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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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9, 2020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

오랜만에 자연과학 서적을 읽을까 싶어 인터넷 서점을 구석구석 뒤졌다.“다른 독자에게서 좋은 평을 받되 지나친 애정을 받는 베스트셀러는 피한다”란 까다로운 원칙에 따르다 보니 책 고르기가 쉽진 않은데, 시간만 충분히 들이면 이런 조건에 맞는 물건이 나오기 마련이다. 세상엔 평생 가도 못 읽을 만큼 책이 많고 매년 출판되는 책의 숫자를 생각하면 아무리 X랄 같은 조건을 들이대도 그에 맞는 책은 언제나 충분할 것이다. 문제는 누구나 좋아하는 책을 피해 창의성과 독특함이 철철 넘치고 새로운 사고를 이끌어 내는 작품을 찾으려면 그만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두세 시간을 투자하고도 확신이 안 서 웹 브라우저를 닫기도 한다. 하기야 그 넓은 교보문고 매장을 발품 팔아 돌아다니던 때와 비교하면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삶이 많이 편해지긴 했다.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제임스 콜만 지음, 윤영삼 옮김, 전창림 감수/다산초당(다산북스)

선택이 옳은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일단 사람들의 평가를 믿고 내추럴리 데인저러스라는 책을 샀다. 이 책의 주제는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글(아마도 출판사가 제공했을)이 잘 보여 준다.

유기농, 혹은 자연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시대에 유기농 농법으로 키운 작물들보다 유전자 변형 식품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가 먹는 음식들에는 대부분 발암 물질들이 있으며 핵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그것은 지구상에서 이룰 수 없는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내가 속한 서버 팀엔 어린애를 키우는 아버지, 윤리적인 이유 등으로 육식을 안 하는 동료 등이 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음식에 대해 좀더 공부해 볼 참이었다. 물론 음식에 대한 내 기본적인 이해나 접근법은 저자인 제임스 콜만 교수와 비슷하므로 이 책에서 뭔가 새로운 지식을 얻긴 힘들 것 같다. 그러나 단지 저명한 화학자의 저서라서 책을 고르진 않았다. 결정적인 확신은 서평에서 왔다. 대부분은 별 세 개에서 별 다섯 개 정도의 평점을 줬는데 단 한 사람이 별 하나를 줬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명백히 인류가 초래한 것임에 명백한 지구 온난화를 ‘그 전에는 더 더웠던 시절도 있다’ 라는 식으로 덥고 넘어가거나, ‘곧 빙하기가 올 것이기 때문에 괜찮타’ 라는 말은 이 사람이 어떤 무지에서 나오는 말인지(권위자니 그건 아닐테고)

아니면 어떤 신념에서 나오는 말인지..그것도 아니면 더러운 모종의 거래 관계에서 나오는 말인지는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해당 업계 관계자면 돈좀 주고 잘 꼬셔 보겠다…

그것도 아니면 지구가 온난화 되어도 수증이가 많이 생성되어서 이것이 구름을 형성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괜찮타 라는 주장을 읽고 있노라면 다른 모든 학자들을 한방에 바보로 만드는 그의 능력을 감탄해야 하는지 아니면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네의 취기에 놀라워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말이다.

나는 이런 악평이 하나쯤 나오면 열광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는 사람으로써 사람들이 흥분한 모습을 보면 되려 침착해진다. 그리고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리는 책엔 진실 또는 남과는 다른 뭔가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책을 비판하고 그 목소리가 침착하다면야 굳이 이상한 책을 사느라 돈 낭비하진 않겠지만, 이렇게 평이 극과 극을 달리면 너무 떨린다. 이런 책을 찾기란 그리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환경 교조주의

이쯤 했으면 내가 책 고르는 방법은 더 설명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니 환경 독재자들이나 비판해 볼까?

“명백히 인류가 초래한 것임에 명백한 지구 온난화”라며 “명백한”을 두 번이나 써 가며 흥분하는데 저자가 충분히 설명을 안 하고 넘어갔다면 “덮고 넘어갔다”는 말이야 정당하다 하겠다. 그러나 지난 100년, 200년간의 온도 증가분 중 과연 몇 퍼센트가 인류의 책임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게 사실이라 본다. “명백하다”고 하지만 얼마나 많은 참고 문헌을  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신뢰할 만큼 전문적 지식을 보유한 사람이 쓴 것만 쳐주겠다. 제발 어쩌다 본 TV 프로그램은 빼자.

