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ng of Ice and Fire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A Feast for Crows을 2 주간 붙잡고 읽은 끝에 그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됐다. 평소에는 두세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는 하는데, A Song of Ice and Fire를 읽을 때만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A Feast for Crows에서는 이전 시리즈와 달리 Briene, Cercei, 그리고 Jaime 등 몇몇 인물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드래곤의 어머니, Daenerys가 등장하지 않아서 줄곧 의아해 했었는데, 작가가 마지막 장에서 다음 책에서는 Daenerys, Stannis 등만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을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방대해져서 도저히 한권에 담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다음 권인 A Dance of Dragons의 첫번째 장을 함께 실었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빠른 이야기 전개도 그렇지만, 이렇게 예고편을 제공하는 것을 보면 참 마케팅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외적인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이 작품의 매력에 대해 생각해보자. 역시 A Feast for Crows의 놀라운 점이라고 하면, 작품 속의 인물이 현실의 인물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명예를 중시하고, 존경할만한 인품을 가진 Eddard Stark는 그 자신의 성격 때문에 파멸을 당한다. 난장이로 태어나 온갖 설움을 당하는 Tyrion Lannister는 못난 외모 이면에 뛰어난 지성을 가진 자다. 신분, 겉모습, 그리고 지적 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인물이 자신만의 장점과 약점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런 인물들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제각기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러다 보면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독자가 애정을 갖고 지켜본 인물이 파국의 길로 들어서기도 하고, 정반대로 악당이 권력을 휘어잡기도 한다. 실제 현실에서와 같이 도무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가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판타지 소설이기는 하지만, 작품 내에서 마법의 역할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 드래곤이나 좀비와 같은 Wights도 등장하지만,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찌보면 마법의 존재들은 작품의 감초 역할을 할 뿐이다. 메테오나 정령 소환 같은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무협소설에서처럼 주인공이 엄청난 내공을 쌓아서 악당들을 무찌르지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나 바로 이점 때문에 Daenery가 드래곤을 깨우는 장면이나 Night’s Watch가 장벽 너머에서 Wights에 맞서 싸우는 장면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메테오나 정령소환 같은 허무맹랑한 쇼를 난발하여 이야기의 부실함을 가리려는 어설픈 판타지 소설에 싫증이 났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3번째 권까지 번역되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