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종교의 개념을 하나하나 되짚어본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단 심심할 때 사색에 빠지다보면 자연히 그렇게 된다. 한달 전쯤엔 지옥이란 어떤 곳일까 생각해봤다. 지옥이 존재할까?
이런 원초적인 의문은 일단 접어두고 지옥이 존재한다면 과연 그곳은 어떤 곳일까?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봤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지옥은 아주 좋은 곳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지옥의 정의를 떠올리면 아주 황당한 의견일텐데 이런 결론을 내린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기독교든 다른 종교든 지옥과 악마를 믿는 사람에게선 공통적인 믿음이 있다. 악마는 인간의 영혼을 댓가로 현세의 욕망을 채워주고, 영혼은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다. 지옥은 생전의 죄악을 벌하는 장소로써 그 안에 갖힌 영혼은 상상조차 못할 고통을 겪는다. 그런데 왜 악마는 인간을 유혹하는 수고를 들일까? 다름 아니라 신의 피조물을 타락시킴으로써 신의 영광을 더럽히기 위해서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악마의 목적은 신의 영광을 상처내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많은 영혼을 천국에서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영원한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세의 욕망을 채울 사람은 많지 않다. 악마는 보험설계사나 마찬가지다. 쓸모없는 보험을 쓸모있게 보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보험을 많이 팔수록 수익이 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악마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우선 지옥이 천국 못지 않은 곳이라고 속이는 방법이 있다. 실은 고대 경전에 나오는 그런 곳이지만 감언이설로 속여넘기는 것이다. 악마가 거짓말했다고 소송 당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렴 어떠랴.
좀더 건전하게 지옥을 정말 좋은 곳으로 꾸미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법이 있다. 앞선 경우에 악마가 사기꾼이었다면, 이번엔 사업가가 된 셈이다. 실은 이 방법이 더 효과적인데 신을 완전히 저버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상황에선 지옥에 간 영혼이 신을 저버린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할테지만, 지옥 생활에 푹 빠진 영혼이라면 현세의 욕망도 채우고 사후 생활도 편하지 최고네!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실은 나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실린 단편소설 지옥은 신의 부재를 읽어보길 권한다. 여기선 지옥이 천국 못지 않은 곳은 아닐지라도 현세의 삶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장소로 묘사된다. 그래서 지옥을 가도 상관없다는 사람도 많은 세상이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그런 상황조차도 신을 사랑하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유일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다. 무신론자조차 감동받을 정도니 말이다.
맥락은 다르지만 윌리엄 제임스의 말이 생각나네요:
“The prince of darkness may be a gentleman, as we are told he is, but whatever the God of earth and heaven is, He can surely be no gentleman. His menial services are needed in the dust of our human trials, even more than his dignity is needed in the empyrean.”
해석은 저도 잘 못해서 생략;;;
번역은 저도 무리일 듯. 뜻조차 이해를 제대로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