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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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8, 2020

서문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에 힘입어 이 글을 쓰게 됐다. 요컨데 서평에 가까운 글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글은 나의 경험과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두 차례의 인턴,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회사생활, 그리고 다양한 고객사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장문에 걸쳐 정리한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특별한 대안이나 긍정적인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런 문제에 대해 무턱대고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방법이 아직 세련되게 정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제시하지 못할 뿐이다. 이 점 양해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나의 생각에 동의를 하지 않더라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반론을 펴고 싶다면 논리적으로, 성심껏 답변을 달아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야 내가 후일 반론을 숙고한 후, 좀더 세련된 문제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소개해 준 jhrogue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새로운 세대와 개인주의

매슬로우욕구 이론 5단계자아실현의 욕구를 인간 욕구의 정점에 놓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서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인주의가 발전해왔다. 한국도 경제성장과 함께 개인의 자유가 꾸준히 신장되어 왔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개인주의 세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존경 욕구”까지 충족하는 것이 사람들의 목표였다.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집에 돌아와선 가부장으로서 존경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 이러한 가치관을 그대로 이어받은 젊은이는 찾기 어렵다. 그들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개인주의 세대이다.

사회변화는 개인주의의 확대를 가져온다.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연금의 재정은 바닥을 드러낸다. 재정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그래서 정년연장 등의 문제가 불거져 나온다. 예상수명의 증가와 함께 정년연장은 우리가 앞으로 더 오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생직장이나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개인과 회사는 보다 유연한 관계를 추구하게 된다.

동질성에 대한 강조

서점의 한 코너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경영학 책을 들여다 보면, 어느 책이든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동의 목표의식, 우리 중심의 리더십 등과 같은 가치관을 내세운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이런 종류의 책을 소개하는 수백건의 글이 생산된다. 소소한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 책들이 주장하는 바는 같다. 개인의 이해타산을 접어두고, 공공의 선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특성과 개별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때 문제는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한 인간은 유일한 욕구를 가진 개체이다. 결코 난해한 철학이나 원칙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상황에 놓여있을지라도 개인은 각자의 관점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처한다. 이런 다양성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프로세스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ISO 등을 맹신한다. 그리고 객관적인 자료를 들이대며 성과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객관적인 자료란 측정가능한 대상만을 표본으로 삼은 통계에 불과한다. 직원의 의욕, 새로운 시장상황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 능력 같은 것은 결코 측정되지 못한다.

조직성공의 열쇠: 다양성

지식사회가 도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선언이 함축하는 의미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경영자는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지식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지식과 경험이다. 과거에는 모든 것을 잘 아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날의 거대 기업 중 대다수는 그런 사람들의 공헌에 힘입어 지금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식사회에서는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제 아무리 뛰어난 인간도 종전처럼 두세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동시에 두각을 나타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조직은 여러 사람의 다양한 재능을 결집하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다양성을 확보해야 하는 보다 더 실용적인 이유는 시장의 요구가 다양하고 빨리 변한다는 사실이다. 매스미디어가 사용하는 상투적인 단어를 빌려 말하자면, 현대 사회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다. 제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한정된 도메인 내에서만 그러하다. 세기의 천재라는 아인슈타인도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기 거부했다. 인간의 뇌는 일단 성장한 후에는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보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조직순응자

억압적인 환경에서 개인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조직을 떠나거나 순응하는 것이다. 개인주의자는 자신의 갈 길을 가고 순응자만 남는다. 순응자라고 조직에 충성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개인주의자와 달리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근무에 집중하지 않고 웹서핑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감시의 시선을 교묘히 따돌리면 자신이 손해본만큼 만회한다. Peopleware에 따르면 직원은 야근 등으로 잃어버린 시간과 금전적 손실을 어떤 방식으로든 만회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력을 확보하고자 감시체계가 동원된다. 직원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며 SF 영화에서나 봤을 듯한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한 후, 생산력이 몇 퍼센트 향상됐다는 기사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것은 회사와 사원 간의 신뢰관계가 갈데까지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의 본질인 신뢰관계의 회복에 주력하지 않고,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손쉬운 방법을 취하면 더 큰 부작용이 기다릴 뿐이다.

