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살던 곳은

백수가 된 탓에 집안에 틀어박혀서 웹 서핑을 오래 하게 될까봐 일 없어도 밖으로 나가고 있다. 어제는 오늘 4주 훈련 받으러 떠나는 전 직장동료와 점심식사 하러 구로디지털단지까지 갔고, 이왕 멀리 나서는 김에 낙성대에서 태환이와 또 점심을 먹었다. 한참 떠들면서 먹다 보니 배부른 것도 있고 돈까스를 계속 집어먹었다. 오늘은 어제 과식한 것도 있겠다 날씨도 시원하겠다 스트라이다를 타러 나갔다.

애초에 멀리 갈 생각은 없었기에 디지털 카메라도 집에 놔두고 왔지만, 결국 상계6동 주공 1단지까지 가고 말았다. 상계6동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만 7년을 산 곳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임에도 몇년에 한번 꼴로 들리곤 했다. 오랜만에 가는 탓에 약간의 홍조를 느꼈지만, 단지 숨이 찼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들근린공원에 들어서자 테니스장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서니 농구대가 있는 조그만 광장이 보였다. 실외 수영장의 건물이 광장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와 그 넓던 광장과 잔디가 왜소해져 있었다.

그 넓은 축구장 주변이 모두 출입금지구역이 되어서 공원에 남아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 조감도대로라면 축구장 주변에 관람석 등을 건설하고 있는 것 같았다. 편의시설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풀숲이 줄어드니 문제였다. 어른의 가운데 손가락만한 여치를 잡아들이던 비밀의 장소도 콘크리트로 뎦혀 있었다.

상천 초등학교의 모습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원래 부지 자체가 크지 않다보니 신규 건물을 세우기도 힘들 것 같긴 하다. 5학년 때였던가 4:2로 졌던 그 야구 반 대항전에서 우리반 선발투수가 수도 없이 맞혔던 농구 골대도 그대로 있었다.

주공 1단지 관리사무소 앞 풀밭에서는 경비 아저씨들이 모여서 한참 풀뽑기를 하고 있었다. 예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가끔 놀 장소가 없으면 찾던 조그만 놀이터도 그대로였다. 여러명이 놀기엔 좁았지만, 한쪽 편에 커다란 철조망이 있어서 야구를 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주공 1단지가 끝나는 지점에 도착할 무렵, 친구가 던진 공을 제대로 맞받아쳐서 맞은편 아파트 2층(아니면 3층) 유리창을 깼던 그곳도 볼 수 있었다.

주공 2단지 당현 초등학교. 상천 초등학교가 건립되기 전에 약 1년 정도 이곳에 다녔다. 이곳의 문방구 두 곳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주인도 바뀌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문방구도 있겠다 자전거를 멈추고 볼펜 하나를 샀다. 젖소 무늬의 알록달록한 볼펜이었다. 문방구 앞에 서서 방금 지나쳐 온 것에 대한 기억을 메모했다.

메모를 마치고 당현 초등학교를 가로질러 갔다. 학교를 둘러싼 담이 없어졌고, 그 자리에 수목이 들어서 있었다. 넓게 트인 시야에 학교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기억보다 좁아 보이는 운동장을 이상하게 바라보다가, 정보 체육관 건물이 들어섰음을 깨달았다.

6학년 때 축구 시합을 했다가 당현초등학교에 완패했던 그 자리에 아이 두명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방학이라 그런지 주위는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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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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