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무렵 광화문 스타벅스 앞에서, 석현이와 하얀이(하도 석현이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하얀이로 부르다 보니, 본명이 생각나지 않는다.-_-)는 암웨이 행사를 위해 떠났다. 나는 그 길로 교보문고에 갔다. 최근에는 주로 강변(회사)과 노원구(집) 근처에서만 생활했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구하기 힘든 책을 사려는 목적이었다.
한번도 접근한 적이 없는 입구 쪽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처음에는 위화감을 느꼈다. 두달 정도 사이에 많은 것이 변했나보다 생각했지만, 곧 단순한 착각임을 알게 됐다. 매장의 구조나 분위기에 변화는 없었다. 익숙한 풍경에 나는 망설임없이 해외 서적 코너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우선은 베스트셀러 코너를 향했다. 역시 언제나 그렇듯이 그 자리에 있으리라 예상했던 책 뿐이었다. 별다른 흥미거리를 찾지 못했기에 그간 보지 못한 소설이 있는지 둘러봤다. 그다지 변한 것은 없었다. 일주일에 두세번은 회사와 집 근처 서점에 들리기 때문에 변화를 못 느꼈던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새롭고 흥미로운 것에 열광하는 나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결국 미처 관심을 갖지 못했던 재밌는 책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판타지 및 SF 소설 코너에 가니 George R.R. Martin의 The song of ice and fire의 2부 A game of thrones를 볼 수 있었다. 이미 1부 및 3부는 손에 넣었기 때문에 이 책만 사면 될 터였다. 기쁜 마음에 우선 책을 집어들었다. 이렇게 첫번째 책은 샀지만 두번째 책을 고르기는 힘들었다.
한 시간 정도를 어슬렁거리며 비잔틴 제국에 관한 역사서, MCSD 관련 서적에서부터 요리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찾아봤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소득은 없었다. 다시 한번 SF 소설 코너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우연히 HUGO 상을 수상했다는 표시가 되어 있는 책을 발견하고, 손을 뻗었다. 그 때 옆에 있던 약간 통실한 백인 여성이 무척 반갑다는 듯 말을 건냈다.(물론 영어였다.) 말인 즉, “Ender’s Game’이라는 이 책을 꼭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저자 Orson Scott Card의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북 아메리카, 그러니까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 작가가 무척 유명하다고 했다.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좋은 작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니, 이 경우가 바로 그런가보다 싶었다. 전시된 Orson Scott Card의 작품만 4,5종류였기에 내가 집은 책을 그녀에게 보여주며 ‘Is this his best book?’이라고 물었다. 그렇다는 답변에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책을 사기로 했다. 무척 열광적으로 책을 추천하는 그녀의 모습에 신뢰가 갔기 떄문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음 책을 사냥하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다시 한번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샤갈의 작품을 해설해 놓은 책을 한권 샀다. 샤갈 전시회에 다녀온 직후라 뭔가 추억으로 남길 것을 사고 싶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