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특히 소설을 제대로 감상해보고자 한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1부에선 속독의 한계를 지적하고 슬로 리딩을 하자고 말한다. 2부에선 슬로 리딩을 하는 기법, 책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3부에선 실제 소설을 발췌해서 읽고 감상해본다.
1부 내용을 되짚어보면 인간의 단기 기억 용량은 매우 적다. 컴퓨터로 따지면 CPU의 캐시 메모리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빨리 읽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기 힘들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주장이 틀리진 않았지만, 속독에 관심이 있어 여러 권 읽어본 바로는 꼭 그렇지도 않다. 기억력에 대한 지적은 옳지만, 속독은 빨리 읽기와 동시에 정확하게 읽기도 강조한다. 분명 속독의 효과를 과장한 면도 없지 않지만, 제대로 연구한 책을 통해 공부하면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슬로 리딩의 취지는 십분 공감한다. 특히 소설을 제대로 즐기려면 속독은 금물이다. 나는 저자나 번역가의 문체를 음미하는 편인데, 그럴려면 문단과 문장의 길이, 단어의 선택, 시점의 변화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정확하게 읽기를 강조하는 속독일지라도 이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다.
또한 소설은 묘사가 많은만큼 상상해볼 공간이 많다.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 주인공이 입은 옷을 묘사한 대목이 있다면, 내가 아는 지식을 토대로 그 모습을 상상해보게 된다. 책이나 사진, 영화를 통해 봤던 그 당시 모습과 소설의 묘사를 대조하고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속독이 불가능하다.
2부에선 책을 천천히, 그리고 깊이 있게 읽는 방법을 논한다. 내 경우엔 수능 공부하던 때 이러한 능력을 크게 키울 수 있었다. 물론 저자의 말마따나 시험은 읽는 이의 독특한 해석을 허용하지 않고, 출제자의 의도대로 답을 써야 한다. 하지만 출제자의 의도를 적중시키려면 내 생각뿐만 아니라 남의 견해도 미루어 짐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고등학교 교육이 인생의 큰 자산이 된다고 하겠다.
3부는 아쉬웠다. 저자가 일본인이니 널리 알려진 일본 소설을 주로 소개했고, 외국 소설이라도 일본어 번역판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일본 독자들은 거의 다 알지 몰라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밖에 읽지 않은 나는 마음의 한 대목만으론 제대로 이해하고 읽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일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이니 방법이 없겠다 싶다. 한국의 젊은 작가가 비슷한 내용을 글로 쓴다면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문체다. 번역이 나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일식 때의 문체와 책을 읽는 방법의 문체가 완전히 달라서 거슬렸다. 저자 자신이 소설 쓸 때와 달리 마음 편하게 대충 어휘를 선택한 부분도 많았고, 어떤 대목은 번역가가 잘못한 건가 싶기도 했다. 일본어를 모르니 원서와 번역서를 비교하진 못하겠다.
어쨌든 이 책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음, 대충 내용은 짐작이 가지만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속독은 상당히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에겐 굳이 필요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별로 새로운 내용은 없거든요.
저는 아직도 속독은 잘 못하겠습니다. 대학 공부는 한 책을 서너번씩 읽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 정말 어렵더군요.
속독에 대해서 한 번 포스팅을 올리겠습니다^-^
그래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