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이라기보단 요즘 힘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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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8, 2020

요즘 들어 회사 일이 불만스럽다. 본래 짜증이 많은지라 새삼스럽긴 하지만, 확실히 이젠 그 수위가 위험하다고 자각하게 된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는데, 휴가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방안도 없다. 다른 사람에게 내 기분을 전달하느니 휴가 내고 기분 전환하는 편이 낫겠다 싶지만,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고 단순히 일시적으로 도피하는 방법이라 꺼려진다.

문제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역시 혼자 감당하는 부분이 많고 그 기간이 길어졌다는 게 가장 크다.

1차 오픈 후에 쓸 스크립트 엔진을 개발 중이다. 그런데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나만 비주얼 스튜디오 2008을 쓰게 됐다. 나머지 사람들은 2005를 쓴다. 그래서 누군가 코드를 고쳐놓으면 내 빌드만 망가지기 일쑤다. 보통은 공유 라이브러리에 손을 댄 사람이 다른 애플리케이션까지 확인을 한다. 하지만 나만 다른 개발 도구를 쓰다 보니 여기까지 신경 써주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애당초 다른 사람들이 쓰는 프로젝트 구성에는 내가 작업하는 프로젝트가 빠져 있거니와, 비주얼 스튜디오 2005로는 컴파일조차 안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코드 동기화나 깨진 빌드 고치기에 투입하게 된다. 빌드해야 하는 코드량도 내쪽이 훨씬 많다보니, 잘 되나 확인하는 데도 엄청난 시간이 소모된다. 여럿이 일할 땐 그래도 각자 자기가 손 봤던 프로젝트만 확인하면 됐지만, 이 경우엔 내가 건들지도 않은 프로젝트까지 확인해야 한다.

도서관전쟁(圖書館戰爭) - 으아, 짜증나!>

이렇게 뒤치닥꺼리를 끝내고 나면 솔직히 기운이 다 빠진다. 특히 저녁 시간에 일하는 사람이 코드를 바꿔놓으면, 머리가 핑핑 잘 돌아가는 아침 시간을 그 뒷감당하느라 보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일이다. 힘이 다 빠진 상태로, 골치아픈 설계 이슈라던가, 디버깅 문제를 잡으려 하니 사람이 지칠 수밖에.

이런 상황을 더 지치게 만드는 건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을 때 발생한다. 이제 컴파일도 되고, 애먹던 설계 이슈도 대충 해결책을 찾아 적용하더라도, 어쩐 일인지 작동이 안 될 때가 있다. 어라, 어제는 됐는데? 어딘가 로직이 바뀌었는데, 그게 어디인지 모르는 상황이 생긴다. 이쯤되면 돌아버린다. 지친 두뇌로 꼬인 수수께끼를 풀려니 될리가 있나!

이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니 최근엔 출근 시간이 10분, 20분 늦어지고, 퇴근 시간은 되려 10분, 20분 빨라졌다. 일찍 퇴근해도 심신이 피곤해서 늦게 일어난다. 어차피 휴가도 많이 남았겠다 좀 쉴까 싶기도 한데, 되돌아와서 왕창 망가져있는 코드를 발견할까 무섭기도 하다. 이 문제는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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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ernetes, DevSecOps, AWS, 클라우드 보안, 클라우드 비용관리, SaaS 의 활용과 내재화 등 소프트웨어 개발 전반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지인이라면 가볍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의 현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협의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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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몬드
15 years ago

제가 직장생활을 해본 바가 없어서 딱히 생각나는 말이 없네요.

힘내시길!!

겐도
15 years ago

개발팀의 개발환경 통일은 중요한 부분이라 보이는데?
딱 봐도 개발툴 불일치가 불필요한 코스트를 발생시키고 있자누.
난 개발시작하기 전에 개발환경과 관련된 프로그램의 가능한 정확한 버전까지 정하고 시작하지.

전부 업글하거나, 반대로 지금 개발코드들이 하위버전에 맞추어져 있을테니 너가 다운그레이드하고 어떻게든 맞춰내는게 장기적으로 답일듯 한데?

바하문트
바하문트
15 years ago

전 매트릭스 1편을 봅니다^-^

도도빙
도도빙
15 years ago

어떻게든 개발 환경을 맞추는게 중요할 듯 하군요.

최재훈
15 years ago

1차 끝나면 전부 2008로 넘어올 예정인데, 그때까진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어서 말이죠. 새로 들어가는 기능이 C++/CLI인데, 2005로는 제대로 지원 안 되는 기능이 많아서 제가 다운그레이드하긴 무리예요. 다른 사람들이 2008로 오려고 해도 1차 오픈까진 끝나야… 원래부터 그럴 예정이었죠.

처음엔 이렇게 문제가 심하지 않았는데(사실 기능이랄께 없어서), 제가 만드는 기능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면서부턴 골치 아프네요. 기존 기능과 연동하는 곳이 많은데, 자꾸 깨지곤 해서 진도가 안 빠져요. 오픈베타하면서 발견한 버그를 고친다고 공유 라이브러리 쪽을 손보는 빈도가 부쩍 늘어난 탓도 있고 말이죠. 브랜치 떠서 하자니 나중에 한꺼번에 코드를 정리할 생각을 하면 두통이 밀려오고, 딱히 좋은 생각이 안 떠오르네요.

최재훈
15 years ago

뭐, 급한 기능이 아니니 느긋하게 마음 먹는 것도 한 방편이긴 하겠군요. 성격이 그렇지 않아서 문제지.

dark
dark
15 years ago

몇가지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만 비주얼 스튜디오 2008을 쓰는게 문제인 것 같군요..

그 뒷감당이라는 거. 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짐이 님한테 지워진 것 같네요.

회사가 왜 님한테만 그런 부담이 큰 짐을 지우는 지 모르겠군요.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겠군요.

기운 내세요~! 일이 잘 해결 됬으면 좋겠네요.

최재훈
15 years ago

아니,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는데, 오해의 소지를 제가 제공했으니 큰일이네요.

원래 제가 2008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장본인입니다. -_-;;

그때는 나름 이유가 있었구요. 실제로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요즘 와서 일의 양상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져서 골치 아프다는 소리였구요. 회사가 뭐 같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불만이란 건 일이 꼬여서 힘들다는 뜻입니다. ^^

겐도형 말대로 어떻게든 2005에서 버텨보다가 넘어오는 편이 나았을거란 생각도 드네요. 그때는 이 길이 맞다고 생각했지만요.

dark
dark
15 years ago

그런 거였군요. 일이 꼬여서 힘들다는 거군요.

최재훈
15 years ago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하여 제목을 바꿨습니다.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