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다

두달 전부터 7월부터는 휴가 쓰겠다고 했는데, 이틀 전인 오늘에 와서 딴 소리를 한다. 공식적인 이유인 즉슨, 기술본부의 DBA가 며칠 전에 퇴사하는 바람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장의 속내는 전혀 다르다.

개판을 치니까 휴가를 안 주는거야. 너도 앞으로 잘하란 말야. x이사도 문제야, 아무나 휴가를 주는게 아닌데.

이는 지인이 사장실에 갔다가 실제로 들은 내용이고, 쌍소리는 제거했다. 예전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이 사람은 누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무지하다. (싸구려 웹카메라는 전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고 설치했던 것 아니었나?) 한판 설전을 벌였던 x이사 마저도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인정한다. 제때 무사히 휴가를 쓰기 위해서 미친듯이 업무인수인계 자료를 작성하고, 신규 프로젝트에 힘을 쏟아부었다. 대충 테스트만 통과하면 된다고 하는데도 성의껏 상용 서비스가 가능한 정도까지 개발했다. 최초 계획을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하기사 L과장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할 때도 다음 주에 나가라 그래.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면담 한번 안 한 사람이다. 거의 5년을 이 회사에 근무한 직원이다.(이것은 회사 내 최장기록이다.) 더욱이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 관리를 도맡아 하던 사람인데도 업무인수인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막판까지 이 모양이니, 퇴사하고 나서 좋은 감정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예전에 J씨, U씨, 그리고 K씨 등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 것 같다.

나도 참 무던히도 좋은 회사에서 일해왔다.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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