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인들 블로그에 웬 이벤트성 글이 많이 올라온다 했더니, HP에서 새 레이저 프린터를 내놓고 체험담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블로그가 비록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어 있긴 해도 기본적으론 사적 공간이라 생각하는 탓에 이번 이벤트를 무시하고 지나려고 했으나, 이 참에 프린터에 관한 글도 써볼까 싶어 이벤트 참여자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컴퓨터 학원에 다니던 국민학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원장실에 프린터가 딱 한 대 있었다. 토요일에 8비트 게임을 하러 학원에 들리면 간혹 프린터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땐 xt가 주류일 때고 286 컴퓨터는 나오기 전이라 집엔 프린터는 커녕 컴퓨터 한대 없었고, 프린터는 값비싼 장난감에 불과했다.
286 컴퓨터가 나오자, 아마도 성적과 생일을 무기 삼아 부모님을 졸랐던 것 같다. 하지만 국민학생이 컴퓨터로 생산적인 일을 할 리 만무하고, 근처 컴퓨터 가게에 가서 게임만 복사해왔다. 가게 주인 아줌마는 항상 PC 통신에 열중했고, 가끔 뭔가를 프린트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때까지도 프린터는 값비싼 장난감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선 공부하느라 컴퓨터와는 멀어졌는데, KAIST에 원서를 넣을 때쯤 되어 다시 컴퓨터와 친해졌다. 게임방에서 인터넷이란 걸 처음 접했다. 아, 다시 생각해보니 그 전에도 넷츠고를 통해 인터넷은 가끔 즐겼던 듯 하다. 단지, 그 무렵엔 이미 넷츠고도 그만둔지 꽤 되었고, 그 사이 인터넷은 엄청나게 발전해 있었다. 어쨌거나 이젠 PC 방에서 누구라도 프린터를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있었다. 원서 접수 절차가 적힌 웹 페이지를 손쉽게 프린트하고 감개무량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 들어와선 총 4대의 프린터를 샀다. 처음엔 삼성과 HP의 잉크젯 프린터였다. 잉크젯 프린터의 유지보수 비용은 만만치가 않지만,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이 아니라서 큰 문제는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맛이 쓰리긴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병특하던 때부터 작년까지는 흑백 레이저 프린터를 썼는데, 각각 신도리코와 HP 제품이다. 신도리코 제품은 아직까지 집에서 잘 쓰는데, 토너 가격이 비교적 싼 축에 속한다. 물론 재생 토너를 쓰면 그게 그거겠지만, 한번 불량 재생 토너를 쓰다가 정말 필요할 때 토너가 다 된 적이 있어서 가능하면 정품을 쓴다. HP 제품은 복학하고 친구와 함께 샀는데, 내가 먼저 졸업하는 바람에 친구에게 넘겨줬다. 신도리코 제품은 종이를 세워서 넣는 탓에 종이가 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종이가 걸리기도 하는데, HP 제품은 종이를 상자 안에 차곡차곡 쌓는 구조라 종이가 걸리는 일이 거의 없어 좋았다.
한달 전쯤엔 갑자기 컬러 프린터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 이것저것 알아봤다. 요즘은 컬러 프린터의 가격이 많이 싸졌고, 20만원이면 충분히 산다. 하지만 토너 가격을 알고 나면 좌절하게 되는데, 컬러 토너가 좀 비싼 게 아니다. 그래서 결국 포기했는데, HP에서 이벤트 중인 신 제품은 경제적인 컬러 레이저 프린터라고 하니 한번 도전해볼까 한다. 진짜 경제적인지는 제품이 정식으로 출시되고 써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이 분야의 발전 속도가 빠르니 기대된다.
PS. 에구, 당첨 안 됐네. 약간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