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에 올랐다. 경부선과 반대로 서울행 열차는 한가하다. 15호 열차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뒤따라 서너명이 들어오지만, 그게 전부다. 백팩과 수학 교재가 든 봉지를 자리에 내려놓고 정리한다. 하루 이틀 머무는 일정이 아닌 탓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나왔다. 옆 자리가 비어있으니 물건 배치하기가 쉽다. 자리에 앉기 전에 마천루를 마저 읽을지, 다른 일에 손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다들 자리에 앉아 제 나름의 일을 하고 있을 무렵, 앞에서 늦게 탑승한 여성(A양이라 부르자)이 대각선 앞쪽에 자리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무심결에 슬쩍 쳐다봤다. 그런데 무척 마음에 드는 얼굴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무슨 꿍꿍이가 있지 않더라도 한 눈에 호감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살펴보기 좋은 자리에 앉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나 역시 자리에 앉았다. 관음증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쯤에서 자신의 할 일이나 하려고 노트북을 꺼낸다. 그런데 A양도 가방을 뒤적이더니 이내 노트북을 꺼낸다. 흰색 자켓과 잘 어울리는 새하얀 12인치 노트북이다. 아마도 Averatec 제품군 중 하나이리라.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A양이 무엇을 하나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부팅하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나처럼 대기 모드로 해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잠시 딴 생각하고 있으니 윈도우의 바탕화면이 LCD에 떠올랐다. 호기심이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그때 뿐이었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MS 워드나 파워포인트 창이 뜨기를 내심 기대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A양이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을 일을 갖고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이 참 아릅다운 법이다. 한데 애니메이션을 보다니… A양이 애니메이션 분야에 종사할 생각이라면 모르겠지만, 일단 실망이다.
저는 올라오는 길에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봤다는… ^^;
전 주로 컴퓨터랑 스타를 하는데~
담부턴 비주얼 스튜디오를 꺼내야 겠군요 ㅋㅋㅋ-
즐건 추석 보내세용~
Re reshout: 바둑 좋아하시나 봐요? 초등학교 때 3급이었는데, 요즘은 잘 안 하다보니 실력이 형편 없습니다.
Re codewiz: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시다니 보통 내공이 아니신데요. ^^
이성으로 사귀고 싶은 여성상에 관한 이야기이니 남자분은 패스입니다. ^^
모두 추석 연휴를 즐겁게 보내세요~~~
저도 기차, 지하철에서 글을 쓰거나, 코딩을 하려고 하곤 하지만..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 오버하는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1-3시간 가야 할 일이 있을땐 영화 몇편 넣어가지고 갑니다 저도 ^^
지난 3년 동안 지하철에서 책 읽기를 했더니만, 저는 완전히 단련 됐습니다. ^^
저도 주로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책을 보는데, 추석 무렵에 CSI를 처음 접하게 되어 피곤했던 관계로 보게 되었는데 재밌더라구요. ^^ 바둑은 좋은 취미라는 생각이 들어서 배우려고 하는데 어렵네요. 그냥 짬짬히 공부하고 있지요.
ㅎㅎ 저랑 비슷한 시각이시군요.
모든 분들께. 호스팅 서버를 이전하면서 SMTP 설정이 잘못됐나 봅니다. 그 전에는 덧글이 달리면 주인장인 저와 덧글 쓰신 분들께 업데이트 내역이 발송됐었습니다. 이 기능이 안 되니 제가 덧글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호스팅 서버의 운영체제에도 문제가 있어서, 한번 갈아엎으려고 생각 중입니다. 직접 관리하니까 장단점이 있네요. 쩝.
Re reshout: 동아리 방에도 CSI 폐인이 한 명 있습니다. ^^
Re 정원혁: 마천루(The Fountainhead)의 도미니크나 아틀라스(The Atlas Shrugged)의 대그니 같은 여성을 찾고 있습니다. ^^
항상 그게 문제인 것이지. 선입견!! 애니는 그냥 취미라니까요? 라고 말했고 그녀가 진짜 하는 일은 디렉터이면 어쩔껴? ㅋㅋ 너는 기회를 잃은 것이야. 암 그렇구 말구. 난 그런 여자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워킹 우먼을 선호하시는군요! ㅋㅋ
네. 오늘은 룸메이트가 M-TV에서 방영하는 소개팅(?) 비스무레한 프로그램을 보고 있길래, 저도 잠깐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등장 인물들이 꼭 어린애 같았습니다. 주관이 강한 사람을 싫어하고, 자신의 뜻대로 따라주길 바라던데요. 저는 바비 인형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