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결과 국제적으로 영토문제로 대립하는 한쪽 국가가 자국의 학교교육에서 자국의 공식적 입장을 자국민에게 가르치는 것이라는 상식적인 일이 한국에서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로서 외교문제화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되고 있다.
한쪽 국가가 자국의 학교 교육에서 자국의 공식적 입장을 자국민에게 가르치는 것이야 잘못됐다 하기 어렵지만, 그 입장 자체를 두고 논쟁이 붙는 마당에선 문제의 방향을 한참 잘못 짚은 거라 하겠다. 한쪽 국가가 자국의 학교 교육에서 자국의 공식적 입장을 자국민에게 가르치는 것이 상식적이라면, 그런 태도가 상대방의 분노를 일으킨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 터키나 그리스 가서 똑같은 소리를 해봐라. 운이 좋아 맞아죽진 않더라도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겠지. 한국인이 특별히 애국주의자라서 과잉반응하는 게 아니라, 세상 어딜 가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당장 쓰시마 섬의 영유권을 주장한다면 일본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스스로 생각해봄이 좋겠다.
다케시마에 대한 한국의 실력지배는 이미 반세기 이상이 됐다. 원래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는데 경비대를 상주시키고 주민등록, 각종 시설의 설치 등 착착 "유인화"가 진행돼 왔다.
구로다씨 본인 말마따나 한국이 사실상 독도의 영유권을 갖고 있다. 역사적 사실이야 어떻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에게 이렇게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평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징표로 해석되기 쉽다. 외교적 분쟁이 군사적 분쟁으로 치닫는 건 순식간이다. 그런데도 위험한 불장난을 벌이니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 아예 이 참에 만주에 대한 영유권도 주장하지, 뭐하러 쥐꼬리만한 섬 하나를 두고 난리 치나 묻고 싶다. 치졸하게 자기보다 약한 나라나 도발하지 말고, 상대가 될만한 중국 같은 나라에 도전해보는 편이 어떨까? 구로다씨 정도의 인사라면 배짱있게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는 마당에 한국과 일본이 좀더 힘을 합해야 한다고 믿지만, 이래선 참 큰일이다. 손을 꼽을 정도의 대국이면 그에 합당한 태도를 보이고, 주변국을 끌어들여야 할텐데 어째 폐쇄적인 섬나라답게 행동하는지. 앞으로 10년, 15년 안엔 일본의 저런 태도 때문에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상당한 고난을 겪게 될 것이다. 만의 하나, 한국과 일본이 군사적 분쟁에 돌입하게 되면 미국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 방관하면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가 개입하여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테고, 일본의 손을 들어주면 한국은 중국과 손을 잡으려 할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나마 불만스런 한국, 일본, 미국의 외교 관계는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차피 일본이야 미국을 떠나 중국이나 러시아와 손잡긴 힘들고, 그렇다고 완전히 고립된 상황을 버티기도 힘드니. 어쨌거나 참 앞일이 험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