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이라기보단 요즘 힘든 점

요즘 들어 회사 일이 불만스럽다. 본래 짜증이 많은지라 새삼스럽긴 하지만, 확실히 이젠 그 수위가 위험하다고 자각하게 된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는데, 휴가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방안도 없다. 다른 사람에게 내 기분을 전달하느니 휴가 내고 기분 전환하는 편이 낫겠다 싶지만,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고 단순히 일시적으로 도피하는 방법이라 꺼려진다.

문제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역시 혼자 감당하는 부분이 많고 그 기간이 길어졌다는 게 가장 크다.

1차 오픈 후에 쓸 스크립트 엔진을 개발 중이다. 그런데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나만 비주얼 스튜디오 2008을 쓰게 됐다. 나머지 사람들은 2005를 쓴다. 그래서 누군가 코드를 고쳐놓으면 내 빌드만 망가지기 일쑤다. 보통은 공유 라이브러리에 손을 댄 사람이 다른 애플리케이션까지 확인을 한다. 하지만 나만 다른 개발 도구를 쓰다 보니 여기까지 신경 써주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애당초 다른 사람들이 쓰는 프로젝트 구성에는 내가 작업하는 프로젝트가 빠져 있거니와, 비주얼 스튜디오 2005로는 컴파일조차 안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코드 동기화나 깨진 빌드 고치기에 투입하게 된다. 빌드해야 하는 코드량도 내쪽이 훨씬 많다보니, 잘 되나 확인하는 데도 엄청난 시간이 소모된다. 여럿이 일할 땐 그래도 각자 자기가 손 봤던 프로젝트만 확인하면 됐지만, 이 경우엔 내가 건들지도 않은 프로젝트까지 확인해야 한다.

도서관전쟁(圖書館戰爭) - 으아, 짜증나!>

이렇게 뒤치닥꺼리를 끝내고 나면 솔직히 기운이 다 빠진다. 특히 저녁 시간에 일하는 사람이 코드를 바꿔놓으면, 머리가 핑핑 잘 돌아가는 아침 시간을 그 뒷감당하느라 보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일이다. 힘이 다 빠진 상태로, 골치아픈 설계 이슈라던가, 디버깅 문제를 잡으려 하니 사람이 지칠 수밖에.

이런 상황을 더 지치게 만드는 건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을 때 발생한다. 이제 컴파일도 되고, 애먹던 설계 이슈도 대충 해결책을 찾아 적용하더라도, 어쩐 일인지 작동이 안 될 때가 있다. 어라, 어제는 됐는데? 어딘가 로직이 바뀌었는데, 그게 어디인지 모르는 상황이 생긴다. 이쯤되면 돌아버린다. 지친 두뇌로 꼬인 수수께끼를 풀려니 될리가 있나!

이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니 최근엔 출근 시간이 10분, 20분 늦어지고, 퇴근 시간은 되려 10분, 20분 빨라졌다. 일찍 퇴근해도 심신이 피곤해서 늦게 일어난다. 어차피 휴가도 많이 남았겠다 좀 쉴까 싶기도 한데, 되돌아와서 왕창 망가져있는 코드를 발견할까 무섭기도 하다. 이 문제는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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