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0 총 정리! –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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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7, 2020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는 날씨가 이렇다.

올림픽 공원 도착

몽니

첫 날과 달리 일요일은 실내 공연으로 시작했다. 체조 경기장이던가? 다른 공연장과 달리 어두컴컴한 이곳에선 격렬한 기운이 들끓었다. 박력 넘치는 사운드가 바닥을 울렸다. 바깥과 전혀 다른 환경에 눈을 적응시키느라 입구 옆 자리에 앉아 가만히 진동을 느끼려니 감회가 새로웠다.

타임 투 락 페스티벌

타임투락 페스티벌 둘째날 #209 - 몽니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몽니 공연 - 멀어서 촬영이고 뭐고 #006

4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타임 투 락 페스티벌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대가 너무 멀어 망원 렌즈조차 없는 가난뱅이는 사진조차 제대로 찍기 힘든 큰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라니. 그저 분위기에 휩쓸린 탓인지는 몰라도 사운드가 쨍쩅한 게 실력도 일취월장한 듯 보였다.

좌우측과 가운데 설치된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비치는 보컬 김신의씨는 그새 서너 살은 더 먹은 듯 “늙어 보였다”는 농담이고 멋있어졌다. 참, 밴드라는 게 모든 주목이 보컬에 쏠리는 지라 디스플레이로는 베이시스트 이인경씨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여성 베이시스트는 가까이서 보아야 하는 법이지만, 사람 떼를 뚫고 가려니 힘이 부치니 어쩌랴. 그저 멀리서 응원만 했다.

3호선 버터플라이

몽니의 공연이 끝나자 빠지는 여성 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들 덕분에 얼른 앞 자리를 차지했다. 첫 줄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독한 팬들은 일찌감치 그 자리를 차지하고 떠나질 않았다. 두 번째 줄에 선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참 안정적이더라. 경륜이 느껴진달까. 아무리 화려한 연주를 보이는 순간일지라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 좌절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자신감을 갖게 될 때까지 걸린 노력과 시간을 고려해보면 빨라도 40대 중반은 되어야 이런 연주가 가능할까? 말까?

3호선 버터플라이 - 휴 찍기 어렵네 #001

그래도 티티카카, 스물 아홉 문득, 꿈꾸는 나비 등 주옥 같은 곡을 라이브로 들어서 기분은 좋았다. 키보드 연주자가 없었으니 깊은 밤 안개 속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못 들은 노래는 다음 기회에 또 찾아가면 되는 것이니 무슨 상관이랴.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상아 누님의 머리 스타일이랄까? 머리카락이 얼굴을 완전히 가려서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흑.

좋아서 하는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공연이 끝나고 찾은 곳은 다시금 Loving Forest Garden.

좋아서 하는 밴드 - 반응 폭발 #009

사실을 말하자면 뒤이은 Olivia, 한희정씨 공연을 관람할 때 좋은 자리를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찾은 공연이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참, 좋은 음악 듣는 운은 있는 모양인지 좋아서 하는 밴드의 공연은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나를 포함해 관객의 반응이 어찌나 폭발적이었는지, 공연이 끝나고 빠져나가는 관중 사이로 “라이브가 이래서 좋구나”라는 말소리가 들렸다.

Olivia

앗, 그러고 보니 Olivia 의 사진만 찍지 않았네. 민트페이퍼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포스터로 대신하지 뭐.

10월 24일 러빙포레스트가든 출연아티스트 개별포스터 - Olivia

이때는 자리가 너무 좋지 않아서 사진 찍을 기분이 나지 않았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도 좋은 점은 있었는데, 베이시스트의 연주를 주의 깊게 듣기에 좋은 위치였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섭외한 세션인 듯 한데, 그루브를 타는 모습이 그토록 여유 넘치는 연주자는 흔하지 않다. 그렇다 보니 Olivia 보다는 이쪽에 정신이 집중되고 말았다.

한희정

한희정 #017

한희정씨는 더더밴드 때, 참 좋아했다. 어라, 과거형이네. 아직도 좋아한다. 다만, 그 사이 공백이 크긴 했는데, 한희정씨가 더더밴드를 나오고 나서 잊고 지내다 2010년이 되어서야 우연히 찾아내었기에 어쩐지 어색한 느낌이 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차분한 노래를 주로 하다 보니 한희정씨를 떠올릴 때면 신비롭다는 느낌이 있었다. 아직 그런 감상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현장에서 관객(나도 그 중 한 명이지만)과 주고 받는 대화를 듣다 보니 “한희정씨도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들더라. 앨범에는 관객과의 대화, 멘트라는 게 없으니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은 몰랐지.

앗, 그러고 보니 한희정 누님이군. 참, 예뻐서 얼핏 한두 살 어리거나 동갑일 것 같지만 모습에 속으면 안 되지. 하하.

공연 감상을 짧게 요약하자면, 무대와 계절에 딱 맞는 음악이었다. 예전 곡이든 신곡이든 앨범으로야 여러 차례 들었지만, 이렇게 독특한 무대에서 라이브로 듣는 음악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집으로

원래 계획대로라면 디어 클라우드의 공연까지 봐야 했다. 그러나 호숫가의 찬 바람을 신나게 맞았더니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설상가상 이소라, 김윤아, 뜨거운 감자 등 유명 뮤지션의 공연이 남은 데다 일요일이라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다. Loving Forest Garden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아래 사진을 보면 경기장을 가로지를 만큼 줄이 길었다. 사실 사진에 얼핏 보이는 줄은 전체의 1/3에 불과할 뿐이니 말 다 했다.

200 미터는 족히 되는 줄의 극히 일부

돌아가기 전에 한희정씨의 사인회라도 참가해볼까 했으나 결론만 말해 실패했다. 알고 보니 오후 1시쯤에 사인회 번호표를 배부했다는데, 그땐 몽니와 3호선 버터플라이 때문에 어차피 자리를 뜰 수 없는 상황이었다. 쳇! 차라리 오전 11시쯤 배부했다면 어떻게든 찾아갔을 텐데 말이지.

이렇게 즐겁던 이틀은 지났고, 나는 월요일부터 시작된 신입사원 워크샵에서 감기 몸살로 고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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