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관리자가 싫어요~~~

‘피플 웨어 (Peopleware)’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시설 관리자가 회사에 한명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지 않으십니까? 알고 싶지 않으시다고요?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저 혼자 떠들면 되니까요.

오전 9시쯤에 전체회의가 소집된다는 공지를 받았습니다. 수요일에 정기적으로 전체회의를 하니까, 오늘의 회의는 예정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요즘 이쪽 업계에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는 터라 뭔가 중대발표가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결제 관련 모듈의 버그를 잡느라 아침 8시(저희는 다른 회사보다 일찍 출근합니다.)부터 디버그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아쉽지만 작업을 중지하고 회의실로 갔습니다.

그런데 경영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습니다. 앞서 말한 시설 관리자(앞으로는 ‘빅 브라더’라고 부르겠습니다.)가 일어서는 것이었습니다. 빅 브라더는 무려 30분 동안 사원의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설교를 했습니다. 두 사람의 잦은 지각, 가끔 가다 보이는 지저분한 책상 등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댔습니다. 사실 떠드는 정도를 넘어서서,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어떻게든 퇴사시키겠다는 협박으로 들리는 정도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또 시작이다’라는 표정이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제안이 아닌, 사원들의 태도를 비난할 뿐인 그의 행동에 사람들은 진력이 나 있었습니다.

진짜 가관이었던 것은 이 회의의 목적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그의 발언이었습니다. 회의에 참가한 사람만 40명이 넘습니다. 이들이 30분간 설교를 들었고, 이전에 하던 작업 수준으로 복귀하기 위해선 최소한 5분씩은 더 필요할 것입니다. 결국 이들이 잃어버린 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35분 * 40 = 1400분 = (1400/60)시간 = 약 23시간

한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피력하는라 23시간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성을 논하다니 우습지 않습니까?

도대체 경영진은 무슨 생각으로 ‘빅 브라더’가 회사를 휘젓게 놔두는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영진 또는 경영진의 일부가 ‘빅 브라더’와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빅 브라더’가 위계상 자신보다 높은 사람들까지 모아놓고 설교하는데 아무런 저항이 없습니다.

정말 사원의 자질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빅 브라더’들은 사원을 통제해야 하고,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멍청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떠한 객관적인 자료나 지표는 내놓지 않으면서, 단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모든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다른 직원을 고문합니다.

최 재훈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고성능 서버 엔진, 데이터베이스, 지속적인 통합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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