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서울 종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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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8, 2020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스트라이다를 타고 회사까지 갔다. 광란의 질주 이래 스트라이다를 타고 서울을 종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침 7시에 일찌감치 일어나 창밖을 보니 아직 해가 뜨지 않았고 구름이 살짝 끼어서 선선해 보였다. 잘 됐구나 싶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중계역에서 학동역까지
중계역에서 학동역까지

지난번 실수를 교훈 삼아 이번엔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곧장 회사까지 나갔다. 덕분에 1시간 40분 후엔 학동역 6번 출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난 번보다 20분 내지 30분 단축한 시간이고 이번엔 갈아입을 옷가지를 챙겨 넣은 무거운 가방까지 매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괜찮은 성적이었다. 네이버 지도는 자전거를 타면 중계역에서 학동역까지 59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물론 알고리즘은 최적의 상황을 고려했을 뿐인데다가, 바퀴가 작은 스트라이다로는 그 정도까진 무리다. 바퀴 큰 자전거를 사면 좋겠지만, 집에 둘 공간도 마땅치 않고 돈도 아쉽다. 게다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스트라이다만한 자전거도 없다.

어쨌거나 회사에 도착하니 엘리베이터가 7층에 멈춰 있었다.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다는 뜻. 도대체 누가? 클라이언트 팀원 중 누군가가 먼저 도착했었나 보다. 모니터 전원을 넣고 화면을 들여다 보자니 샤워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하 헬스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었고 경비 아저씨에게 여쭤봤지만, 광복절인데, 열겠어?라는 말만 들었다. 그러고 보니 공휴일이었다. 어떻게 할까 5초쯤 고민하다가 곧바로 발길을 돌렸다. 가까운 언덕 하나만 지나면 서울 온천이 있다.

온천 입장료는 무려 8천원이었다. 샤워만 하고 어서 일이나 하려고 했더니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따뜻한 온천 물에 몸을 담그니 얼마나 피곤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계획을 바꿔 30분 정도 쉬다가 나왔다. 더 쉬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의무감으로 똘똘 뭉쳐 고지식한 성격이다 보니 참지 못하고 나왔다.

회사로 돌아가니 여전히 내가 2등이었다. 전날 회식 자리를 일찍 뜬 사람은 아무래도 몇 안 됐나 보다. 하루 전에 막 부여 받은 진짜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고 자료 조사도 하다 보니 어느새 한두 사람씩 모여들었다.

이 날엔 시간이 느긋하게 흘렀다. 어떻게 보면 정식 근무 날이 아니라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름대로 괜찮은 하루였다. 평소에 일할 땐 왠지 모르게 느긋해선 안 된다는 긴장감이 있는데, 광복절만큼은 조금 늘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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