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돌개
셋째날엔 드라마 장금이에 등장했다는 외돌개부터 들렸다. 둘다 장금이를 보지 않아서 특별한 감흥은 없었지만 산책하기엔 좋았다. 깎아지르는 절벽 아래서 낚시하는 사람이 둘 있었고, 말이 있었다. 이때쯤엔 말이란 존재에 익숙해진 무렵이라 딱히 감흥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겐 외돌개가 골치거리 중 하나인데 절벽에 놓인 도로를 따라 내려갈 땐 신나지만 다른 곳에 가려면 반드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천지연 폭포
외돌개에서 도로 시내로 돌아와 천지연 폭포로 향했다. 앞서 외돌개 가는 길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천지연 폭포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다. 천지연 폭포로 가는 내리막길은 지그재그로 이어지기 때문에 내려갈 때조차 속도를 즐기지 못한다. 자칫 잘못하면 커브를 돌다가 날아가는 수가 있다.
천지연 폭포는 깊숙한 계곡 속에 있어서 폭포 자체보다는 계곡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폭포는 그리 크지 않아서 장대한 맛은 없지만 잠시 즐겼다 가기에 충분했다.
맛집 – 흑돈가
천지연 폭포를 다녀온 후 급작스럽게 자전거 여행을 그만두기로 했다. 다현씨가 세번째 제주도 여행인데도 비 때문에 한라산 등정을 한번도 못해봤다길래 차를 빌리기로 했다. 우선 택시에 자전거를 꾸겨넣고 자전거샵이 있는 용두암으로 향했다. 무려 택시비로 5만원을 쓰고 나서 자전거롤 돌려주고 공항에 들려 차를 빌렸다. 돌려받은 자전거 대여비와 자동차 대여에 든 돈을 비교해보니 대충 10만원 정도 더 썼고, 기름값으로 5만원을 더 썼다.
이렇게 차를 빌리고 나니 벌써 저녁 시간이 가까웠다. 그래서 차도 있으니 맛집을 찾아가기로 했는데 쉬는 팡이란 유명한 곳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조사해놨었다. 그러나 윙버스에 나와있는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찍고 가보니 다 쓰러져 가는 웬 허름한 가게가 나오는 게 아닌가? 이 가게가 망했나 싶어 길을 돌아나왔다. 나중에 다시 윙버스에서 확인해보니 아무래도 우리가 갔던 가게와 윙버스에 나온 가게는 다른 듯 하다. 우리가 본 가게는 해변가에 있었는데 윙버스에 나온 사진은 숲속의 별장 같은 모습이다. 아무래도 윙버스에 적힌 주소가 잘못 된 듯 하다.
어쨌거나 쉬는 팡이 그 모양이고 딱히 아는 곳이 없어 자동차 대여점에서 받은 관광책자를 뒤적였고, 그러다 흑돈가를 발견했다.
사실 그렇다. 관광책자에 실린 광고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그저 찍기 운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선 찍기 운이 좋았다. 흑돈가에선 흑돼지 생고기와 양념고기를 2인분씩 시켰는데, 둘다 정말 맛있었다. 육즙이 입안에 퍼질 때 그 짜릿함이란!
흑돈가에서 저녁을 즐기고 다음날 일출을 보기 위해 성산일출봉 앞에 숙소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