순응자는 원만한 인간이다. 삼국지의 유비처럼 원만한 인간을 회사는 원한다. 그 결과는 Pink FloydAnother Brick In The Wall 뮤직비디오에서나 봄직한 조직의 퇴보한 모습이다.

성과제

직원들은 회사가 정한 범위 내에서 안전하게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한다. 미래의 성장분야일지라도 당장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돌보지 않는다. 매출기준으로 평가제도를 구축한 대기업의 영업팀에서 이런 부작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조직에서는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은 자신이 갖고, 나머지는 부하직원에게 넘기는 관행이 성행한다. 상급자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손쉽게 이익을 챙긴다. 열심히 일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혁신을 꾀할 필요가 없다. 하급자는 의욕을 잃게 된다.

더욱이 상보다는 벌이 크기 마련이라 문제의 정도가 심해진다. 지속적으로 문제없이 업무를 해나가는 것은 능력으로 인정 받지 못한다. 그것은 당연히 해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상을 받기는 어렵다. 반면 실수에 대한 처벌은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매뉴얼에 없는 일을 벌이려 하지 않는다. 소위 FM 대로만 일할 뿐이다.

성과제는 퇴사자에 대해 강력한 무기로 사용되곤 한다. 퇴직금에 인센티브가 붙는 경우, 실제로 퇴직할 때 그 인센티브를 고스란히 받기란 어렵다. 업무인수인계 소홀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직원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더할 수 있다. 만약 직원이 이런 사례를 목격하게 된다면, 노사 간의 신뢰는 깨지게 된다. 직원은 인센티브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다.

평가제

360`평가제든 다른 형태의 설문조사이든, 회사는 직원에게 솔직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이것은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은 게임일 뿐이다. 경영자가 듣고자 하는 말을 해야 한다. 운이 나쁘게도 게임의 규칙을 잘 모르는 직원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피력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부터 회사는 그 직원을 불만이 가득한 문제아로 규정한다. 이러한 게임의 규칙을 아는 직원들은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겉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속으로는 어설픈 게임 진행을 비웃는다.

인재채용방식

나는 소프트웨어 업계 종사자이다. 이 분야에서 흔히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업계가 좁다.라는 것이다. 그 말대로 업계가 좁은 탓인지 내부 추천 등을 통해 수시로 인력을 충원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수시 채용은 인적 자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 제도에도 흔히 간과되는 문제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직원의 수준이 하향평준화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유유상종 또는 끼리끼리 논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 인간의 인적 네트워크는 자신이 살아온 길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게 된다. 더욱이 직원이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추천하여, 잠재적인 경쟁자를 만드려고 할지도 의문이다. 직원이 회사 생활을 즐기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인재를 추천할 것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내부 추천에 지나치게 의지한다면,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이다.

수시채용은 회사가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채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말 인재를 확보할 생각이라면, 필요할 때만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 어떤 지원자의 능력이 필요하다면 자리는 하나 더 만들면 된다.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 – 라는 문구를 명심하라. 혹자는 필요 없는 인력을 채용하면 경비만 늘어날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경직된 조직에서나 유효하다. 인재가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인재들은 스스로에게 임무를 부여하여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그들은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다. 인재는 자신을 존중하고, 스스로에게 임무를 부여하며, 자신의 동기에 따라 움직이는 능동적인 개체다.

직원 채용시에 크게 두 가지를 염두에 두게 된다. 하나는 전문가적 능력이고, 또 하나는 그 사람의 성격이다. 인사담당자 또는 경영자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는 이렇다. 능력이 뛰어나서 채용했더니,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얼마 뒤에 퇴사하더라. 이런 경험이 있는 인사담당자는 두 가지 중 한 가지 전략을 취한다. 약간 전문능력이 부족해도 조직에 순응할 것 같은 인물을 채용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경직되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조직에서 자주 취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조직은 개성 넘치는 인재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전문능력이 약간 모자란 사람을 채용한다. 이때 인사담당자는 이 사람을 일단 채용한 후, 부족한 부분을 교육시키면 된다고 믿는다. 물론 이 전략이 성공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그러나 개개인을 도구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변하지 않는다면,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직원이 업무에 능숙해질 무렵이 되면, 직원은 더 나은 조건을 원하게 된다. 만약 조직이 자신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면, 미련없이 회사를 떠날 것이다. 그때 가서 인사담당자는 배은망덕하네. 운운하지만, 이미 뱃사공은 떠난 직후다.

