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 – 고평석 지음/한얼미디어 |
트위터에 이 글에 대한 짧막한 서평을 쓴 일이 있다. 안타깝게도 그 글을 찾지 못하겠지만 요지는 간단하다.
"쉬운 해결책을 찾는 자에게는 유혹적인 책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뉴스나 신문에서 보도하는 논문 등은 조잡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이 분야의 연구 결과를 몇 년째 살폈지만 게임의 악영향에 대한 편견을 뒷받침할 근거는 희박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부정적인 부분만 강조한다. 아주 드물게 언급하는 근거도 형편없는 수준인데, 그나마 과학 연구보다는 자신의 경험담이 대부분이다.
개인적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자가 업계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할 때도 드러난다.
"우리 회사에서 만든 게임에 아이들을 중독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라고 말하곤 그 것이 업계의 보편적인 목표라는 듯 말한다. 대체 이 사람은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일을 했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게임 업계 종사자도 절대 다수가 아이가 있는 학부모이기 때문에 중독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곤 한다. 아이들이 몰입할 만큼 재미있으면서 학업이나 운동 등에 할애할 시간을 뺏지 않고 스트레스만 풀고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현실에선 프로젝트의 수익 문제 때문에 이런 고민을 덜 할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중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떳떳하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게임 회사를 운영했다는 사람이 게임을 즐겨 해 본 적이 전혀 없다는 사실도 게임 업계에 부정적이기만 한 다른 학부모와 다를 게 없다. 사실 경영자가 게임을 즐겨본 적이 없었으니 "아이들을 중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름 게임을 제대로 경험해보겠다고 뒤늦게 "슈퍼 사이즈 미" 같은 실험을 했다는데, 이 업계에서 열심히 일하는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그런 실험을 안 해도 게임의 장단점을 몸소 경험해보았다. 뜨내기보다는 훨씬 전문가인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 "슈퍼 사이즈 미" 실험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 보이는지 굳이 말해야 할까?
저자의 비판 중 몇 가지는 고민해볼 거리이긴 하다. 게임이 두뇌 계발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수용할 만 하다. 게임이 두뇌 계발이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분명 많다. 하지만 게임 관련 언론사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수준은 아니다. 저자의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근거에 비해 주장이 지나치다는 점에서 게임 관련 언론사와 다를 바가 없다. 게임 관련 연구 결과를 알고 싶다면 차라리 Reality is Broken 같은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 Jane Mcgonigal 이 TED 에서 강연한 "게임을 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라는 동영상을 보아도 좋다(자막을 Korean 으로 설정하고 보자).
게임을 논의할 때 비판자의 주된 공격 지점은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이다. 어릴 적에 ‘오락실’을 가면 똑같은 소리를 들었다. 바둑학원을 가면 머리가 좋아지고 오락실을 가면 머리가 나빠진다니 그 차이가 무엇인가 궁금했지만 아이였기에 부모의 말이 맞는가 보다 할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당시에 오락실을 뻔질나게 다니던 내 친구도 지금은 어엿한 대기업 직원이고 모범생 노릇을 하던 나보다 경력과 연봉 모두 더 낫다. 이 또한 과학이 아닌 개인적 경험에 근거하지만, 저자와 굳이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면 그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책(추천 도서: 성공의 심리학)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자. 피상적인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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