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 첫째날

사전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으면 2008년-제주도-자전거-여행을 참고하면 된다.

제주도에서 목포까지

제주도 여행 (20080818-050508)

8월 18일 아침 4시.

용산역을 향했다. 전날 서울시 교통정보를 확인해보고 가장 빨리 운행되는 버스가 4시 정각 내지는 4시 20분쯤 노원역을 출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목포로 향하는 KTX의 출발 시간은 오전 5시 20분. 노원역 부근에서 용산역까지 버스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70분 ~ 80분 사이여서 큰일이었다. 물론 새벽엔 교통혼잡이 없으니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지만 확신하진 못하는 상태였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태워다주신다기에 저녁 막차로 용산역에 가서 밤새려는 계획은 접었다.

부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용산역에 도착하니 다현씨는 와 있었다. 얼른 기차표를 끊은 다음 20분 정도 느긋하게 기다렸다. 기차에 탑승해서 무슨 일을 했는지 통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도 부족한 잠을 메꿨나보다.

바다 위에서

제주도 여행 (20080818-092307)

목포역에 도착했을 땐 예정대로 8시 40분 무렵이었고, 슬며시 내리던 비는 그치고 먹구름 낀 하늘만 남아 있었다. 목포역에선 선박회사가 제공하는 차를 타고 항구로 향했다. 제주도로 떠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맘 편하게 앞서 가는 사람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배에 탑승한 상태였다.

배는 꽤나 커서 바다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갑판만 3층이었다. 남해안 근방엔 섬이 많아서 한두 시간 정도는 지루하지 않은 풍경이 계속 됐다. 네댓 가구가 보이는 섬, 등대가 있는 섬, 기이한 바위가 눈에 띄는 섬. 처음 보는 장면이라 한참을 구경하다가 배 안으로 들어왔다.

섬이 밀집한 지역을 벗어나 텅빈 바다 한가운데 들어서자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안 좋아서 그 커다란 배도 은근히 흔들리는 정도가 심해졌다. 결국 배멀미가 날 것 같아 잠시 잠을 청하고 일어났다. 이미 3등실에 누운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었고, 식당이 자리한 휴게실 의자에서 잠을 잤다.

용두암에서

제주도 여행 (20080818-135719)

제주도에 도착하니 하얀 등대가 인상적이었다. 배에 내리자마자 자전거샵에서 마중나온 차를 타고 용두암으로 향했다. 같은 배를 타고 온 손님이 많아 우리 차례를 기다리는 대신 우선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이때 이미 오후 3시였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이 늦은 식사였다.

제주도 여행 (20080818-145710)

자전거샵에서 일러준 가게로 가 한치물회를 시켰다. "활"자가 앞에 붙으면 싱싱하다길래 활한치물회를 만원씩 주고 시켰는데 솔직히 둘다 조금 후회했다. 다현씨 가라사대, "맥도날드 갈 걸 그랬네~". 맛이 없진 않았어도 역시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운 맛이었다. 약 5일 간의 여정 중 이때 한 식사가 가장 별로였다.

제주도 여행 (20080818-160737)

용두암에서 곽지 해수욕장까지

자전거샵에 돌아가 자전거 정비를 마치고 짐을 얹고 지도와 생수 등을 넘겨받은 다음 여행을 시작했다. 원대한 계획을 세웠으되 세부 일정까지 면밀히 검토한 것은 아니라서 짐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니 아무래도 우리가 가장 짐이 많았고, 결국 우산과 취사도구는 가게에 놔두고 출발했다. 도중에 잠시 비가 와서 우의까지 뒤집어 썼지만 결국 비는 내리지 않았다. 실은 마지막날 비가 내려 한라산 정상을 못 가본 것만 빼면 대체로 날씨 운은 있었다.

 제주 자전거 하이킹

첫날 목표는 용두암을 출발해 협재해수욕장까지 가는 것이었다. 오후 3시 30분에 출발하니 딱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제주도 여행 (20080818-170712)

다현씨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계속 뒤쳐졌는데, 나로서도 쉴틈이 많아져 그리 나쁘진 않았다. 해안도로란 것이 간이 지도로 보면 평평해 보이지만 실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된다. 안 그래도 잠을 못자고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인데 이런 길을 계속 가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곽지 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무렵엔 벌써 저녁 8시쯤이었는데, 협재 해수욕장까진 무려 10km가 남은 시점이었다. 용두암에서 관재 해수욕장까지 기껏해야 20km를 조금 넘기는 정도여서 완전 좌절이었다. 곽지 해수욕장에서 밤을 보낼까 싶었지만 아주 조그만 해수욕장이라 마땅한 숙소를 찾기도 힘들어서 더 나아가보기로 했다.

추천 맛집 – 큰여

일반음식점 큰여

일단 배가 고팠기에 근처 식당에 들어갔는데, 이때가 8시 30분쯤이었다. 우리가 들어간 음식점은 큰여라는 곳이었는데 협재 해수욕장까지 가는 길에 식당이 있을지, 그리고 그 식당이 문을 열었을지 의문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선택했음이 증명됐다. 처음엔 고등어구이를 시켰는데, 아주머니가 고등어 머리를 땅에 떨어뜨렸다며 다른 음식으로 주문해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피곤해서 좀더 쉬어갈 참이었으니 별로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고, 이번엔 고등어찜을 시켰다. 배가 고파서였을까? 찜은 정말 맛있었다. 고등어를 그리 즐겨먹는 편은 아닌데 꽤 먹음직스러웠고 양도 많았다. 한참 찜을 먹는데 아주머니가 아까 망쳤다던 구이까지 해서 내왔다. 덕분에 2인분 가격으로 4인분 어치를 먹었는데, 배가 아무리 고팠어도 많은 양이라 조금 남기고 말았다.

이때부터였다. 이후론 음식 운이 터져서 롯데리아나 맥도날드에서 끼니를 때우는 경우를 제외하면 맛집만 걸렸다. 별로 찾아나선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곽지 해수욕장에서 협재 해수욕장까지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이젠 달리는 일만 남았다. 이날 일정의 1/3에 해당하는 거리여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던 이전 구간과는 달리 평지만 이어졌다. 한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니 어느새 협재 해수욕장이었다.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자전거샵에서 마중을 나와줘서 민박을 잡았다. 하지만 누울 자리가 없었다. 이날따라 자전거 여행을 온 사람이 많았는데 우리는 너무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다. 잘 자리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지친 몸이 쉬기엔 불편한 자리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민박을 나와 다른 숙소를 찾았다. 다행히 30미터쯤 더 나아가니 펜션형 민박이 있었다. 처음엔 불 켜진 방이 없어 걱정했지만, 깨끗하고 각종 부대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었다. 첫날은 이곳에서 편히 자며 여독을 풀었다.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Close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