또다른 전략은 개성이 강하지만 전문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다. 첫번째 전략을 취하다가 실패하면 회사는 많은 것을 잃는다. 기껏 직원에게 투자하여 교육시켜 놓은 인재가 떠났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투자비용은 회수할 방법이 없고, 또다시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런 탓에 최근 들어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자를 선호하는 회사가 많다. 회사는 이들이 조직에 순응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회사와 고용인 모두 서로에 대해 100% 신뢰하는 경우는 없다.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계약서에 구체적인 합의 사항을 명시한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150%를 달성하면 인센티브 얼마를 주겠다는 식이다. 고용인과 회사는 순수하게 계약서 상의 숫자로만 연결되기 때문에 직원은 일말의 미련없이, 언제라도 회사를 떠날 수 있다.

결국 두 전략 모두 안정적인 인재 풀(pool)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회사는 높은 이직률에 따른 모든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재 부족에 따라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게 된다.

협상에 대해

경영활동은 협상의 연속이다. 협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서로의 기대를 숨김없이 이야기 하는 것이다. 비장의 카드를 숨겨놓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은 불신이 지배하는 정치판이나 도박장에서나 미덕으로 간주된다. 조직 내의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고, 솔직한 사람에게 불평꾼이라는 멍에를 씌워 벌을 내린다면, 회사는 도박판과 다름없게 된다.

동아시아 유교 문화에서 솔직함은 종종 건방진 태도로 간주된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 때 선후배 사이의 위계질서를 깨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한때 이 이야기는 사회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이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적어도 경영진은 그런 것 같다.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는 무엇을 상대가 요구한다고 해서 역정 내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상대의 생각을 알게 됐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상대가 당신이 원하던 대답을 할 때다. 9/10은 거짓이다. 인간은 서로 다른, 유일한 욕구를 갖고 있다. 상대는 당신의 기대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반응함으로써 당신을 기만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자신보다는 회사의 입장을 생각하는 듯한 발언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 있다. 그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겐 자신의 의지와 생각이란 것이 없다.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에리히 프롬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조직순응자만 남은 조직과 사회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분석하고 있다. 경영자는 자신의 회사를 2차대전 무렵의 독일 사회에 비교하는 것에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일 것이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히틀러도 자신을 광기어린 독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그는 자신을 독일 국민에게 자유와 자부심을 안겨 준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일단 서로의 생각만 알 수 있다면 타협의 접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진짜 의도를 아는 것이다.

윤리 경영

오늘날 많은 기업이 윤리경영을 선언하거나 윤리강령을 내부 지침으로 삼고 있다. 구글은 Don’t be evil.이라는 간단명료한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하지만 윤리경영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영자를 찾기란 어려운 것 같다. 이윤추구 -적어도 국부론식 자본주의 이론에 따르면- 를 지상과제로 삼는 기업의 속성 상, 때로는 법의 경계선 아슬아슬한 안쪽에서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은 행동을 취하곤 한다. 이 같은 행동의 이면에는 여러가지 동기가 있을 수 있다. 비용절감, 이윤극대화, 때로는 경영자 자신의 삐뚤어진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우선 투명하지 못한 경영은 조직 내에 비밀주의를 퍼트린다. 소위 학습조직은 구성원 각자가 회사의 운영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비윤리적인 행동이 낳은 비밀주의는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조직의 탄생을 막는다. 누구나 자신의 회사를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윤리적이지 못한 내부지침 등을 직원에게 강요한다면, 직원은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 회사 내부에는 냉소주의가 판을 칠 것이다.

