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있는 기업

Cover: saving the corporate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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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호님으로부터 이 책을 받은 지 두달이 지났다. 책상 주변에 책을 쌓아놓고 지내다보니 어느새 이런 책이 있다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애써 책을 보내주신 분께 죄송할 따름이다.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윤리 경영이다. 월드컴 등의 비정상적인 경영 행태(분식회계 등)가 세상에 알져진 뒤에 쓰여진 책이다. 나는 월드컴이 파산할 때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미국에서는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었다. 뉴스위크, 포브스 등 어느 잡지를 봐도 월드컴 이야기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미국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인들의 냉담한 무관심 때문이었다. 어쩌면 외환위기 당시에 상당수 대기업의 몰락을 지켜봤었기 때문에 무감각해졌던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는 기업과 윤리를 물과 기름의 관계로 보니까라고 생각했다.

Yes24가 제공하는 책의 이미지를 링크하려고 들렸다가 서평을 읽게 됐다. 세 개의 서평이 빼다 박은 듯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중견 기업 또는 대기업의 경영진들이 봐야하는 책이 아닌가

한마디로 윤리 경영을 실천해야 하는 것은 경영진이지 나같은 서민이 아니다라는 태도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줘야지 나같은 서민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태도와 다를 바가 없어서 속이 뒤틀렸다. 마음을 진정시키자.

우선 윤리 경영이 경영진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해둬야겠다. 짤리기 싫으면 경영진이 무슨 일을 하든 따라야지 별 수 있나라는 생각이라면 문제가 있다. 결국 잘못된 줄 알면서도 방조하거나 공범이 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내 잘못은 아니다라고 말하더라도, 행동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경영진의 부도덕함에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꽁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사회의 교통 문화를 비판하면서, 상황이 이러하니 나도 어쩔 수 없다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든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어쩔 수 있는 상황에서도 법규를 어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교통 상황이 한가한데도 신호를 무시한다던가, 횡단보도 정지선을 가볍게 무시한다던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누군가가 구제해줘야 하는 서민으로 생각한다면 마음을 고쳐먹기 바란다. 진짜 불가항력을 만났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묘사함으로써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은 기생충과 같은 태도다.

만약 자신에게 윤리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선택권을 쥘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엔 회사를 떠나면 그만이다. 세상엔 윤리경영을 실천하려는 회사가 많다. 자신의 주변을 떠나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면 된다.

선택권을 쥔다는 것은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고객에게 불리한 약관을 의도적으로 속이고, 필요하다면 거짓말까지 하라는 지시가 내려올 때가 있다. 초고속 통신망이나 보험 분야 등을 떠올려보면 된다. 이때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저 입 다물고 시키는대로 할 것인가?

옳은 소리지만 확신을 주지는 못한다.

여태까지 서평에 대한 비판을 했는데, 당연히 내가 동감하는 부분도 있다. 특히 다음 대목에 100% 동의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근거가 모든 기업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에서 언급한 성공한 기업이 정말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써 윤리 경영을 통해 이룩한 성공인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말이다.

확실히 성공적인 윤리 경영 사례를 모으는데 집중한 나머지, 윤리 경영이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실패한 것 같다.

측정할 수 없다면 설명할 수도 없다.

서론에 나오는 말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상 주변에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책을 뒤져봤다. 역시나 소프트웨어 공학의 사실과 오해에 동일한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윤리경영이냐 소프트웨어 매트릭이냐 라는 차이는 있지만,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라는 말은 틀리다. 우리는 늘 측정할 수 없는 것을 관리한다. 우리는 암 연구를 관리하고, 소프트웨어 설계를 관리한다. ……

그러나, 이 말이 오해라고 해서 그 밑바닥에 있는 메시지의 진실까지 거부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를 가지고 관리하는 것은 데이터 없이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효율적이다.

사례 연구로써의 가치

영혼이 있는 기업이 윤리책으로써의 가치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 윤리경영이 실질적인 기업 가치의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사례를 제시한다는 데 더 큰 점수를 줘야 마땅하다. 예를 들어 팀버랜드는 분기별 실적을 발표할 때 봉사 활동 실적도 함께 보고한다. 이런 것은 어느 기업이라도 쉽게 본받을 수 있는 일이면서 효과도 크다. 삼성에서 80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할 때 말이 많았다. 차라리 팀버랜드처럼 사회봉사활동을 장려하고 분기별로 그 결과를 발표했더라면 훨씬 더 나은 언론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회사가 사회 환원을 생각하고 있을 때 여러분의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적어도 한번씩은 그런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물론 의견이 받아들여질 리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밑져야 본전이지 않은가? 지레 포기하기 보다는 한번쯤 시도해보자.

메모

100년 전 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이 한 말이 딱 들어맞는다. 우리는 부가 아니라 부정행위에 대한 선을 긋는다. 자본가와 그들의 동료들은 산업 활동을 통해 눈부신 실적을 올리고 돈을 번다. 그들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지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온당하고 합법적인 선 안에서 활동한다면 말이다.

– 리더십과 지배구조

또 회사가 지원하는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사원이 그렇지 않은 사원에 비해 회사에 대항 충성도가 30퍼센트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나 앤더슨의 사원들은 회사의 합리적인 업무방식과 건전한 소명의식에 힘입어 높은 수준의 고용유지율을 자랑하고 있다.

– 지역사회와 소속감

회사가 우선시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보상이 뒷바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산업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약 90퍼센트가 엔지니어들입니다. 시스템 환경이 좀더 자유롭게 바뀌면 그들은 더욱 인간답게 행동할 것입니다.

– 환경보호와 책임

회사 내의 차별 행위를 마치 천재지변처럼 경영진의 통제권을 벗어난 행위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회사 내부에서 다양성 문제를 인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러한 무관심은 자신이 소수인종 출신이 아닐 경우에 더욱 그렇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회사들은 노사 분쟁이나 사원들의 불평 및 불만, 그리고 그로 인한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훨씬 적다.

그녀는 찰스 슈왑의 경우 사원들이 일상적인 업무환경 속에서 평등과 존엄성이 존중되고 이행되는 정도에 따라 고용 유지율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실적은 사원이 책상 앞에서 머무는 시간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다.

사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각자의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활용할 수 있을 대, 회사는 창조적인 에너지로 넘쳐나게 된다.

– 평등과 다양성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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