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의 역사

어제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EBS에서 운동화, 세상을 사로잡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운동화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 이젠 그 존재의 기원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 하지만, 실은 운동화가 세상에 나온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일상품의 역사를 좀더 자세히 알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아디다스와 퓨마

스니커즈(Sneakers), 그러니까 고무 밑창을 댄 운동화가 나온 건 2차 세계대전 무렵이다. 이때 오늘날의 유명한 스포츠 기업인 아디다스와 퓨마가 등장했다. 이 두 회사의 역사는 실로 흥미로운데 독일인 형제 간의 경쟁을 통해 성장했기 때문이다. 루돌프 다슬러(Rudolph Dassler)와 아돌프 다슬러(Adolf Dassler, 애칭 Adi)가 그 주인공인데, 이들의 반목은 실로 대단했다고 한다. 형인 루돌프는 마케팅에 소질이 있었고 동생인 아돌프는 기술쪽 전문가였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성향 차이 때문에 반목이 시작됐다고 보기엔 무리지만, 그 불화를 심화시키는 요소는 되었을 것이다. 형제 간의 불화를 보여주는 일화는 많은데, 아돌프가 루돌프의 아내와 불륜 관계(아니, 그 반대였나? 헷갈린다)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화 중 백미는 역시 방공호에서 벌어진 난투극일 것이다. 이 난투극은 다음 인용문이 잘 설명해놨다.

그들의 결별 과정에서 있었던 일 중엔 1943년 헤르초게나우라흐에 연합군이 폭격했을 때, 아디 다슬러와 그 부인이 방공호에 대피하러 들어오자 이미 그곳에 루돌프 다슬러 가족이 있는 걸 보고 “더러운 녀석들이 또다시 왔군!” 이라고 아디가 혼잣말한 걸 – 이 말은 분명 연합군 폭격기를 지칭한 거란다 – 루돌프가 오해하고 서로가 돌이킬 수 없는 사이로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출처: 아디다스와 퓨마가 이끄는 독일 스포츠

이같은 형제 사이의 반목과 질시는 결국 루돌프가 독립하여 퓨마를 창립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후 두 사람은 서로 상대를 고소 고발하는 등 죽을 때까지 화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두 사람이 죽어서 같은 묘지에 안식처를 갖게 되었는데, 이때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아디다스와 퓨마의 전신이라 할 Dassler Brothers OHG사의 성장 과정엔 스포츠를 장려한 나치 정권과의 결탁이 있었으나, 이 점에 대해선 굳이 자세히 다루진 않겠다.

어쨌거나 아디다스와 퓨마는 서로 간의 경쟁을 통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1970년대가 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에서 갑자기 조깅이 유행한 것이다. 이때 조깅 바람에 편승해 등장한 기업이 바로 그 유명한 나이키다. 나이키는 이후 마이클 조던 같은 스포츠 스타와의 마케팅 계약을 통해 급성장해 오늘날에 이른다.

빈민을 위한 농구화

NBA를 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Stephon Marbury라는 유명한 포인트가드가 있나보다. 이 사람은 빈민촌 출신인데, 자신이 살던 마을에선 조던이 광고하는 그런 값비싼 운동화를 신을 형편이 안 됐다고 한다. 그래서 가난한 아이들도 농구화를 신을 수 있게 Starbury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살 수 있고 사재기를 못하도록 신분확인까지 거친다는데, 그래도 이베이에 가보면 일부 제품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제품 가격이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이베이에선 10달러도 안 되는 상품이 즐비하다. 단돈 만원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신품일지라도 큰 차이는 없어서 30달러 미만으로 안다. 그런데도 100달러짜리 제품의 품질이 나온다는 평이다.

Stephon Marbury (1995)

Stephon Marbury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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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광

운동화를 수집하는 광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주로 쓴다는 은어를 몇개 메모해놨다.

  • 얼리다: 깨끗하게 보관하다.

  • 흉악범 신발: 끈없는 신발. 사형수들이 자살하지 못하게 끈없는 신발을 지급한다고 한다.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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