경영자들은 흔히 비밀주의가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어떤 지침의 은밀한 동기 등이 드러날 리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직원들은 그들의 생각만큼 어리석지 않다. 단지 속는 시늉을 할 뿐이다. 윤리경영은 외부에 보이기 위한 장식품이 아니다. 과거 소련군대는 당과 지도자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쳤다. 그러나 고르바초프 시절 감행된 쿠데타는 시민의 요구에 군이 항복함으로써 무혈진압되었다. 회사도 다를 바 없다. 교육수준의 향상에 따라 구성원 개개인의 시민의식과 자의식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의 일반적인 기준에서 볼 때 윤리적이지 못한 경영을 한다면, 직원들의 반발만 초래하여 생산성의 저하를 가져올 것이다.

친절에 관한 실험, 그리고 교훈

Discovery 채널에서 재밌는 실험을 본 적이 있다. 아이 두 명과 관찰자가 한 테이블에 앉는다. 관찰자는 한 아이에게 초콜릿을 20개쯤 주고, 간단한 규칙을 설명한다. 이 아이는 다른 아이에게 초콜릿을 분배할 권한이 있다. 의무가 아니라 권리인데, 몇개를 나눠주든 전적으로 아이의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콜릿을 받는 아이에게도 한 가지 권리가 주어진다. 아이는 자신이 받은 초콜릿의 개수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안 받겠다고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두 아이 모두 초콜릿을 받지 못한다. 이 실험의 결과는 과연 어떠했을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단 하나의 초콜릿을 받았더라도, 그것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 역시 단 한개의 초콜릿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실험에서는 서너개의 초콜릿밖에 받지 못한 아이들 대부분이 거부의사를 보였다. 아직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것은 매우 이성적인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거부하겠다고 한 아이는 서너개의 초콜릿을 잃게 되지만, 분배를 한 아이는 10여개의 초콜릿 모두를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의 손해를 어느 정도 감수함으로써 상대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사람들이 서로 협조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 실험이 조직관리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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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ernetes, DevSecOps, AWS, 클라우드 보안, 클라우드 비용관리, SaaS 의 활용과 내재화 등 소프트웨어 개발 전반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지인이라면 가볍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의 현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협의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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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dom
fandom
18 years ago

인상적인 글입니다. 늘 생각해도 알쏭달쏭한 문제.

조직이나 관계라는 것이 토착화된 정서에 기대있을 때 이 문제는 현장에서는 역시 간과되지는 않더군요. 대세가 개인주의인 것처럼 보여도 ‘한국인에게는 한국인다운’하는 식의 우리끼리 의식이 있어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침묵하는 다수가 순응자이기보다는 ‘협조자’일 때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걸 유교적인 관습의 영향이라고 부르든, 지나친 국수주의라고 부르든, 가족 이기주의(혹은 가부장적 윤리 경영?)라고 부르든 말이죠…

최재훈
18 years ago

신뢰가 밑바탕이 되야 권위주의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순응자만 생각했지,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협조자는 생각 못했네요. 나중에 후편을 쓰게 되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Jinho Seo
Jinho Seo
18 years ago

한석형 블로그에 왔다가 재미나는 글을 읽고 갑니다. 서점에 가면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어쩌면 제가 우리 회사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Another Brick In The Wall 노래가 Led Zeppline 이 아니고 Pink Floyd가 아닌지요? 저도 팝송을 무척 좋아 한답니다.

최재훈
18 years ago

쿨럭. 지적해주신대로 Pink Floyd 맞습니다. 몇번이나 검토하고 쓴 글인데, 음악에 대해선 자신을 과신하는 바람에 이런 실수를 놓치고 말았네요. 지금 고쳐 써야겠네요. 감사합니다. 

Jinho Seo
Jinho Seo
18 years ago

아항, 저도 사실 조마조마 했습니다. -_- 아무튼 월요일쯤 서점에 가서 책쇼핑을 해줘야겠습니다. 추울 때는 따뜻한 아래 목에서 귤까먹으면서 책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지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 드리고 가끔 들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