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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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December 8, 2010

울상이다.

즐거워야 할 월급날, 절로 튀어나오는 노래 소리를 꾹꾹 눌러대며 월급 명세표를 열었다. 그리고 표정을 구겼다. 빌어먹을 세금에다가 국민연금까지 아주 거덜을 내는구만. 가슴 속 깊이 원색적 표현이 언젠가 본 플래시 동영상처럼 튀어나왔다 사라졌다. 사람이 바보도 아니고 정부가 약속한 몇 푼 안 되는 지원금을 믿고 아이를 쑥쑥 나을 리도 없고, 허구한날 단일 민족이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나라면 아니꼬워서라도 절대 안 볼 엉터리 귀화 시험을 만들어서 이민 오는 걸 방해하고 있는 데다가, 업무 효율성으론 명성이 자자한 정부 조직은 개편도 안 하면서 날강도처럼 세금만 올린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돈을 거둬들이니 이보다 좋은 장사가 어디 있나? 양심에 조금만 털이 더 났어도 연봉 많고 안전하기로 유명한 몇몇 공기업이나 정부 감독 하에 있는 기업에 들어갔을 텐데 말이다. 지금 상황으론 향후 10년은 몰라도 30년을 더 한국에서 살아도 될지 고민 안 할 수 없다. 게임이 대성공을 거둬서 분홍빛 미래가 펼쳐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면 돌고래가 다가와서 즐거운 한때를 지낼 수 있다는 호주에나 이민 갈까? 말이 나왔으니 하는 소리지만, 전산학 전공인데다, 실무 경력도 몇 년치가 쌓였고, 아직 나이는 30이 안 됐으며, 영어도 현지인보단 못해도 일할 만큼은 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말해 이민 점수는 가뿐하게 넘는다.

미국도 좋다. 친구에게 들으니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훨씬 남는 장사라더라. 의료 보장 제도가 개판이라 병 나면 장담 못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영국도 좋다. 유럽 국가는 휴가가 길어서 좋다. 보통 두 달 정도가 나오는데 한 달은 한국 와서 지내고, 나머지 한 달은 수시로 쓰면 된다. 프랑스가 좋다는 사람이 많지만, 불어까지 배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니 첫 번째 정착지로는 안 맞는 것 같다.

재외국민이 되는 방법은 구미에 당긴다. 하지만 동반자도 없이 밖에서 홀로 생활하는 게 만만한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5년 동안 대전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보니 당장은 엄두가 안 난다. 미래의 동반자가 해외 생활을 좋아할지도 미지수다. 아, 고민은 계속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사회 개혁은 어떨까? 조숙했던 중학생 때부터 빌어먹을 정부, 썩을 국회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요즘은 희망이 보인다. 산업기술보호법 같은 훌륭한 법을 제정해서 50조에 이르는 손실액을 막았으니 한국 경제는 앞으로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런 법이 더더욱 많이 발의되고 법으로 제정되길 바란다. 고상한 사회 지도층 인사와 비교하면 비록 못난 사람이지만, 내 나름대로 복안이 있으니 들어주길 바란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에는 이런 내용도 들어가야 한다. 첨단 기술 분야를 전공한 학생은 유학을 못 가게 해야 한다. 과거에는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남의 나라가 보유한 기술을 훔쳐온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반도체 메모리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분야를 연구하러 해외로 나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물론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유학을 마치고 바로 한국으로 복귀한다는 각서를 쓰고 보증인을 세운 다음 정보통신부 장관의 허락을 맡으면, 유학을 막을 이유가 없다.

해외 유학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그 반대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최근 들어 인도인이나 러시아인 등이 한국에 와서 기술을 배워가고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이니 반드시 대처해야 한다. 과거에 우리가 그랬듯, 저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기술을 전수해 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해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새로운 산업기술보호법에는 외국인이 첨단 기술 분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지책을 강구해 넣어야 한다.

