 하나씩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컨퍼런스 글은 어려워서 제쳐놓고 나중에 읽었습니다. 

toro
toro
18 years ago

서평을 잘 쓰면 저렇게 책을 보내주기도 하는군요. 유명한 블로그를 운영하셔서 그런지… 저도 열심히 서평을 써 봐야겠습니다. ^^ 어제 서점에 서서 마소 2월호도 봤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길 바라겠습니다.

최재훈
18 years ago

제 블로그가 메이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다지 메이저 진출을 목표로 하지도 않구요. 처음에는 그런 욕심도 있었는데, 어느샌가 잊어버리게 됐습니다.

저도 출판사로부터 책을 선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얼떨떨하네요. 

iarchitect
18 years ago

반디에 갔을때 님의 멋진 모습도 보았는디…ㅋㅋ
솔직히 평은 안읽고 사진만 봤습니다. 보려고 본것보다
쭉훑은데 핸섬가이가 ㅋㅋ

광풍 바루
광풍 바루
18 years ago

오타 있어요. xxx his라고 썼어요.

최재훈
18 years ago

to iarchitect16: 아니, 정말이세요? 코엑스 촌놈인지라 어디가 맛집인지 몰라서 동료들과 헤매고 있었습니다.

to 광풍 나루: 예리하시군요. 저는 서너번 점검했는데도 발견 못했답니다. 덕분에 오타를 수정했습니다. 

sukwoo
17 years ago

단순하고 지루한 일상에 찌들어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몇년을 지내고 있는 저에게 활력을 주는 것이 있었는데 클라이밍과 이 책이었습니다.
자주 자주 좋은 책 추천 부탁드립니다.

최재훈
17 years ago

to sukwoo10: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