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통의 연애 – 백영옥 지음/문학동네 |
정이현, 제리로 문단에 들어선 김혜나, 그리고 이 단편집의 주인공인 백영옥.
이렇게 놓고 보니 특별히 아끼는 소설 작가가 여성 뿐이네. 이청준, 오에 겐자부로 같은 할아버지 작가의 영향을 듬뿍 받던 시절도 있었는데 세월 따라 나도 변했나 보다.
연애에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때마침 온라인 서점에서 열심히 마케팅 중이길래 냅다 주문했다. 단편 중 하나를 책 제목으로 잡다니 참 약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게 될 일이 있었을까? 투덜대는 것 같지만 실은 약삭빠른 마케팅 덕분에 좋은 책과 훌륭한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단편인 ‘아주 보통의 연애’는 일상적인 연애를 다룬 작품은 아니다. 기대했던 바는 아니지만 어찌 보면 얄팍한 예상을 넘어섰기 때문에 놀라움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꼈지 않나 싶다. 나머지 작품도 보통의 사람을 다룬 이야기이고, 때로는 연민을 느끼고 때로는 동지애를 느낀다.
아주 멋진 책이라 자신 있게 추천한다. 나는 백영옥 작가의 나머지 책도 한 권 빼고 모조리 주문했다. 왜 한 권은 뺏냐 묻는다면 순전히 인터넷 서점의 포인트 제도를 100% 활용하기 위해서 일 뿐이다.
발췌
강묘희미용실
오늘 못 가면 내일, 내일 못 가면 모레 가면 그뿐이었다.
– 160쪽
다 보여주지 못한 건 내 잘못이며 전부 보길 원치 않은 건 그의 잘못이므로 이것은 우리 모두의 실패인 것이다.
– 172쪽
늘 그럭저럭. 겨우겨우라고 말해왔지만 한 번도 희망 비슷한 것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잘될 거야. 괜찮아지겠지. 사실 꼭 괜찮지 않아도 상관 없어. 라고 중얼거렸지만 거기엔 늘 비릿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 173쪽
고양이 샨티
칠십 년쯤 살다보면 누군가에게 확신에 찬 얼굴로 말해줄 수 있는 게 한 가지 정도는 생기는 걸까. 그게 틀린 답일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 없이 말이다. 그런 삶이라면 일단 견디고 볼 일이다.
– 1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