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고(北高)는 매년 이틀에 걸쳐 80km를 걷는 보행제라는 행사를 치룬다. 도다 시노부, 니시와키 도오루, 고다 다카코, 유사 미와코 네 사람에겐 이 날의 보행제가 고교 마지막 행사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감동 받은 나머지 온다 리쿠의 또 다른 소설 밤의 피크닉까지 읽어버렸다. 사실 또 다른 소설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온다 리쿠의 작품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밤의 피크닉 뿐이다.
출판 순서 상으로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신작에 해당하니 당연한 바일지도 모르지만, 온다 리쿠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보여 준 이야기꾼으로서의 탁월한 재능을 밤의 피크닉에서 또 한번 보여준다. 만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 간의 대화, 내면의 모습을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간다.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일 뿐인데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360쪽에 달하는 분량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펼치게 된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온다 리쿠는 탁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묘하게 호감이 가는 문장을 구사한다. 신중하게 단어 하나와 한문장 한문장의 배치를 고려한 듯한 오에 겐자부로식의 문체는 아니지만, 간결하게 치고 나가는 감각이 즐겁다. 원래 미스테리나 추리 소설을 쓰던 작가라서 그런 것일까?
밤의 피크닉을 한줄 한줄 읽어나가면서 솜사탕이 점점 불어나가듯 아쉬움이 커져갔다. 그러니까 말이지. 타이밍이야.
라는 시노부의 말처럼 8년 전 쯤에 밤의 피크닉을 읽었더라면 어떠했을까? 조금만 더 어깨의 힘을 빼고 고교 생활을 즐길 수 있었을까? 당시엔 존재하지도 않았던 작품이니 의미 없는 질문인 것을 안다. 하지만 의문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어쩌다 심심풀이로 누나 책장에 있는 책을 읽었어. 『나니아 연대기』라고 하는, 완전 딴 세상의 판타지였는데.……
응. ‘아뿔싸, 타이밍이 늦었다.’야 어째서 이 책을 좀더 옛날, 초등학교 때 읽지 않았을까 몹시 후회했어. 적어도 중학생 때에라도 읽었더라면. 10대의 첫머리에서 읽어두어야 했어. 그랬더라면 분명 이 책은 정말 소중한 책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기 우해 뭔가가 되어주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분해서 견딜 수 없어졌어.
P.S. 한심한 이야기라서 할까 말까 말설였는데, 훈련소에서 행군하던 때가 계속 떠올라서 책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시노부의 말마따나 타이밍이 중요하다. -_-;;
P.S. 하나 더. 혹시 주변에 사춘기 중고등학생이 있다면 추천해 보자. 그리고 밤의 피크닉은 성장 소설이긴 하지만, 성인이 읽어도 부족함이 없다.
책을 읽는 데 타이밍을 고려해본 적은 없네요. 타이밍이라… 책이란 것이 언제 읽어도 설령 다른 느낌일지라도 무언가 와닿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죠. “책은 과거와의 대화다.”
밤의 피크닉에서도 언급되는 나니아 연대기를 읽어보셨나요? 저는 영화 개봉 두 달 전쯤에 사서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 재밌게 읽었다는 사람도 많아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만, 결국 에피소드 2개 정도만 읽었습니다. 얼음과 불의 노래와 같은 성인 판타지에 익숙진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은하영웅전설을 시작으로 동화책에서 손을 떼고 말았습니다. 만약 그 전에 나니아 연대기를 읽었더라면, 누군가 물었을 때 “아, 그 책 정말 재밌었지.”라고 대답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