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 둘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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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February 8, 2020

협재 해수욕장을 떠나다

일어나니 10시. 준비하고 길을 나서니 11시였다.

제주도 여행 (20080819-111650)

전날의 흐린 날씨를 만회라도 하듯 날이 활짝 개어서 에어콘 바람이 시원한 펜션을 나서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점심 먹을 시간이 다가오는데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었다. 그나마 나는 몸 상태가 괜찮은 편이었지만 다현씨는 근육통이 약간 있는데다가 햇볕 알레르기를 방지하려 버프와 장갑까지 뒤집어 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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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엔 해가 지고 난 후라 협재 해수욕장의 풍경을 보지 못했다가 떠나는 길에 그 모습을 보았다. 아주 큰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단연코 제주도에서 물 빛깔이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라 하겠다. 여기서 반나절 정도 놀다갔어도 좋았을뻔 했다. 하지만 그때는 힘들었던 어제를 떠올리며 오늘도 힘내지 않으면 안되겠단 생각뿐이었다.

 

생각하는 정원으로

원래 일정으론 해안도로를 따라 차귀도, 송악산 방면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일정을 못 맞출까 조급했고, 어차피 늦잠을 자서 마라도 가는 배를 타기엔 이미 늦었다. 차귀도나 마라도를 갈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해안도로를 따라갈 필요가 없고, 그래서 금능사거리에서 빠져 1136번 도로를 타고 중문관광단지까지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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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능사거리-청소년수련원-월림사거리까진 줄곧 오르막길이었다. 물론 월림사거리에서 제주현대미술관, 생각하는 정원으로 이어지는 길도 오르막길이었지만 그래도 평평한 구간도 있어서 한결 수월했다. 날이 더워서 자주 쉬어가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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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정원은 예전엔 제주분재예술원이라 불렸다. 다현씨는 5년 전에 이곳에 왔었다는데 그땐 정말 별볼일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10년의 절반인 5년의 세월을 무시할 순 없었다. 깜짝 놀랄만큼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선 사실 계획이란 게 없었다. 그냥 되는대로 움직였는데 그 결과가 꽤 괜찮았다. 운이 좋았달까. 생각하는 정원도 마찬가지여서 너무 덥고 힘들고 배고플 때 마침 생각하는 정원을 지나게 됐을 뿐이다. 다현씨의 5년전 경험도 있고 해서 처음엔 약간 망설였지만 안에 식당이 있다는 글을 읽고 더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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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 슬러시를 사 들고 갔다. 제주도 여행 중에 슬러시만 서너번 마셨는데 생각하는 정원만큼 양이 많은 곳은 없었다. 생각하는 정원을 떠날 무렵에 슬러시를 공짜로 좀더 주겠다는 호의까지 보여주었는데, 식당에서 배불리 먹고 나온 직후라 사양했다. 이렇게 후한 인심은 매표소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정원 곳곳에서 보였는데, 식당에선 안 그래도 싼 가격을 더 깎아주었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자전거 여행을 한다니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보통의 관광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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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란 게 우리 같은 컴퓨터 게임 세대에겐 따분해보일지 모르지만, 생각하는 정원을 가보면 생각이 바뀐다. 생각하는 정원을 다녀간 유명인사들의 글귀를 읽지 않더라도 이곳 자체의 아름다움이 뿜어내는 기운과 여유로움이 압도적이다. 분재한 나무로 만든 그늘진 휴식공간과 물이 흐르는 정원이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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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생각하는 정원엔 특별한 나무를 볼 수 있는데, 바로 위의 사진에 찍힌 나무다. 수백마리의 매미가 한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다현씨 표현으론 징그러울 정도인데, 이 압도적인 숫자의 매미가 내뱉는 매미 소리가 한여름의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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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0원이면 생각하는 정원의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곳의 호의를 입어 그보다도 싼 가격에 음식을 즐겼다. 이날의 메뉴는 제주도 흑돼지 고기와 카레, 잡채, 샐러드, 식혜 등이었다. 부페식이라 마음껏 가져다 먹으면 되는데 모든 음식이 다 수준급이었고 특히 흑돼지와 식혜가 어지간한 식당은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남은 사흘간의 제주도 여행 일정에서 이곳만한 가격에 이처럼 맛있는 음식을 거의 무제한적으로 먹을 수 있었던 곳은 없었다.

생각하는 정원은 계속해서 확장하는 듯 하다. 공사 중이라 못 들어가는 곳이 두 군데 있었는데, 내년 이후엔 더욱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생각하는 정원에서 중문관광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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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든든히 먹었으니 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약 세시간 정도를 달리기만 했다. 설록차 박물관 오설록, 소인국 테마파크,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을 거쳐 중문관광단지에 도착했다. 이때가 오후 5시 무렵이었는데 생각보다 먼 길을 와서 잠시 테디베어 박물관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테디베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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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테디베어 박물관은 별게 없었다. 곰돌이 좀 찍고 밖의 정원에서 다현씨의 괴상한 모습을 기록에 남긴 후, 롯데리아에서 빙수를 먹었을 뿐이다.

 

중문을 떠나 서귀포 시청(1청사)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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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지도를 보면 번화한 곳이 세군데 눈에 띈다. 공항과 항구가 있는 용두암쪽과 중문관광단지, 그리고 성산이 그 곳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중문관광단지는 자전거 여행자에겐 정말 별볼일 없는 곳이다. 테디베어 박물관, 중문골프클럽, 중문해수욕장, 퍼시픽랜드/요트투어 등이 모두 지역사회와 괴리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에 위치한 콘도에서 머물거나 중문동에서 머무는 대신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않으면 뭐 하나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결국 중문관광단지를 떠나 계속 달렸다. 여미지 식물원은 문닫을 시간이어서 그냥 지나쳤고 천제연폭포는 미처 생각하질 못했다. 나중에 알고 좀 아쉽긴 했지만 이미 하루가 지난 뒤였다.

서귀포시청(1청사) 근처에서 9시쯤 자리를 잡고 햄버거로 끼니를 떼운 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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