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이 엄선한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

우선 사진 한컷.

Best Software Writings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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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콘 출판사의 김희정씨께서 조엘이 엄선한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을 보내주셨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 2쇄에 서평이 실렸던 것이 인연이 된 덕분이다. 안 그래도 Head First Java를 읽은 후에, 이 책을 구매하려던 참이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오래 전부터 아마존에서 이 책의 원서를 구입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항상 마지막 순간에 장바구니에서 물건을 빼버리곤 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xxx hits와 같은 CD를 산다. 레코드 매장에 일년에 한 두번 들리는 사람에게는 유행곡이 한데 담겨 있는 CD가 탁월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비틀즈에서부터 Linkin Park까지 섭렵한 매니아에게 xxx hits가 마음에 들리 만무하다. 모든 곡이 U2의 One만큼 명곡은 아닐지라도 앨범 한 장에 담겨 있는 분위기와 호소력은 강렬하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가 U2의 The Joshua Tree였다면,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은 Grammy Nominees처럼 느껴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모쪼록 재미있게 읽으시고 좋은 평가 내려 주시면 기쁘겠네요.라는 말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내 자신이 쓸데없이 걱정 많은 인간임을 곧 깨닫게 됐다.

책은 여러 소프트웨어 분야 구루(guru)의 글을 담고 있다. Windows의 검색 기능을 비판하는 4문장짜리 글이 있는가 하면, 장문의 컨퍼런스 연설문도 실려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스타일에 관한 글이 있는가 하면, 직원 채용에 대한 제언도 실려있다. 다양한 소재의 글이 모여있다보니 두서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조엘이 서문에서 밝혔듯이, 훌륭한 글쓰기의 모범 사례를 제시하는데 주력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xxx hits 이상이다. 글과 그림 하나 하나에 전문가의 통찰력, 위트, 그리고 휴머니즘이 묻어 있다. 컴퓨터는 0과 1로 세상을 이해하지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붉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우리들임을 잊지 않는다.

형식적인 측면을 살펴보자면, 책은 조엘의 소개글, 에세이,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한 페이지 분량인 소개글에서 조엘은 자신이 왜 이 글을 선택했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취지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는데, 에세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순전히 독자 몫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어떤 때는 조엘의 소개글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충분히 잘 쓴 에세이에 무엇을 추가하는 것은 민폐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적인 생각과 동시에 그만큼 훌륭한 글을 선정한 조엘의 안목에 감탄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분량의 주석을 제공한다. 그 중 일부는 옮긴이가 작성한 것인데, 조엘의 주석과 섞여서 보기 어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흠이라고 할 것까진 없다. 오히려 조엘이 당연시 여기고 설명없이 넘어간 부분을 잘 보충해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무어의 법칙’이 무엇인지, ‘T.E 로렌스’가 누구인지 모르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터인데, 원서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옮긴이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번역서가 또다른 한권의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주요 인터넷 서점에 들려봤다. 어디에서나 이 책이 베스트셀러 위치에 올라와 있다. 내용이 어려운 글도 꽤 있어서, 쉽지 않다는 평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성과를 내는 것은 다른 독자들도 각자 자신만의 관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찾아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이 책을 Grammy Nominees에 비유했었는데, 이제 그 말을 정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조엘이 엄선한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SantanaSupernatural 같은 작품이다.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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