환경론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회의적인 연구자들을 “더러운 모종의 거래”를 한 악마로 묘사하곤 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명백하다”고 믿는 사람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 세대엔 되려 지구 온난화에 유리한 연구를 하는 쪽이 유리하지 않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도 편하고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환경 단체도 많으니 예전 같지 않다. 비판은 연구 내용을 두고 해야지, 그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따져 봐야 비이성적인 비난만 주고 받을 뿐이다.

이왕 하는 김에 위의 평을 좀더 비판할 생각이다. “지구가 온난화 되어도 수증기가 많이 생성되어서 이것이 구름을 형성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다. 실제로 바닷물을 증발시켜 지구 온난화를 늦추려는 시도가 있다. 아직 책을 읽지 못했지만 이렇게 매도를 당할 정도로 황당한 주장을 한 것 같진 않다. 그리고 “다른 모든 학자”라고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모든 학자”는 평을 쓴 이가 아는 학자 집단일 뿐이고,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는 학자도 많다. 자신이 다수에 속하고 정의의 편에 있다고 믿으면 다른 이를 깔아뭉개기 쉽다. 그 기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음모론은 진실의 척도가 되지 못한다. 그저 오락거리일 뿐이지.

어쩌면 지구 온난화는 환경 교조주의자들의 말대로 아주 심각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인격을 매도하고 진실을 밝히고 설득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의견에 무슨 가치를 둬야 할지 모르겠다. 까놓고 말해 공산주의자들도 자신만이 옳다 믿었고 그래서 양심의 가책 없이 그토록 가혹한 인민 재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흥분한 황소처럼 날뛰기만 해선 나의 비난도 가혹하다고 못할 상황이 오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환경 운동 단체인 그린피스의 공동 창설자였으나 결국 자신이 설립한 단체를 떠나고 만 패트릭 무어의 말을 인용하고 끝내겠다.

과거 15년 동안 저는 무엇을 반대할 것인가만을 주로 생각했습니다. 이제 저는 과거의 대립과 투쟁의 그린피스적 방식이 아닌, 새로운 환경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을 반대하는 운동은 공상, 조작, 선정성, 정보 왜곡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아주 비열한 것입니다. 유전공학에 대한 그린피스의 정책은 전혀 논리와 과학에 기초해 있지 않습니다.

출처: [인터뷰] 환경운동은 반자본주의 반세계화 운동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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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봐
몰봐
15 years ago

포스트 잘 읽었습니다. 저도 저책을 읽어보고 싶군요. 다만 유전자 조작 음식들이 그냥 음식들보다 나을 수도 있다라는 말에는 저 역시 저 악평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무해함과는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논리적이건 과학적이건 간에요. 그네들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런것들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선정과 왜곡이라고만 보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늘 퇴근하고 저 책 교보에서 읽어보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최재훈
15 years ago

음.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패트릭 무어의 이야기를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GMO가 자연 식품보다 유해한지, 만약 유해하다면 어느 정도 그렇고, GMO의 혜택보다 자연 식품을 쓰는 편이 비용상 얼마나 나은지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그린피스 같은 단체는 아프리카의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GMO를 쓰자는 것조차 반대합니다. GMO의 유해함을 따지는 건 사실 먹고 살만할 때 이야기죠. 이런 것까지 모조리 막는 것이야말로 교조주의라 하겠죠.

그리고 제 논지는 GMO의 허용 여부보단 상당수 사람들이 논리와 상관 없이 어디서 줏어들은 이야기만 내세우는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비판도 위의 서평처럼 해버리면 “넌 바보고 진실은 내편이야!”라고 외치는 꼴이니 논쟁의 여지 자체가 없지요.

최재훈
15 years ago

조금 흥분한 어조로 답글을 달았는데 다시 침착하게 적어보겠습니다. GMO에 관한 부분을 지적하셨으니 그쪽만요.

먹고 살만한 사람이라면 GMO 식품을 안 먹으면 됩니다. 사실 유통 및 제조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말이 현실성 없다고 지적할 수도 있긴 합니다.

하여튼 한국만 보지 말고 전세계를 놓고 보면 GMO가 도움이 될 국가가 참 많습니다. 당장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국가들이죠. 그러나 GMO 기술은 선진국이 쥐고 있고 이들 국가에서 GMO의 기술 개발이나 이전을 막는 정책을 편다면 그동안 죽어갈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또 “논리적이건 과학적이건 간에”라는 말이야 말로 위험합니다. 공공 정책은 감정에 좌우되선 안 됩니다. 이성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한때 컸긴 했지요. 그렇다고 해서 이보다 나은 대안이 있는지는 솔직히 의심스럽군요.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은 정치에선 매우 효과적이지만 정책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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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years ago

헤이의 생각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은 KAISTIZEN( 똘똘이-스머프)님을 포함해서, 아는 사람의 선택에 묻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