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단 – 광란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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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December 4, 2010

중계본동에서 학동역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해보려고 사전 답사에 나섰다. 지난 밤에 비가 시원스럽게 내렸다. 오후 1시가 넘어서도 부슬비가 내리는 통에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집을 나섰다. 비 좀 맞는다고 죽을 리도 없었다. 게다가 산성비의 부작용으로 대머리가 된다는 둥 하는 소문은 모두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전문가가 TV에 나와 말했으니 걱정거리를 하나 덜었다. 한마디로 말해 까짓 비 좀 맞으면 어때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섰다.

대충 네이버 지도로 살펴보니 하계역보다는 중계역을 거쳐 중랑천에 진입하는 편이 길 찾기 쉬워 보였다. 하계역을 통해 가면 거리상 이득 볼 가능성이 있긴 했지만, 첫날엔 익숙한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중랑천은 한가한데다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됐다. 스트라이다의 타이어가 너덜너덜해진 상황이라 제 속도가 나오지 않아서 답답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중랑천의 자전거 도로는 쭉쭉 뻗어있긴 하지만, 한두 곳에서 우회해야 했다. 직선 도로가 줄곧 이어지기도 했고, 첫 답사이다 보니 세네 번은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길을 달리고, 엉뚱한 길에 들어섰다가 빠져 나오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나니 성수대교에 도착할 무렵엔 1시간 반이나 지나있었다. 1시간 내에 주파하려던 계획이 우스울 정도로 엄청난 차이였다.

성수대교부터는 쉬웠다. 다리 건너 이어진 다리를 계속 따라가다가 역삼역이 보일 즈음해서 우측 언덕만 넘으면 됐다. 단지 성수대교에 들어설 때부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가느라 힘들었다. 젖은 노면 위이다 보니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넘어질 뻔 했다. 내리막길에선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도로 위에 정차된 자동차에 부딪힐 위험도 있었다.

회사 건물에 도착했을 때는 꼬박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잠시 비를 피해 있다가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다. 몸이 피곤하니 자전거로 되돌아간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었다. 돌아올 때는 50분 정도 걸렸다. 출근 때만 자전거를 탄다고 하면 대충 1시간 정도 더 걸리는 셈인데, 따로 운동하는 것보단 나아 보인다. 게다가 사전답사라 엉뚱한 데 시간 낭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분 내지 40분만 더 투자하면 될 듯 하다. 이 정도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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