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해피투게더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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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7, 2020

해피투게더 포스터 1

지난 금요일 연극 해피투게더를 보고 왔다. 일년 동안 은둔하고 살았더니 티켓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미희한테 알아서 정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이 연극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리하여 저녁 6시에 맞춰 약속 장소인 혜화역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2개월 만에 또 지갑을 잃어버려서 주민등록증과 면허증을 다시 발급 받느라 돌아다녔더니 아슬아슬한 시간대가 되어 버렸는데, 다행히 약속 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해서 왜 이리 안 오냐며 생색낼 수 있었다. 하하.

미희는 거진 반년 만에 얼굴 보는 듯 했는데, 그 사이에 많이 예뻐졌다. 장하다고 칭찬해주려다가 대뜸 말 꺼내기도 어색해서 헤어지고 나서 문자를 보냈다. 그나저나 남자 친구가 서울에 있을 때는 다이어트나 외모 가꾸기에 별 진전이 없더니만, 해외로 떠난 뒤에 변한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역을 나와 걷다 보니 문득 대학로에 처음 와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신여대 근처엔 고등학교 친구들이 살아서 가끔 놀러 갔었고, 종로나 충무로 쪽은 경복 고등학교를 다닌 탓에 지겹도록 돌아다녔는데 그 사이에 있는 대학로는 처음이었다. 신기한 일이라며 주절주절 떠들면서 저녁 먹을 가게를 찾다 보니 공연 시간인 7시까진 40분 밖에 안 남았다. 그 덕에 먹고 싶다던 스파게티도 음미하지 못하고 게 눈 감추듯 삼키다시피 했다. 근처에선 꽤 유명한 곳이라는데 살짝 아쉽긴 했다.

연극은 시종일관 소란스러웠다. 끊임없이 돌발 요소가 튀어나와서 다른 곳에 주의를 빼앗기거나 딴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미희는 옆에 앉은 여자 관객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떡해~, 세상에, 세상에라며 감탄사를 토해내는 바람에 제대로 집중하기가 어려웠단다. 그만큼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약간 신파극적인 요소가 있는데 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에겐 오히려 더 호소력 있는 부분이었고, 원체 웃음을 유발하는 대목이 많아서 눈물 짜는 이야기가 싫은 사람도 볼만 하지 않은가 싶다.

공연이 끝나고 언제나처럼 미희가 노원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번에는 내가 공연을 골라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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