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임백준의 소프트웨어 산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객체지향, 패턴과 리팩토링, 소프트웨어 공학 그리고 XML에 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센스가 놀라웠다. 간혹 이런 종류의 에세이 모음 중에는 새로운 내용도 없으면서 대한민국에는 소프트웨어가 없다식의 생산적이지 못한 글로 가득찬 것도 있다. 하지만 임백준씨의 글은 전혀 다르다. Frederick P. Brooks, Jr.의 No Silver Bullet에서와 같은 깊은 통찰력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오랜 개발경험이 곳곳에 묻어나온다. 때로는 침착한 어조로 객체지향의 Open-close principle에 대해 말하고, 때로는 XML을 잘못 적용하여 시스템의 성능 저하를 초래한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또한 객체지향이나 XML 등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발전의 역사를 명료하게 요약해서 전달해준다. 이 책과 더불어 누가 소프트웨어의 심장을 만들었는가를 구매했는데, 두권 모두 소프트웨어의 역사를 보여주여 즐거웠다. 내가 업으로 삼고자 하는 일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재미와 함께 자부심을 안겨준다. 다음 세대의 컴퓨팅 역사에 나 자신도 한몫 거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품게 된다.
내용적인 측면을 떠나 문체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인문 또는 사회학 전공자 중에서도 이 정도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쉽고 간결한 문체를 구사하면서도 적절한 때에 묘사와 은유 등을 동원하여 독자가 허전함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임백준씨의 다른 저작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백준씨 블로그도 감동이에요.
http://blog.daum.net/baekjun
임백준씨 블로그도 RSS로 구독하고 있습니다. 글에 링크를 걸어놨는데 놓치셨나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