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만 되면 개미 한마리 없는 회사

SAS Institute는 Ship it!의 저자들이 근무하는 회사라 친숙하다. 책에서 소개하듯 SAS 인스티튜트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개인 소유의 기업인데, 국내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한데 지난 6월 2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SAS 인스티튜트를 소개하는 글도 함께 실렸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글이라 소개한다.

통상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첨단 기술 업계에서 높은 이직률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비상장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SAS 인스티튜트는 스톡 옵션 등 인재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타기업들이 사용하는 처방을 따르지 않는데도 이직률이 4%대를 넘지 않는다. 창사 이후 20년 동안, SAS의 이직률이 5%를 넘은 일은 단 한번도 없다.

비결은 바로 직원들을 누구보다 ‘느긋하게’ 만든 데 있었다. 자유 계약과 스톡 옵션이 보편화 돼 있는 IT 업계에서 SAS는 돈보다는 회사와 직원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했다. 직원들의 기대 수준보다 더 높은 대우를 해주는 ‘차별화된 인력 관리’가 바로 SAS의 힘이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 트라이앵글의 캐리(Cary)에 위치한 SAS 본사. 24만평이 넘는 대지에 18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호수·정원·숲 등 훌륭한 조경을 갖춰 ‘대학 캠퍼스 분위기’가 흐른다. 본사 곳곳엔 조각 공원과 피크닉 장소가 조성돼 있고, 산책로까지 꾸며져 있다. 구내 병원엔 간호사 6명, 의사 2명, 물리치료사 1명, 마사지 치료사 1명, 정신치료전문 간호사 1명이 배치돼 있다. 사전에 예약을 하면, 5분만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사내에 마련된 몬테소리 유치원은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3명이다. 고급 레스토랑 못지 않은 구내 식당엔 언제나 우아한 피아노 소리가 흐른다.

SAS의 공식적인 근무 시간은 일주일에 35시간. 직원들은 근무 시간이 끝나는 오후 5시가 되면 일제히 퇴근한다. 모두 근무 시간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오후 7시가 되면 회사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을 정도다. SAS는 ‘좋은 기업’의 중요한 특성 가운데 한 가지를 갖추고 있다. 그것은 바로 ‘충분히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도 계속 남아 있게 하는’ 근무 환경이다.

낮은 이직률은 하이테크 기업의 최대 무기이다. 우리 주변엔 실적은 좋지만 이직률이 높은 기업이 적지 않게 있다. 과연 이런 기업이 앞으로 10년 뒤에도 최고로 남아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여담이지만, 증권사 직원이 모기업 관련 배당주 펀드를 추천했었는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 회사 들어가서 ‘행복’하다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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