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다. 집 거실에 누워 TV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KTF와 팬텍의 프로리그 경기도 끝난 참이라 온게임넷은 뭐하나 싶었다. 게임 방송은 안 하고, 사람이 가득찬 경기장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전 결승전 경기라도 하나 싶어서 채널을 돌리려던 참에 시야에 들어오는 블리자드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 아차, 어제 집에 돌아오느라 블리자드 차기작 발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행히 때늦지 않아서 이제 막 트레일러를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현역. 단 두 글자일 뿐인데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뻔 했다. 보충역 판정이라도 받았으면 스타 포트에서 근무하며 편히 지냈을텐데 최전선, 그것도 지상 근무라니 운도 없다. 거친 전란의 시대에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혹시 저글링 개떼 전술에 전사한 마린 중 한 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트레일러가 끝나고 게임 플레이 시연이 이어졌다. 프로토스 위주로 시연이 진행됐고, 테란의 유닛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저그는 잠깐 등장했는데, 무탈리스크와 저글링만 나와서 안타까웠다.
스타크래프트 2는 워크래프트 3와 달리 성공하리라 생각한다. 워크래프트 3는 스타크래프트와 다른 시도를 하려 했던 탓인지 소수 유닛 간의 싸움을 강조하고, 유닛 간의 상성을 뚜렷하게 만들었다. 초심자가 접근하기에 결코 쉽지 않았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3의 실패(사실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했을 때 실패라는 말이지, 아주 잘 팔렸다.)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대규모 전투 시스템을 다시 도입했다. 프로토스는 강력한 소수 유닛에 힘입어 싸웠지만, 테란의 마린 부대나 저글링 개떼는 여전했다. 나이더스 웜을 타고 엄청난 수의 저글링이 나타났을 땐, 깜짝 놀라 움찔하고 말았다. 프로토스는 이에 맞서 질럿 16기와 거상 2기만을 내세웠다. 발업된 업그레이드 질럿과 레이저를 쏘는 강력한 대인 유닛의 조합으로 적을 가볍게 제압했다.
스타크래프트 2는 이전보다 유닛 상성이 뚜렷해진 것 같다. 질럿이 마린을 이기자, 테란의 강습병이 나와 질럿을 제거하고, 이에 맞서 프로토스는 추적자를 투입한다. 그러나 워크래프트 3와 달리 유닛 상성이 적절한 수준인 듯 하다. 유닛 상성이 심하다면 대규모 전투가 싱겁게 끝나기도 한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를 플레이하다 보면 이런 일이 꽤 많이 생긴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 장면을 보건대 스타크래프트 3에선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테란의 로망. Nuclear Launch Detected에 이어지는 핵 세례를 받고 전투가 종결되는가 싶더니, 버로우 저글링이 고스트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GG.
블리자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게임 유저를 배려해주었다.
게임 회사에 취직 하시더니 ㅎㅎ 게임 리뷰까지 해주시는 군요^^
저도 “현역” 글자 보고 처음에 움찔 했다는 ㅋㅋ
마린 처음 나와서 입모양 맞추는거도 참.. 한국이 많이 팔아 주긴 했나 보더군요^^
잘하면 이제 신주영도 다시 나오려나요 ㅎㅎ
MMORPG가 아니라서 한국 게이머들이 무척 좋아하겠군요.
스타에서 손을 놓았던 노땅들도 다시 스타II를 구입할듯.
스타크래프트 2에 관한 생각
드디어 목이 빠지게 기다리게 했던 스타크래프트의 차기작의 모습이 어느 정도 공개되었다. 공개장소가 세계최초로 우리나라였다는 것이 매우 내 맘이 훈훈해지는것 같다ㅎ 현재 공개된것은 한국어로 만들어진 인트로 동영상과 게임 플레이 일부인데 동영상이 정말이지 대단햇다. 스타가 처음 우리나라에 출시될 때가 1997~1998년이라고 기억되는데 근 10년에 가깝다. 10년이면 강산도…
최신 기술도 많이 적용됐고 상당히 맘에 드는군요. 프로게이머들의 손놀림이 바빠지겠습니다;;
그나저나 대규모 전투를 위한 컨트롤은 아직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군요. 과연 그 점에서 수프림커맨더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RE brightfe: 딱히 취직 건과 상관 없는데…. 큭. 원래 스타는 즐겨 하고 즐겨 보기 때문에 World Wide Invitational 이야기가 돌 때부터 관심 갖고 있었어요. 정확하진 않은데 한국에서 400만장 정도 팔렸으니까, 엄청나죠.
RE 장림: 그러게요. 스타 이후로 게임 접으신 분들이 복귀할 기회가 될 듯 하네요. ^^
RE eMTi.net Blog: Starcraft 2 홈페이지에서 트레일러를 다운로드 받았는데, 여기엔 영문으로 되어 있더라구요. ‘현역’ 대신 ‘Active’라고 표기되던데, ‘현역’이 훨씬 가슴에 와닿습니다. 큭.
RE daybreaker: C&C 3도 해봐야 하는데… 어쨌든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져서 아무나 즐기기 어렵게 되지만 않으면 성공하겠죠. WWI 현장에 가면 데모를 직접 해 볼 수 있다는데 참 아쉽다는…
전 사실 스타를 즐겨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WWI에 가서 현장에서 봤는데요. 정말 현장의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II를 발표하는 순간의 분위기란.. 어떤 게임 개발사가 제작 발표회에서 저런 환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부러워지더군요~
현장에 다녀오셨군요. 부럽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스타로 밥내기 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9드론 패스트 무탈로 이겼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처음 스타하던 날엔 러커가 캐리어를 공격 안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기도 했습니다. 이래저래 추억이 많은 게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