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왓치맨 (Movie, Watch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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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8, 2020

의례 매년 있는 일이지만 회의를 느끼고 인생을 좀더 즐겨보자는 취지로 영화관을 향했다. 실로 오랜만에 영화를 보는 터라 되도록 친구와 함께 가려 했지만, 인터넷에서 알아본 바 특히 여성들이 이 영화를 싫어하는 듯 하여 포기했다.

저녁 8시 35분. 차가 밀려 걱정했지만 다행히 5분 전에 도착했다. 지루한 광고가 끝나길 기다리는 사이 관객이 차례차례 들어왔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영화 시작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영화 평을 봤으면 이렇게 많은 커플이 올 리가 없는데, 하기야 모두가 준비성이 철저하진 않은 법이지. 제발 지루하다고 떠들지나 마라. 이렇게 생각했건만 옆에 앉은 여자와 동행한 남자 녀석이 수시로 킥킥대는 바람에 성깔 나올 뻔했다. 조용히 눈 감고 자던가. 그렇다고 녀석 뒤통수를 한대 쳤다간 나까지 쫒겨날 판이라 화를 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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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꽤 괜찮았다. 원작을 읽고 이해한 사람에겐 흥미로운 영화임에 분명하다. 2시간 40분에 그 엄청난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달하려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대신 종이에선 느끼지 못하는 움직임과 화려한 영상이 마음에 들었다. 냉전 시대로 대표되는 20세기와 그 중심에 있던 미국의 역사에 대해 잘 안다면 특히 초반부에 세심한 묘사(왓치맨, 이 영화가 대중적이지 못한 이유를 참고하자)를 눈치채고 즐거워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틱틱’ 대는 건 스스로의 무지를 드러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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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에 문제가 있긴 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은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 것 같다. 원작의 세밀한 묘사와 절묘한 사건 전개를 상당히 빼먹는 바람에 영화만 봐선 설득력이 떨어지는 장면이 많다. 특히 로리가 자신의 친부가 에드워드 블레이크란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데, 그 전까지 로리가 코메디언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유추할 만한 곳은 어머니와의 대화 뿐이다. 내 생각에 로리의 눈물과 모든 일이 끝나고 로리와 어머니가 화해하는 장면이야말로 Watchmen을 명작으로 만든 양대 기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너무나 아쉬웠다. 영화는 그저 다른 하나의 기둥을 표현하려 노력했을 뿐이다. 이 영화나 원작에 대해 평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 화해에 대해선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다. 왓치맨이 그저 영웅놀이 또는 현대 미국역사에 대한 안티테제라고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원작을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

사실 원작의 영화화 결정을 알게 됐을 때 영어 회화 선생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미국인인 그들은 다행히 그래픽 노블을 좋아했다. 본디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 회화 시간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는데, 공통의 관심사를 찾게 돼 다행이었다. 어쨌거나 그들과 이야기하다 문득 한국인 다수가 왓치맨을 이해하기엔 사전 지식이 부족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워터게이트 사건조차 모르는 이가 왓치맨을 즐기기엔 솔직히 역부족이다. 그렇게 생각했고 영화가 기대보다 원작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그래도 즐거웠다) 관객이 영화를 즐기면 되려 이상하긴 하다.

이젠 새벽 1시가 가까워져 머리가 어지럽다. 이쯤에서 내 감상은 정리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왓치맨에 대한 오해나 정리해보자.

아, 그 전에 왜 왓치멘이 아니라 왓치맨인지 모르겠다. man이 아니라 men인데 말이지.

닥터 맨해튼의 성기

닥터 맨해튼의 성기가 여러 번 등장해 민망했다는 의견이 여럿 있다. 심지어 어떻게 심의를 통과했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영화를 직접 보니 그다지 문제될 게 없었다. 로리와의 성관계가 잘 안 풀린 후 성기를 노출하는데 이거야 어색할 게 없다. 또한 인간의 몸이 사고로 분해되고 자신을 재조립해 닥터 맨해튼으로 다시 탄생하는 장면도 옷을 입었다면 되려 웃겼을 것이다.

