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3일만에 선배에게 폭행당하다 . 서명덕 기자님께서 쓰신 글이다. 불합리한 위계 질서와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는 사회이다 보니 그냥 지나쳐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당한 적이 없었다면 말이다.
복무 만료를 6개월 가량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산업기능요원인 직원만 모아놓고 교육이란 걸 하고 있었다. 병무청에서 산업기능요원 실태조사를 나왔을 때 효과적으로 불법적인 행태를 감추는 방안에 대해 교육하는 자리였다. 한참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용해졌다. X 과장이 하던 말을 멈췄기 때문이다. 해야 할 말을 잊어먹었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회의실 원형 테이블을 뛰어 넘어오더니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 속에 새하애졌고, 주변 사람들은 순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설명 도중에 내가 옆 자리에 앉은 동료에게 귓속말한 게 발단이었다. 자신에 대해 비방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그런 교육을 진행했던 것이니 자신도 수치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듯 하다.
어쨌든 나는 곧바로 회의실을 나와서 팀장에게 가서 폭력 행사가 있었다는 걸 알렸다. 이후 신속하게 후속 조치가 이뤄졌는데, 위의 수습기자 사건과는 달리 합리적으로 해결되었다. 바로 상벌 위원회가 열렸고 다음날 아침 사건 정황과 처벌을 공지했다. 화가 가라앉은 후에 내가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기에 일이 아주 커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정도의 감봉 등이 뒤따랐다. 누가 보기에도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인식할 수 있는 조치였다.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려면 윤리 의식부터 재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에서부터 곪아들어 가서 언젠가 그 대가를 치루기 마련이다. 특히 사내 폭력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런 극단적인 사건의 이면에는 불합리함이 숨어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건전하지 못한 조직 문화가 가장 먼저 반영되는 게 이직률의 증가이고, 폭력은 한참 뒤에 나타난다. 마지막에 가서는 분식 회계나 근무 시간 조작에 따른 수당 챙기기 등의 행태가 벌어진다.
이같은 기준에서 보건대, 해당 언론사는 상당히 심각한 정도로 조직 문화가 부패했음이 틀림없다. 사람이 저 정도 다쳤으면 아무리 늦어도 다음날 사건 정황을 조사할 위원회가 구성되고, 당사자들에게 조사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어야 한다. (사실 새벽녘에 벌어진 사건이니 그 날 바로 대처가 이뤄졌어야 옳다.) 그런데 팀장이란 사람이 자신이 그 자리에 있질 않아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라고 했다니. 사건 초기에 정황을 파악하고 당사자의 증언을 들어보는 최소한의 조치조차 할 생각을 안 한다니, 이게 유치원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법적 공방은 차지하고라도 회사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만으로도 최소한 감봉 조치는 할 수 있다. 이렇게 사건을 무마해나가다 보면, 기둥이 썩어 문드러지는 데 몇년 걸리지 않는다. 열악한 중소기업조차 폭력 사건에 발빠르게 대응하는데 한 사회를 대표하는 언론사에서 이 모양이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후기. 오마이뉴스를 보니 폭행에 연루된 기자가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직접 그런 일을 경험하셨다니 상당히 쇼킹하네요. 전 나름 분위기 좋은 (사업이 잘 되는 걸 떠나 직원끼리 오손도손 잘 지내는) 벤쳐회사 2군데만 다녀보니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벤쳐기업이야 서로들 형,형 하면서 지내니 그렇다치고 대기업들은 나름 젠틀한 상하관계가 있을거라 상상을 하다가 대기업 계신 분들 이야기 들으니 뭔새끼 뭔새끼 소리 듣는게 일상다반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때에도 꽤 쇼킹했는데, 저런 사내 폭력이 존재한다는 건 정말 딴세상 얘기 같네요.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꽤 분위기가 괜찮은 회사였는데, 조금씩 망가지더니 막판에는 아주 엉망이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가끔 새 소식을 알려주곤 하는데,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망가졌더군요.
한 세대가 바뀌고, 지금의 젊은이가 사회 주력이 되었을 때는 분위기가 달라져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