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로띠르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새로 들어선 카페. 원두 종류가 다양하고 상당히 전문적으로 커피를 다룬다.핸드드립 커피 한잔을 마신 후에는 아메리카노 리필도 된다. 근처에 있는 나무아래 카페와 이 점은 비슷하다. 요새는 나무아래는 못가고 주말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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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따위 없어도 즐거운 부암동 산책

부암동에 가자는 이야기만 하고 무턱대로 출발! 작년 봄 지인의 전시회를 갔다 온 기억이 나서 경복궁역에서부터 걸어 올라가자는 막연한 계획만 세웠다. 내 손에 든 카카오 플레이스만 있으면 그때그때 맛집 찾기야 쉽겠지 싶었다.

경복궁역에 하차해 길에 나서니 어찌나 날씨가 좋던지. 근처 스타벅스부터 들려 아이스 커피 한 잔을 사들고 걷는다. 경복고를 다닐 무렵에는 이렇게 화려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멋진 카페와 디자인 사무소 등이 하나 둘 들어서 주변 광경이 생소하다. 그 와중에 파파이스나 통인 시장 같은 곳은 간판만 바뀌었을 뿐 그때 그 자리에 남아 친숙한 풍경을 자아낸다. 언젠가는 여기에 집을 세우리라 결심한 곳의 풍경이 하나 둘 달라지는 광경은 아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새 건물과 가게가 들어선 자리엔 무엇이 있었나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다가 오래 전 모습 그대로 남은 공간을 발견하면 단 한번 들어가본 적 없는 곳일지라도 어쩐지 반가워서 들뜬다.

모교 정문에 잠시 들렸다 돌아나간다. 다시 부암동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불러세운다. 바쁘지 않으면 여기 들어와 보라 하시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다래 식당 간판이 걸린 가게로 들어선다. 아, 중년의 아저씨, 아니지 음악인 한 분이 가게에서 즉석 공연 중이다.

엉뚱한 곳에서 보는 라이브 공연이라니! 예기치 않은 즐거움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하루 내내 즐거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두세 곡을 듣곤 아쉽지만 자리를 떠 다시 부암동을 향한다. 다 마신 커피 잔을 가게에 놓고 와 다시 돌아가는 헤프닝도 있었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마지막으로 여기 온 게 언제더라? 추운데다 사람이 없었는데 오늘은 와~ 사람 참 많다. 전에는 평일에 왔었나? 아니면 추워서 사람이 없었나? 이 동네가 원래 사람이 많은데 내가 몰랐구나 싶다.

2013-05-11 15.28.09

슬슬 배가 고프니 카카오 플레이스를 들고 근처 맛집을 찾는다. 많기도 해라. 너무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오는 레스토랑(라비아)을 지나치지 못하고 입구에 들어섰지만 자리가 없어 원래 계획대로 정영선 멸치국수 집으로 향했다. 오후 세시 무렵이라 그런지 주방장이 허기진 배를 채우던 참이다. 자리도 넉넉하여 창밖 풍경이 멋진 자리를 잡아 앉았다. 1층은 국수류를 팔고 2층은 돈가스 등을 파는 모양이지만 어디든 주문은 다 되는 모양이다. 오리엔탈 돈가스와 비빔국수를 시켜 먹는다.

정영선 멸치국수에서 #4

정영선 멸치국수에서 #6

반찬 정갈하고 돈가스는 두툼한데다 비빔국수는 깔끔하다. 야채가 신선한 음식은 언제나 맛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산책한다. 드라마에 나왔다는 카페 산모퉁이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잠깐 둘러보고 바로 나선다. 씨끌법썩한 카페는 좋지만 정신 사납게 사람이 돌아다니는 곳은 싫다. 다음엔 아침 일찍 와서 북악산 경치를 맘껏 누리고 떠나리라.

부암동 카페 산모퉁이

발걸음이 내키는 곳을 찾아 들어가다 보니 어느새 백사실 계곡이다. 아, 이렇게 들어가는구나. 이 곳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지만 이런 곳에 길이 있을 줄은 생각조차 못했네. 참, 엉뚱한 곳에 길이 있다.

백사실 계곡 가는 길 #1

이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바로 계곡이다. 도룡뇽이 서식할 정도로 깨끗한 곳이지만 물줄기는 참 아담하네.

백사실 계곡 #1

그래도 물소리와 나무가 드리운 그늘이 어찌나 시원한지. 벤치에 잠시 누워서 숨을 돌린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쉬었다 가면 참 좋겠다. 맛집 찾아갈 생각에 간신히 힘을 내 다시 길을 되돌아 간다. 날이 더우니 부암동 입구에서 잠시 차가운 음료를 마신다. 카페 스탐디쉬에서 미숫가루와 자몽에이드 두 잔을 순식간에 비운다. 지쳐서 다시 한번 숨을 돌린다.

어느새 다시 효자동이다. 통인 시장에 있다는 원조기름떡볶이 집에 간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일 때는 이 길을 늘상 지나다녔는데 한번도 통인 시장에 들어선 적이 없다. 이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많은데 왜 그랬지? 우리는 파파이스나 분식점만 줄곧 들낙날낙했던 것 같다. 이렇게 맛있는 곳이 즐비한데 그 즐거움을 몰랐다니 참 신기하지.

효자동 통인 시장 원조기름떡볶이 #1

오후 7시 15분 무렵인데 장사는 막바지다. 떡볶이가 얼마 안 남았다. 쫄깃쫄깃한 떡볶이와 기본에 충실한 전 모두가 일품이다. 가게 주인 가족이 하나같이 자부심이 대단한데 과연 그럴만 하다. 남은 건 싸서 가져가려던 계획이 무색하게 다 먹어치우고 빈 접시만 남았다. 앞선 손님만 아니었으면 마지막 남은 2인분을 내가 사갔겠지.

산책은 이렇게 끝났다. 반나절을 걸었더니 지쳐서 택시를 잡았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 행사를 한다는데 퉁퉁 부은 발로는 무리다 싶다. 자, 욕심 그만 부리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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