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아이

중학생 정도의 아이가 책읽기를 즐기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구글링을 열심히 해보면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가 오간다. 가족들이 솔선수범해서 책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야 한다. 부모가 아닌 아이가 원하는 책을 고르게 해라.

이야기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런데 막상 막내동생이 책을 읽게 만들려니 쉬운 일이 아니다. 집에 가면 얼마나 책을 읽었나 물어보게 된다. 되도록 신경질 안 내게끔 슬쩍 물어보려고는 하지만 그 정도도 눈치 못채는 사람이 있을리 없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거다.

이런저런 시도를 계속해 왔지만, 노력에 비하면 성과는 별볼 일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재미’를 신뢰하는 내 태도도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가끔은 동생을 붙잡고 설득 또는 설교도 하긴 하지만, 대체로 책을 읽으면 이런이런 장점이 있고, 저런저런 책이 좋다라는 정도일 뿐이었다.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방임주의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얼마 전에는 동생이 기말성적을 들고 왔다. 전교등수는 약간 올라갔지만, 성적 자체는 공부한 시간을 생각했을 때 솔직히 기대에 못 미쳤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 처음에는 조금 화도 났지만, 이내 생각을 바꿔먹었다. 등수가 올랐으니 내년에는 더 잘하게 될거라는 말만 하고 넘어갔다.

다음날은 마침 주말이기도 해서 동생을 데리고 근처 서점에 갔다. 방임주의적 태도를 버릴 때가 된 것 같았다. 책을 잘 읽는 아이가 아니라서, 우선 내가 보기에 괜찮은 책을 골랐다.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만화책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을 좋아하는 동생 취향에 맞게 추리소설을 골랐다. 동생은 내 예상과는 달리 ‘만화책’이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역사 이야기가 흥미를 끌지 못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고른 추리소설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라 내심 걱정됐다. 그러던 중에 세자매 탐정단 : 유치하고 무서운 연애살인사건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유치한 제목에다, 탐정만화처럼 여자의 그림자를 표지로 삼은 것 모두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표지에 쓰여 있는 작가의 수상경력을 봐서는 생각만큼 엉터리 소설은 아닌 것 같고, 만화책 같은 표지가 아이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 예상대로 동생의 점수를 딴 탐정소설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에 책을 샀는데 약 닷세만에 모두 읽었다. 예전에 사준 해리포터조차 읽지 않고 내버려 뒀었던 것을 생각하면 꽤나 발전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하루 게임시간을 세시간으로 못박고, 책을 읽으라는 은근한 압박을 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이제 세자매 탐정단의 나머지 두권을 주문해야겠다.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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