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인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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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June 7, 2005

최근 한달 남짓 타이젬에서 바둑을 두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비하면 실력이 형편없이 떨어졌지만, 나름대로 승률은 괜찮아서 그 사이 2번 승단을 해서 지금은 2단입니다.

그 동안 대국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바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내심’입니다.

온라인 상에선 하향평준화 현상이 심해서 단급이라고 해도 실력이 고만고만합니다. 그런데도 제 승률은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바둑 상대를 찾습니다. 보통 4~7번은 시도해야 간신히 상대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되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스타크래프트 3:3 팀플레이를 하려고 배틀넷에 들어갔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꼭 5명째에서 한명이 모자랍니다. 재수없으면 20분이 지나도록 게임 한판을 하지 못합니다. 약간 과장해서 이런 상황과 비슷합니다.

바둑이 시작됩니다. 운 좋게 제가 흑이 되었군요. 제가 좋아하는 중국식 포석을 펼칠 기회가 왔습니다. 아, 그런데 상대는 중국식 포석을 견제할 줄 모르는군요. 거참, 단급이나 되는 인간이 중국식 포석도 모른단 말이냐. 손쉽게 게임을 주도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뻐할만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화만 납니다.

대체로 게임 중반까지의 진행은 어렵지 않습니다. 30~50집 정도 앞선 상황이라 이 정도면 끝난 셈입니다. 이쯤되면 상대는 최후의 발악을 합니다. 제가 정말 싫어하는 것이 뭔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물러날 때를 모르고 추하게 발악하는 정치가와 바둑기사(아마추어도 기사라고 부를 수 있다면,)입니다. 상대는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갖은 잔머리를 굴립니다. 그에 반해 저는 짜증과 조급함 때문에 케이블 TV를 틀어서 봅니다. 이러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정말 간단한 속임수에 넘어가서 내 귀중한 대마가 돌아가시고, 게임마저 역전되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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