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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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June 29, 2006

두달 전부터 7월부터는 휴가 쓰겠다고 했는데, 이틀 전인 오늘에 와서 딴 소리를 한다. 공식적인 이유인 즉슨, 기술본부의 DBA가 며칠 전에 퇴사하는 바람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장의 속내는 전혀 다르다.

개판을 치니까 휴가를 안 주는거야. 너도 앞으로 잘하란 말야. x이사도 문제야, 아무나 휴가를 주는게 아닌데.

이는 지인이 사장실에 갔다가 실제로 들은 내용이고, 쌍소리는 제거했다. 예전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이 사람은 누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무지하다. (싸구려 웹카메라는 전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고 설치했던 것 아니었나?) 한판 설전을 벌였던 x이사 마저도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인정한다. 제때 무사히 휴가를 쓰기 위해서 미친듯이 업무인수인계 자료를 작성하고, 신규 프로젝트에 힘을 쏟아부었다. 대충 테스트만 통과하면 된다고 하는데도 성의껏 상용 서비스가 가능한 정도까지 개발했다. 최초 계획을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하기사 L과장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할 때도 다음 주에 나가라 그래.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면담 한번 안 한 사람이다. 거의 5년을 이 회사에 근무한 직원이다.(이것은 회사 내 최장기록이다.) 더욱이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 관리를 도맡아 하던 사람인데도 업무인수인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막판까지 이 모양이니, 퇴사하고 나서 좋은 감정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예전에 J씨, U씨, 그리고 K씨 등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 것 같다.

나도 참 무던히도 좋은 회사에서 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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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ernetes, DevSecOps, AWS, 클라우드 보안, 클라우드 비용관리, SaaS 의 활용과 내재화 등 소프트웨어 개발 전반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지인이라면 가볍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의 현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협의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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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17 years ago

회사는 돈, 사람, 일 때문에 다닌다고 생각합니다.
돈이야 개발을 하면 거기서 거기고,
일이야 내 능력껏 할 수 있지만(논란의 여지는 있지만요),
사람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특히 열심히 다니던 회사도 하루 아침에 다니기 싫은 이유는
나쁜 관리자들의 ‘알량한 말’ 한마디 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뇌 구조가 궁금해집니다.

최재훈
17 years ago

처음에는 휴가 건 때문에 x이사에게 격하게 항의했는데, 진실을 알고 나니 괜시리 미안해지더라구요. 이사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저와 사장 사이에서 고생만 했던 거였습니다.

스트레스 받아봐야 저만 손해니까, 일단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렵니다. 어차피 여행은 7월 말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신규 프로젝트를 완성할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2주면 모든 기능을 구현할 시간은 됩니다. 그동안 업무인수인계다 프로젝트다 해서 사람들과 이야기조차 안 하고 일만 했는데, 이제는 여유있게 농담도 하면서 마무리 지으렵니다.

택
17 years ago

음… 왠지 전 직장 보스가 생각나네요—;;
보스들은 왜 그리 비슷할까?
사람 중요한 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죠…
같이 일했던 좋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회사를 옮길때의 씁쓸한 마음이란…

최재훈
17 years ago

차마 말 꺼내기 힘든 일들도 많습니다. 복무 하루 전에라도 해고할 수 있다는 협박은 기본입니다. 어떻게든 열흘만 꾹 참아보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