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에 대해 횡설수설

얼마 전에 연봉 협상 이야기가 나왔다. 예전 회사에선 어떤 식으로 연봉 협상을 했는지, 이번 연봉 협상 대상자는 누구인지 같은 이야기가 잠깐 오갔다. 그리 심각한 이야기는 없어서 잡담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퇴근하다 지하철에서 병특할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직 상당히 많은 회사가 연봉 협상이 아닌 연봉 통고를 하는 탓에 이직으로 몸값을 올리려는 사람이 많다. 산업기능요원일 때도 그리 다르진 않았는데, 마지막 6개월 정도를 남겨놓고는 연봉 삭감까지 통보 받은 굴욕도 당해봤으니, 참 어렵던 시기였다. 그래도 연봉 협상이란 틀은 지켰던 탓에 연봉 삭감을 받아들이는 대신, 근무 시간을 줄여도 좋다는 타협은 얻어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의무적으로 초과 근무하던 걸 말한다. 결코 병역 의무를 게을리하진 않았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지만, 한 가지 교훈은 얻었다. 협상의 틀이 갖는 위력을 깨달았다.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협상의 자리를 마련하느냐, 안 하느냐는 차이가 크다. 어느 정도 연봉을 올려줄 것인지 사전에 확정이 되어 있는 경우(아마도 대부분 이렇겠지만)를 가정해보자. 연봉 인상안을 통보 받았는데, 그 급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원하던 바엔 못 미치지만 그리 나쁘진 않으니 넘어간다. 다른 회사에 자리를 알아본다. 관리자를 찾아가 따진다.

어느 쪽이든 그리 바람직하진 않다. 넘어간다 함은 결국 불만을 품고 일한다는 뜻이다. 이직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회사에 필요한 사람까지 다른 회사로 갈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관리자를 찾아가 따지는 경우도 문제인데, 애당초 협상의 자리를 마련했다면, 누가 불만을 표출했는지 완전히 공개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진 돈의 관점에서 연봉 협상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봤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S.M.A.R.T.한 계획 세우기란 글이 있다. 정원혁씨가 예전에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기고한 글인데,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Specfic(구체적), Measurable(측정가능한), Agreed(합의된), Realistic(현실적인), Time-Limited(제한된 시간 내에)라는 원칙에 따라 업무 계획을 세우고 합의하며 평가한다는 게 S.M.A.R.T의 뜻이다. 그런데 S.M.A.R.T하게 일하려면 피드백을 자주 받아야 한다. 왜 그런지는 정원혁씩의 글을 읽어보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으니 첨언하진 않겠다.

한데 대부분의 회사에선 별도의 업무 평가가 없다. 분기별로 관리자와 만나 자신이 업무를 잘 했는지, 아니면 못 했는지 피드백 받을 기회가 없다. 그러다가 연봉 협상의 시기가 오면 갑자기 피드백을 몰아 받는다. 연봉이 평균보다 높다면(평균 인상률을 안다는 전제가 있지만) 보통보단 잘했다고 보면 되겠고, 아니면 분발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나는 자신이 제대로 일했다고 믿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황스러울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피드백의 횟수는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년에 여러 번 업무 평가를 해주는 기업이 많지 않다. 그러니 연봉 협상 때만이라도 피드백을 줬으면 한다.

이런 평가는 받지 말자

가드를 올려요

단순히 연봉 인상분이 얼마다라고 통보하는 연봉 협상은 시간만 아깝다. 그러지 말고 S.M.A.R.T의 원칙에 따라 일을 잘 했는지 평가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의견을 주고, 다음 해의 업무 목표를 세우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후기……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언젠가 입사 면접을 다시 보게 되면 업무 평가는 얼마나 자주 하는지를 꼭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참에 입사 면접 때 물어볼 x가지라는 목록이라도 만들어볼까?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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