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사업에 로봇이 미칠 영향과 컴퓨팅 기술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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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8, 2020

알립니다. 이 글은 KAIST 전산학과 세미나 과제로 작성한 글입니다. 포부를 밝히는 글을 써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미래 예측이 되어 버렸습니다.

예측

로봇 관련 산업이 앞으로 10년 내에 기술 주식시장을 이끌게 된다. 소프트웨어는 차세대 로봇 산업의 중심이 된다.

산업 판도

현재의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와 유사하다. 처음엔 산업용 로봇이 시장을 주도한다. 가정용으로 쓰일 만큼 다목적 로봇을 만들기엔 기술력이 부족하고, 생산 비용도 높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메인프레임 전성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

산업용 로봇으로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이 나타나고, 기술력이 축적됨에 따라 소규모 사업용 및 가정용 로봇이 생산되기 시작한다. 산업 초기에는 각 회사마다 서로 다른 제품을 내놓는다. 경쟁이 계속되면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거나 또는 확보하려는 업체가 나타난다. 이들은 하드웨어 표준을 마련하고, 이 중 한 두 개만 살아남게 된다. 이를테면 ‘IBM-PC 호환’과 매킨토시만 살아남는 형국이 된다. 이 시기에 비로소 시장이 예측 가능하게 되고, 회사마다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연구ㆍ개발하지 않아도 되게 된다. 시장은 커지고, 진입장벽은 낮아진다.
이때부터 서서히 소프트웨어 회사의 입지가 강해진다. 하드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각 하드웨어 제조사의 힘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소프트웨어 플랫폼 제공업체의 힘은 강해진다.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위치를 지닌 회사가 나타난다.

컴퓨팅 산업과 비교해서 간단히 설명했지만 실제론 좀 더 복잡한 모델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하드웨어 표준이 마련된 후,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결정된다는 부분이 현실과 다르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나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같은 업체는 로봇 산업에 적합한 자사 플랫폼을 내놓기 시작했다. 기존 컴퓨팅 산업이 영향을 미치면서 상황은 복합적으로 변하겠지만, 몇 개의 소프트웨어 플랫폼만 살아남아 시장 지배력을 거머쥔다는 면에선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규모 사업용 표준 로봇

로봇하면 ‘아톰’ 같은 인간형 로봇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산업 초기에는 기술력 부족과 비용 상승 문제 때문에 오히려 자판기에 가까운 로봇이 주로 쓰이게 된다. 카운터의 점원 역할을 대신하는 로봇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존 가정용 PC에 몇몇 센서와 부가 장비를 탑재한 모습을 떠올린다.

그림 1. 인간형 로봇의 대표주자 아톰

아톰

손님이 들어오면 얼굴 인신 및 음성 인식 등의 기술을 활용해 인식한다. 이미 카메라 및 마이크 등 하드웨어 기술은 충분히 발달해 휴대폰 등 소형기기에 탑재될 만큼 싸졌다. 그러니 부가가치는 인식기술에서 나올 것이다. 일정 숫자의 손님이 오가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에는 인식률이 낮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혼란을 일으킬 만큼 샘플(손님) 수가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미 이 정도의 기술은 확보되어 있는 상황이니, 로봇 산업이 본격적으로 커질 무렵엔 소프트웨어 플랫폼 회사가 기본적인 얼굴 및 음성 인식 기능을 제공하게 된다.

카운터의 주 역할은 요금 계산이다. 이미 이와 관련된 기술은 확보되어 있다. 좀더 인간친화적이게 포장만 하면 된다.

카운터용 로봇에 도둑을 탐지하는 기능을 부여할 수도 있다. 스타워즈의 R2D2처럼 바퀴를 탑재해 매장을 돌아다니며 감시하게 만들어도 되고, 몇 평 안 되는 사업장일 경우엔 카메라 이동만 자유로워도 된다. 손님 확인용으로 쓰이는 인식 기능을 조금만 손보면 도둑탐지 기능이 된다. 좀더 나은 기능이 필요하다면 초음파 발신 장비나 적외선 탐지 카메라를 활용하면 된다.

그림 2. 히타치에서 내놓은 보안 로봇 초기작

Hitachi security robot I

로봇이 도둑을 탐지하게 되면 무선 인터넷 망을 통해 경찰이나 사설 경비업체에 연락하게 된다. 이미 무선 인터넷 망은 보급화 단계에 있고, 수년 내에 유선 네트워크만큼이나 가격이 내려갈 테니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비용 점검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앞서 점검했듯 상당히 많은 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다. 한국 정부에선 이미 100만원대의 가정용 로봇을 보급하겠다고 나섰다. ‘아톰’처럼 멋지진 않아도 실제 산업에 쓸만한 로봇이라면 시장에 수백 만원대로 출시될 것이다. 수천 만원에 이르는 인건비와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더욱이 로봇은 24시간 가동하면서 사업장의 보안을 책임지는 등 부가 기능도 제공한다.