인정 못함

댄과 로리의 성관계

성관계를 맺는 장면은 둘이다. 첫 장면은 그리 길지 않다. 영화에선 묘사가 부족했는데 사실 이는 코스튬 히어로의 삶을 끝내고 무기력하게 살아온 댄이 발기하지 못하는 장면이다. 그러던 그가 다시금 코스튬을 입고 로리와 함께 사람들을 구해낸 후 자신감과 열정을 되찾는다. 이때 둘이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 꽤나 길고 진하고 노골적으로 나온다. 이 장면에서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기껏해야 남자 엉덩이가 여자 가슴 정도만 나왔는데 뭐가 그리 불만인지 모르겠다. 역겹게 묘사하지도 않았고 이 정도 묘사는 성인 영화에선 흔한데 말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장면은 닥터 맨해튼과 지구와의 인연이 끊기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물론 그러한 심각성이 영화에선 덜 드러났지만.

폭력적이다

사실이다. 감옥에서 로어셰크와 빅 피겨의 부하들이 싸우는 장면은 감독이 잔인하게 묘사하지 않아도 됐다고 본다. 댄과 로리가 싸울 때마다 피 튀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묘사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어린 아이를 납치해 개의 먹이로 줬다는 걸 암시하는 장면은 반드시 나와야 했다. 그 장면은 로어셰크가 진정한 로어셰크로 탄생한 계기이며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그 수많은 좀비 영화들. 좀비 영화나 최근에 나온 폭력적인 액션 영화에 비하면 왓치맨은 수위가 낮다. 무슨 아름다운 영화만 봤는지, 왜 이리 불평이 많나 싶다. 

영웅주의를 드러내는 영화

영화나 소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견해는 우스울 때가 있다. 이 작품을 영웅놀이에 대한 안티테제라고 본다면 그건 일면 맞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하지만 “수백만 명을 죽여도 그저 평화면 OK라는 영화의 핵심 내용이라든지”라며 영화를 거꾸로 해석하면 어찌할 방도가 없다. 영웅물이라면 슈퍼맨밖에 보지 못한 사람인가?

이의 있음!

영화냐 다큐멘터리냐

“왓치맨 인간극장 아님 다큐 이런 스타일인데 수준은 다큐도 안 되요” 라는데 왓치맨은 인간극장 맞다. 광고 때문에 슈퍼맨을 기대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원작 자체가 인간극장이요,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 수준이 못 되는 건 원작을 제대로 못 살렸기 때문이다. 사전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많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

특수 능력도 없는 히어로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을 기대했으니 그럴 수밖에. 광고만 봐선 그렇게 기대할 만하니 관객의 잘못이라곤 못한다. 그러나 특수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인간의 고뇌와 투쟁이 가능하다. 특히 로어셰크의 타협하지 않는 삶과 그 최후. 로어셰크가 닥터 맨해튼처럼 무한한 능력을 가졌다면 이야기가 웃기게 전개됐을 것이다.

총론

영화 왓치맨은 다크나이트만큼 잘 만든 작품은 아니다. 원작을 100%로 충실히 재현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원작에 얽매이지 않고 다크나이트처럼 참신함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어쩌면 다크나이트와 비교하는 건 공정하지 못할지도. 배트맨은 이미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져 특별한 배경 설명 없이도 관객이 내용을 따라잡는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왓치맨은 시리즈 물이 아니라 단편일 뿐이다. 단 하나의 작품으로 많은 걸 설명하려니 힘들 수밖에.

그러나 한편으론 관객의 무지도 문제다. 미국 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지만 한국처럼 10점 만점에 4.5점 ~ 5.5점 사이를 헤매진 않는다. 8점 이상을 유지한다고 들었다. 왜 그런가?

솔직히 미국 역사를 알아야 재미있는 작품이다. 한국인이 그만한 이해를 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너무 역사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20세기는 2차 대전과 냉전으로 점철됐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은 엄청났다. 냉전에서의 승리까지 감안한다면 사실상 20세기의 주역은 미국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이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학교 교육에서 세계사, 심지어 한국사의 비중까지 줄어들었으니 어찌 사람들이 이 작품을 즐길 수 있겠는가?

여기까지다. 이제 피곤하다.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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