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교보문고 갔다가 노란 표지의 강렬함에 이끌려 사게 된 Watchmen. 2008년에 읽은 소설 중에서 당연 압권이고 Comics가 아닌 Graphic Novel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오늘날까지,Watchmen은 휴고상을 받은 유일한 그래픽 노블로 남아있으며, 타임이 2005년에 선정한 "최고의 영어 소설 100"에 오른 유일한 그래픽 노블이기도 하다.
작품의 배경은 한참 냉전이 심화될 무렵으로 이야기 중간에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핵전쟁의 위기감이 고조된다. 이야기 속의 세상은 현실의 지구와는 달라서 일종의 평행우주를 생각하면 된다. 가상의 역사. 가면과 우스꽝스런 코스튬을 한 영웅들이 존재하는 미국이지만 경찰들의 반발 때문에 정부의 허가를 받은 영웅만 활동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모든 사건은 가장 대중적인 영웅 중 한명인 코미디언이 살해당하면서 시작된다. 잔혹한 성격의 로어셰크는 영웅들을 차례로 살해하려는 음모라 생각하고 조사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나이트오울 같은 이전 동지들도 휘말리는데, 사건은 생각치도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된다.
Watchmen은 기타 영웅물과 다르다. 우선 캐릭터가 살아있다. 배트맨에선 어릴적 강도에게 부모를 잃은 소년이 악당과 싸우는 영웅이 되며, 그런 과거 탓에 주인공의 음침한 성격이 두드러진다. 스파이더맨은 평범한 이웃집 청년 같다. 그는 세상을 구하느라 피자 배달을 망치고 시험 성적 때문에 고민한다. 그러나 Watchmen에 등장하는 인물은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보다 더 생생하다. 영웅의 이름을 팔아 이윤을 챙기는 자, 영웅이 아니면 사이코패스가 됐을 자, 영웅이었던 어머니의 열성 탓에 어쩔 수 없이 영웅 행세를 하게 된 자들이 넘쳐난다. 각기 성격적 결함이나 나약한 면모를 갖고 있고 이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
어느 정도로 묘사가 탁월하냐 하면, 가장 냉혹하며 범죄자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로어셰크가 결국 가장 인간답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결코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인간상이 시대 흐름에 꺾여 시들어가는 다른 영웅들과 대조적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저항하는 모습이 멋지다.
Watchmen은 스토리가 탄탄하다. 마지막에 가서야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며 이를 밝혀내는 과정엔 과장이 전혀 없다. 글만으론 표현하기 힘든 기법도 많이 동원됐는데, 신문 가판대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동시에 두가지 이야기가 진행된다. 가판대 주인과 손님들의 대화 밑으로 어떤 남자의 생존기가 나오는데, 끝까지 책을 읽으면 도대체 이 생존기가 어떤 연유로 등장했는지 알게 된다.
소설의 결말은 충격적인데, 씁쓸한 뒷맛을 남기지만 가족의 화해를 통해 희망도 맛보게 된다. 또한 마지막 한컷이 최후의 반전을 암시하는데, 어느 컷 하나도 군더더기가 없다.
Watchmen은 2009년 3월에 영화로 나올 예정인데, 트레일러의 영상이 너무나 훌륭하지만 약간 걱정되는 점도 있다. 나이트오울이 배트맨처럼 멋지게 등장하는데 이게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라면 좋겠다. 작중의 현실에서 나이트오울은 은퇴한지 오래된 배가 볼록나온 중년의 아저씨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부디 단순한 영웅물이 아닌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는 그런 작품이 나오길 바란다. (오지맨디아스가 원작과 다르게 금발이 아닌 은발-어쩌면 흰머리일지도-로 나오는데, 이건 작품의 색깔과는 상관없으니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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