자, 이 정도면 50조가 아니라 100조 정도는 충분히 벌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을 만들어 첨단 기술을 보호했지만, 선진국 경제에서 정말 중요한 분야는 따로 있다. 바로 금융 산업이다. 자본주의는 돈 놓고 돈 불리기가 아니던가? 미국, 영국, 홍콩, 일본 등을 보면 금융 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금융 산업 보호를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외환 위기를 생각해봐라. 공적 자금만 해도 수백 조가 들어갔으니 첨단 기술 유출액 정도는 우습다. 이토록 중요한 산업을 이렇게 보호도 안 하고 방치해 놓다니 생각이 짧다.

우리는 빠른 시일 내에 금융산업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 법률 안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우선 한국계 금융 회사 직원이 외국계 회사로 전직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요즘은 첨단 기술 못지 않게 금융 분야에도 기밀 정보가 많다. 투자 전략 같은 건 특히 중요한 정보이므로 3년 간 전직을 금지시켜야 한다. 기술직의 경우 보통 1년 정도만 전직이 금지되지만 수천 내지 수조 원을 다루는 펀드 매니저 등이라면 이보다 엄격한 규정을 적용시켜야 한다.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경우, 재판을 2, 3년 끌면서 문제가 된 연구원이나 기술자의 지식이나 노하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합법적인 조치가 이뤄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금융 분야에는 이런 노력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물론 금융 분야의 특성상 2, 3년 재판을 끈다고 해도 문제의 금융인을 망가뜨리기 쉽지 않다. 안타깝게도 금융 분야에선 노하우가 그리 쉽사리 사라지진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보다 강력한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 아무런 악의 없이 어떤 지식이나 노하우도 빼돌리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지식이나 노하우 이전된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3년이 아닌 7년까지 감옥에 가둘 수 있게 해야 한다.

국가의 안전보장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려면 이 정도로 충분한지 확신이 안 선다. 하지만 이만큼만 해도 200조 이상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안전한 노후 생활과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기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개혁을 이뤄내면 이민 안 가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선거법 때문에 산업기술보호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진정한 애국자들의 이름을 적지 못했다. 비록 명단은 밝히지 못했지만 이들에게 뜨거운 눈물이 담긴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당신들은 진정한 한국인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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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아
세시아
16 years ago

^^; 1년동안 살아본 경험으로는, 언어만 어느정도 되신다면, 외로움은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한국보다 – 게다가 대전보다! – 이성 사귀기 힘든 곳은 없어요. 거기다 능력 인정받아 이민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인기 많을 겁니다. ^^

(아, 물론 지금 파트너가 있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좀 다르지만…)

kabbala
16 years ago

회사 다니시더니 씨니컬해지신거 같아요; 덜덜;;

최재훈
16 years ago

RE 세시아: 요즘은 프로젝트에 집중하느라 회화 연습할 시간이 없네요. 읽고 쓰는거야 항상 하는 일이니 괜찮은데, 말은 안 하면 금세 엉망이 되어 버려서 말이죠.

사실을 말하자면, 이민 준비는 꾸준히 할 겁니다. 한국에 미련이 남았으니 몇년 더 살아볼 계획입니다만, 계속 이런 식이면 미련도 떨어지겠죠. 한 5년쯤 걸리지 않을까요?

RE kabbala: 아, 오해예요. 회사 생활은 즐겁습니다.

원래 냉소적이기로 유명한데, 블로그 상에선 제 마이너스 에너지를 전파 안했을 뿐이죠.

kabbala
16 years ago

아.. 그럼 학교를 떠나셔서 더 자유로와지신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근데 gravatar가 80×80으로 출력이 안되네요?)

최재훈
16 years ago

확인해보니 Gravatar를 62×62로 출력하네요. 이 테마를 디자인한 사람이 처음부터 이렇게 만들었고, 제가 실수한 건 아닙니다. 

학교 다닐 때도 가끔 냉소적인 글을 썼었는데, 그 중 일부는 차마 웹에 올리지 못하고 종이 쪽지로만 간직해놨습니다. 평소엔 꾹 참고 있다가, 폭발시키는 성격이라 가끔 이럽니다. 

seongsu
16 years ago

세시아님: 저는 지나가는 손님입니다만… 외국이 한국보다 이성 사귀기 쉽나요? 혹시… 어디이신지요…

최재훈
16 years ago

아, 댓글에 블로그를 등록 안 하셨네요. 이런…

사실 저도 이성 사귀기가 쉽다는 말은 좀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