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 - 유정식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  - 유정식 저

Inuit Blogged에서 소개글을 읽고 혹 해서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를 구매했다. 기대했던 바대로 논조가 신랄해서 내내 ‘킥킥’거리며 읽었다. 한국의 컨설팅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날카롭게 지적했다. 예를 들면, 주니어 컨설턴트를 시니어로 속인다던가, 주니어 대신 인턴을 투입해서 컨설팅의 품질은 저하시키고 수지를 맞추는 신공이라던가, 타 회사의 방법론을 훔쳐 쓴다던가, 보고서를 베낀다던가 하는 못된 관행을 모조리 폭로한다.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는 1장 목록만 훑어봐도 대강 감 잡을 수 있다.

  1. 하루아침에 전문가로 거듭나는 애송이

  2. 크레덴셜 조작하기

  3. 20대 컨설턴트? 이건 아니잖아!

  4. 끊임없이 재활용되는 보고서

하루아침에 전문가로 거듭나는 애송이20대 컨설턴트? 이건 아니잖아!는 여러 번 고심했던 이야기를 해줘서 속이 다 시원했다. 수 년째 컨설팅에 관심을 가져왔고 오랫 동안 컨설턴트로 일해왔던 선배와 진로 상담을 여러 차례 했지만, 결국 나는 당분간 컨설팅 회사에선 일하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30대도 안 된 새파란 애송이가 컨설팅을 한다는 게 어쩐지 사기치는 느낌이었다. 보통 회사에 입사하면 신입 사원 대우 안 받으면 다행인 주제에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단 사실만으로 전문가 행세를 하려고 들다니 자신이 생각해도 웃긴데 내 고객은 어떨지 상상해보니 어이가 없었다.

만약 저자가 컨설턴트와 컨설팅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단순히 고발하는 데 그쳤다면 그럭저럭 B 정도 받는 범작에 그쳤겠지만, 양념을 좀 더 가미해서 A+를 받아낸다. 애송이 컨설턴트와 엉터리 회사를 잡아내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공한다. 공부 안 하는 컨설턴트 감별법 5가지 등에선 웃지 않을 도리가 없다.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는 컨설턴트의 잘못만 지적하진 않느다. 2장에서는 고객도 잘못이 있다며 목소리 높인다. 특히 사내 정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컨설팅을 이용하는 사례에 공감이 갔다. 다양한 사례가 제시됐는데, 많은 사람이 알 만한 이야기도 있었다.

정부 부처의 고위관계자는 신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환란 직후 외국계 ‘톱3’ 컨설팅 업체로부터 경영진단을 받았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환란 재발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지는 나와 있었다. 사실 컨설팅기관의 권고에 새로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포장을 위해서는 그들의 존재가 유용했다.

가장 유용한 내용은 마지막 장에 나온다. 컨설팅을 제대로 활용해서 원하던 성과를 이끌어내도록 조언해준다. 외부 컨설턴트를 어드바이저(Advisor)로 고용한다던가, 컨설턴트를 평가하기 위해 다른 컨설턴트를 부른다던가, 보통 사람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새로운 생각만 제시하는 건 아니라서 제안요청서 쓰는 요령도 자세히 일러준다.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는 제목이 자극적이라 절대 읽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웹 서핑 중에 이 책을 소개한 글을 우연히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제목만 슬쩍 보고 넘어갔지 않았을까? 다소 거친 제목이긴 하지만 이 책에선 컨설팅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살아있다. 자신이 노는 물에는 돌덩이를 던지지 않는 사회에서 자기 고발성 책을 내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저자의 용기와 소명 의식에 경의를 표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

고객에게는 직원만족의 중요성을 그토록 역설하는 컨설팅사들이 정작 자기네 직원들에게는 직원불만족 혹은 직원분노를 부추기는 건 정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프로젝트 하나만 해보면 해당 산업과 해당 서비스에 대해 전문가로 행세시키려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일반회사에서 적어도 5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가진 사람 중 전략적 사고능력과 의사소통력이 뛰어난 자가 컨설팅 스킬을 익혀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인력의 흐름입니다.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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