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KAIST 여학생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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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November 16, 2006

졸업 요건(봉사활동)을 채우려고 KAIST 여학생의 밤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 계획안도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정된 시각을 40분 넘겨서야 끝났을만큼 성공적인 행사였다.

모임은 총장님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나로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개혁안에 관심이 많았는데, 총장님도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셨는지 궁금한 곳을 긁어주셨다. 우선 기성회비 인상안에 대한 항의 메일을 받고 놀라셨다고 한다. 자신은 기성회비 인상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이런 정보를 흘리면 성급하게 학생회가 또 거짓말했군.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두렵다.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순식간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려했던 수업료 징수안에 대한 총학생회의 발표는 사실이었다. 개혁 설명회가 아닌 여학생의 밤 행사이다보니 이야기는 짧게 끝났다.

휴학하는 동안 여교수님들이 많이 채용됐다. 나의 지도교수님도 그 중 한 분이시다. 그래서 오늘 연사로 참석하신 분들의 성함을 제대로 외우지 못했는데, 젊은 분들이라 그런지 총장님과 다르게 활발하고 유머감각까지 구비하고 계셨다. 심각한 이야기가 오갈 것 같은 자리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오간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당장 퀴즈 공부가 급해서 내가 진지하게 들었던 두 가지 사항만 소개해야겠다.

육아 활동과 교수 업무를 함께 해 나가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한다. 보모를 두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좋은 선택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사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기업이 직장 내에 탁아소를 마련해둔다. 그러나 한국의 환경은 열악하다. KAIST 내에도 탁아소 비슷한 곳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가 듣기론 정식으로 지원을 받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앞으로 10년 뒤를 생각한다면 지금 탁아소와 유아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장님 말씀 중에 제대로 된 tenure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오래 전부터 도입을 바래왔던 제도라서 기대가 크다. 다른 조직과 다르게 대학과 같은 교육 및 연구기관에선 개인별 성과평가가 부작용이 덜하고, 장점이 많다.

P.S. 퀴즈의 압박 때문에 요약만 했다. 육아나 노동 개념의 변화에 관해선 나중에 정말 길게 설명해볼 생각이다. 안 그래도 앨빈 토플러부의 미래를 읽고난 소감을 쓰지 못해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던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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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reaker
17 years ago

그 퀴즈의 압박 때문에… 내일 모임은 퀴즈 후에 참석하는 것으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다른 숙제하다가 말려서 방금 전에야 숙제 및 퀴즈 준비 시작…. OTL

daybreaker
17 years ago

아,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겠군요.;

그리고, 저번 임시퀴즈 때 나왔던 Dimension Theorem과 Rank Theorem 말입니다.. 책에는 Kaistizen님이 쓰신대로가 맞고, 수업 시간 교수님 필기는 제가 쓴 대로가 맞군요. -_-;;;; 어떻게 될런지…

최재훈
17 years ago

음… 생각해보면 퀴즈 내용이 너무 앞서 간 것 같네요. 이번주 숙제 범위인데 지난 주에 퀴즈를 봤으니. 그나저나 7.4의 22번 문제 푸셨어요? 어떤 식으로 증명해야 하는지 감이 안 와서 -_-;;

박상민
17 years ago

주말에 “부의 미래”를 보고 있는 중이야.
앨핀 토플러의 책을 본적이 없지만 이 한권만으로도 충분히 감동하고 있지.
너의 평가가 기대되는구나!

최재훈
17 years ago

음. 이번주 프로젝트까지 끝나야 정리해 볼 엄두를 낼 수 있을 것 같네. 혹시 그 책 다 읽고 시간 남으면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을 읽어보시구랴. 지난 주에 완독했는데, 내가 읽어본 회고록 형식의 경영 서적 중 단연 으뜸이었다. 부의 미래보다 이 책의 감상문부터 쓰게 될 듯.

trackback
17 years ago

KAIST 여학생의 밤

두 번째 치른 여학생의 밤. 작년보다 호응도 좋았고 또 얘기나누면서 우리에게 필요한게 무엇일까 의견도 모아볼 수 나눌 수 있었다. "좋았다" 표정짓고 있는 학생들, 남자친구 여자친구 같이 온 모습 여럿 있어서 좋았고, 다음 날 새벽 6시부터 움직이셔야 되는데도 총장님 내외분께서 다과시간 끝까지 남으셔서 학생들 얘기를 경청하시는 모습에 감동.내년터는 "KAIST 여학생과…

최재훈
17 years ago

앗, 교수님께서도 블로그를 갖고 계셨네요. 누가 트랙백을 보냈나 했더니만… 앞으론 학교 험담을 함부로 못하겠는데요. ^^

sbm
sbm
17 years ago

언론의 자유 그렇게 쉽게 포기하면 안되지! ^^

최재훈
17 years ago

농담이었구요. 단지 글을 공개하기 전에 조금 더 숙고해야겠다는 생각은 최근 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개혁안을 두고 논쟁이 격해져서 감정적인 글을 썼다가, 며칠 뒤에 후회하고 지워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RSS로 이미 퍼져버려서 다들 알고 계시더라구요. 더 이상 블로그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라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뭐가 두려워서 글을 쓰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