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업그레이드하느라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최초 출시 땐 손님 확인용 소프트웨어만 탑재했더라도 무선 인터넷 망을 통해 사업장 보안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기만 하면 도둑 탐지 기능과 같은 부가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중앙 연산 – 분산 센서 구조

이마트와 같은 큰 규모의 매장이라면 로봇이 여러 대 필요하다. 이때 인간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연산 기능을 뺀 값싼 로봇이 유용하다. 강력한 연산 능력을 가진 컴퓨터를 매장에 몇 대만 두고, 이 컴퓨터가 모든 로봇을 제어하게 하면 된다. 로봇은 일종의 센서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하면 좀더 저렴하게 로봇을 보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위한 기반 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다. 많은 가정에서 인터넷 공유기를 통해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를 좀더 확장해서 매장 및 공장용 광대역 무선 네트워크를 만들면 된다. 분산처리 기술은 SETI 프로젝트나 한국 정부의 보급형 로봇 사업에 이미 쓰이고 있다. 아직까진 다목적으로 쓸만한 분산처리 플랫폼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시장 수요만 충분하다면 문제는 금방 해결될 것이다.

로봇의 재정의

중앙 연산 – 분산 센서 구조에서 묘사한 상황대로라면 로봇이란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존재일 수 있다. 흔히 생각하는 R2D2와 같은 로봇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존재이다. 인간처럼 한 육체에 두뇌 하나가 들어있는 셈인데, 분산 구조에선 하나의 두뇌로 여러 개의 몸체를 조정한다.

이같은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이미 로봇 시대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지하철이나 백화점 등엔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일종의 센서라고 봐야 한다. 물론 아직까진 사람이 직접 화면을 지켜보고 있지만, 쓸만한 소프트웨어만 갖춰지면 금방 자동화할 수 있다. ‘아톰’과 같은 구체적인 실체는 없더라도 (카메라를 통해) 외부 변화를 탐지하여, 도둑이 발견되면 이를 경비 업체에 통보하는 두뇌(소프트웨어)가 있으므로, 로봇이라 볼 수 있다. 즉, 로봇이란 강철 몸체를 가지지 않았더라도 외부 변화에 반응하여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소프트웨어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결론

  1. 최소한 소규모 사업용 및 가정용 로봇 산업은 현재의 컴퓨팅 산업과 융합되어 따로 구분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2. 똑같은 하드웨어라도 탑재된 소프트웨어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 데스크톱에서 가장 비싼 기기는 CPU가 아니라 하드디스크이다. 그 안에 든 소프트웨어와 컨텐트가 훨씬 값어치 있기 마련이다. DBMS 등의 단일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가격이 하드웨어 가격을 웃도는 일은 이미 흔하다.

  3. 플랫폼 표준화가 이뤄지면서 시스템 보안이 지금보다 더 중요해진다. 악의적인 해킹이 곧바로 물리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앙 연산 – 분산 센서’ 시스템에선 피해가 확산되기 쉽다. 안전하게 무선 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이 확보되어야 한다.

  4. ATM이 등장하면서 관련 고용이 줄어들었듯, 로봇이 광범위하게 쓰이게 되면 일시적으로 고용이 줄 위험이 있다. 그러나 로봇 관련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은 호황을 맞게 된다. 또한 기계가 하지 못하는 산업 분야로 인적 이동이 이뤄지게 됨으로써 장기적으로 고용불안은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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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ernetes, DevSecOps, AWS, 클라우드 보안, 클라우드 비용관리, SaaS 의 활용과 내재화 등 소프트웨어 개발 전반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지인이라면 가볍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의 현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협의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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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ho Seo
16 years ago

글 속에서 로봇 산업에 대한 통찰력이 잘 나타나 보입니다. 그런데 아직 국내 현실에서는 로봇을 이벤트 성으로만 디자인해서 좀더 실용적인 분야에 연구를 더 하고 수익을 내어야 할 것 입니다. 로봇이란 아이템으로 투자만 받거나 너무라도 영세적인 업체가 많은게 아쉬울 뿐입니다. 세계에서 로봇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고 잠재력을 가진 나라는 한국, 중국, 인도, 영국, 독일 등입니다. 좋은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최재훈
16 years ago

저보단 로봇에 대해 많이 아실 듯 한데, 즐겁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저는 에너지 산업과 로봇 산업이 다음 10년 내에 크게 성공하리라 생각하는데, 전산과 세미나이다 보니 이번엔 로봇을 다뤘습니다. 전산과 건물에 로봇 대회 포스터가 붙어있었고, 집에 돌아오니 로봇 아카데미라는 가게인지 학원인지 모를 곳이 생겼더라구요. 아직까진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보이지 않아서 아쉽긴 하지만, 사람들이 서서히 로봇 산업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뒷북치지 않고 제때 미국과 같은 선도국을 따라잡기를 바랄 뿐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