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평소와 다름없이 파이어폭스를 연다. 지메일에 넘쳐나는 메일 중 서너개만 골라 읽고, 나머지는 휴지통에 버린다. 스포츠투데이 사이트에 가서 츄리닝을 보고, 결혼 소식을 알린 성게군에게 마음 속으로 축하 인사를 건낸다. 그리고 블로그라인에 들어가서 반나절 사이에 업데이트된 글을 읽는다. 오늘은 눈길을 끄는 글이 5,6개 있다. 개인화된 검색엔진 소프트웨어에 관한 글을 읽고, 나중에 시간나면 내가 만들어보겠다는 덧글을 남긴다. 두달 뒤에도 여전히 의욕이 넘칠지는 모를 일이다.

어느새 홍차 두잔을 비웠다. 얼마 전에 산 얼 그레이를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이른 아침의 흐릿한 의식이 깨어난다. 지난번에 즐기던 마빠시옹은 상쾌한 프루츠향이 두통을 쫒아내고 들뜨게 했다면, 얼그레이는 한결 부드럽고 차분하다.

이제 정이현의 연재소설을 읽을 때다. 또렷한 의식을 되찾은 지금이 소설을 읽기에 최적의 시점이다.

어라, 오늘은 글이 많다. 위의 세 글은 작가/독자 인터뷰인 것 같다. 이전에도 작가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이 희미해져서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이번에도 중간 점검 차원에서 이벤트를 마련했나보다. 독자 인터뷰 같은 글은 제쳐놓고, 우선 장편 못 쓸것 같았는데… 할 수있다는 자신감 얻어부터 열어본다.

저는 정이현을 사칭하는 사람이에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정이현은 진짜 이름이 아니라 필명이란다. 성조차 다르다고 한다. 처음 알았다. 드문 일은 아니지만 흥미롭다. 나도 필명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맘에 드는 신선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시시한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인터뷰를 읽어나간다. 오늘이 연재 마지막 날이란다. 이제 막 덧씌운 금니와 같은 어색함이 비롯된 이유를 알았다.

아, 이제 끝이구나.

생각보다 아쉬움이 덜하다. 지난 4개월 동안의 즐거움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인데도 왠지 담담하다. 독자 인터뷰와 평론가의 비평을 순서대로 읽어나간다. 사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어떻든 신경쓰지 않는다. 태오가 은수와 결혼했으면 했다라는 의견 따위야 내 관심사가 아니다. 아쉬운 순간을 늦추려고 헛되이 읽어나갈 뿐이다. 나의 즐거움 한가지가 사라지려 한다는 생각에, 담담하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이 스물스물 기어오른다.

생각해보면 연재의 후반부에 이르렀다는 느낌은 줄곧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연재가 마무리되리란 것은 예상치 못했다. 인물 간의 뚜렷한 끝맺음을 기대하고 있었다. 해피엔딩이든 배드엔딩이든 무언가 손에 잡히는 결론을 기대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나의 완결이 예고된 단행본을 읽을 때는 뒤에 남은 종이의 두께가 얇아짐에 따라 마지막을 대비한다. 연재소설에는 관심을 쏟은 적이 없어서였는지, 지금의 나는 무방비 상태다. 여러 달에 걸쳐 점점 정이 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129회 연재분량을 읽어야 한다.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두고보자.

2006.07.28.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가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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