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밀려드는 이메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때 메신저 창이 열리며 석현이가 말을 걸어왔다.
석현: 니 덕에 면접 존나 잘했다.
나: ?
석현: 어제 면접 질문이
우리 회사는 이런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교육 전략을 몇 개 제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였다. 그 중에서 내가 CDP / HRD에 관한 질문을 대답할 때, 너와 대화했던 내용을 덧붙여서 말했어. 한국에서 CDP가 안된다는 이야기. 그래서 그걸 해야 된다는 주장. 반면에 개개인에 맞춘 CDP를 하다 보면 전체 최적화가 안 되기 때문에 전사 인력을 바탕으로 HRD를 하여 전체 최적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지.석현: 임원하는 말. 신입사원 채용 면접인데, 너무 프로페셔널하게 말해서 어디 가서 강의 듣는 줄 알았다고.
지난 번에 석현이와 자정 넘어서 한 시간 정도를 MSN 메신저 상에서 떠들었던 기억이 났다. 국내에서 손에 꼽는 회사지만 인력 이동이 심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내가 말했었다. 그리고 나서 기업 문화에서 신뢰 또는 윤리 경영이 왜 중요한지, 이 두 가지 개념이 제약조건이론의 부분 최적화/전체 최적화 개념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해 말했었다. 그런데 당시의 이야기를 마음에 두고 있었나 보다. 본인 전공에 맞춰 갈고 다듬어서 강력한 도구를 만들어낸 것 같다.
복학 후에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눠봤지만, 석현이만큼 참신한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그것의 가능성을 통찰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도 없었다. 말하는 내 자신도 열명 중 아홉명은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리라 생각한 개념이었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의 자신의 무기로 만든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의 대화를 끝내고 나서, 언젠가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을 뒤엎을 기업을 만들어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S. MSN 대화 저장 기능을 살펴봤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때 나눈 대화 내용만 쏙 빠져 있었다. 아쉽다.
CDP/HRD가 뭔가요? 모르는 제가 좀 부끄러워 지네요.
마소에서 매번 기사 잘 읽고있는 독자입니다.
이번 포스트도 흥미롭네요,
시간내셔서 정리 해주시면 어떨까요?
매번 공짜로 좋은 내용 받아가서 늘 감사해하는 독자가,,
Re elixir: CDP는 Career Development Program, 즉 경력개발프로그램이고, HRD는 Human Resource Development, 즉 인적자원개발입니다. 우리말로 풀어놓으니까 익숙한 개념이죠? ^^
Re seirei: 안 그래도 정리해보려고 하는데, 제 머리 속에서 아직 엉켜있는 부분이 많아서 쉽지 않더군요. 이런 주제로 심도있게 토론할 수 있는 사람이 제 옆에 있으면 조금 더 쉬울텐데 아쉽습니다.
추신. 어쩌다 보니 일이 꼬여서 11월호엔 제 기사가 실리지 못했습니다. 원고는 써 놨는데, 서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면접은 어떻게?
은행장 아들을 넣어달라는 청탁만 없으면 됐다고 하네요. "인사부에 안 넣어주면 입사 안 할거요?"라고 물어봤다니까, 임원이 어지간히 좋아한거죠. ^^
멋지군….
실시간으로 덧글 달며 채팅하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