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분석

독일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 겉치레 외향성문화란 글을 어제 흥미롭게 읽었는데, 오늘 다시 보니 댓글이 길게 달려있었다. 내 블로그엔 댓글이 길게 달리는 법이 많지 않아서 부러운 마음에 쭈욱 읽었는데, 열심히 글 쓴 사람이 불쌍하더라.

우선 약한 것부터 보면,

유행안따진다는거 다 본인들 스스로 서구식 프로테스탄티즘에 입각한,미덕이라고 자처하는 ‘검소’함을 가장한 위선입니다.

글쓴이에 대한 공격은 아니고 성실히 답글을 달았는데, 문제는 서구식 프로테스탄티즘에 입각한이란 대목이다. 난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럼 동양식 프로테스탄티즘도 있나? 기껏 미덕이나 검소함을 따지는데 프로테스탄티즘을 끌고 오는 것도 지식과잉이다. 애당초 청교도란 말을 놔두고 프로테스탄티즘이란 용어를 쓰는 자세부터 그리 올바르진 않다.

블로그 주인은 열심히 글을 쓴 흔적이 보이는데, 댓글은 그렇지 않아 아쉽다. 특히 비판을 할 때는 글쓴이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은 알겠는데
기준이 뭐지?
스스로 독일을 기준으로 내뱃는 말인데 뭐 어쩌란 것인지?
그나라에는 그나라의 문화가 있는데
당신 한국인? 독일인?
그나에서 살면 그나라에 맞쳐서 살면되고
싫으면 그나라를 떠나면 그뿐이지
뭐 이렇다 저렇다 말이 그렇게 많은지
한국에는 말이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라는 속담이 있거든
그런것쯤 머리속에서 생각이란걸 하고 살면 편하고 좋을텐데
그렇게 무관심속에서 살고 싶어하니 정어리 한국의 문화를 이해할리가 있니?
머리짧게 깍았다고 주변에서 뭐라고 하면 그냥 깍았다고 하면 되고
화제를 돌리면 되지
그걸 귀찮다고 생각하면 인사는 귀찮아서 왜하니?
참 이상한 사람이네.
떱...
적응하면서 사시길...

웹을 돌아다니다 보면 흔히 목격하는 그런 류의 글이다. 내 주변 세대나 이제 대학생이 된 신세대들은 똑똑하긴 한데, 학교 교육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우선 기준이 뭐지?라는 말에는 문화상대주의적 사고가 스며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절대론보단 상대론을 강조해서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툭하면 기준이 뭐냐고 묻는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그렇게 문화상대주의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신은 어떻게 믿냐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종교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울 정도다. 하기사 종교는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예외로 쳐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인권이나 도덕은 어떤가? 인권의 기준은 무엇인가? 원숭이보다 못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타고난 아이는 인권을 박탈해야하나? 기준에 따라 다르다. 달리 말하면 어떤 기준에 따르면 그런 아이는 동물 취급을 받아도 할 수 없다. 상대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면 말이다.

문화상대주의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자는 취지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이렇게 기준이 뭐냐?라고 툭하고 내뱉을 때 쓰는 논리가 아니다.

다음 문제는 정말 심각한 오류인데 바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란 대목이다. 우선 원래 글은 독일과 한국의 단면만 비교했을 뿐이다. 저자가 지나치게 앞서 나가서 한국은 구리다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댓글 쓴 이가 혼자 쇼를 한다. 그리고 설사 글쓴이가 한국은 문제가 많다라는 취지로 글을 썼다 하더라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란 말을 해도 되는 건 아니다. 모국이란 존재가 싫으면 떠날 정도로 가벼운 존재란 말인가? 댓글 쓴 이는 자신이 애국자인 척하지만 실은 모국을 싫으면 떠날 수 있는 존재 정도로 대할 뿐이다.

그리고 중이 절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 유럽 연합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을 보면 된다. 예전 사회주의 국가가 남긴 거의 유일한 자산이라곤 제대로 된 대학 교육과 유능한 학생들 뿐인데, 그들은 모국에서 희망을 못 찾아 서유럽으로 떠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삐꺽거리면 유능한 사람들부터 나간다. 중이 절이 싫다고 절을 떠나면 진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력을 발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애당초 속담 정도를 논리의 근거로 내세우는 사람에게 그런 상상력을 요구하는 것부터가 부당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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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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