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팀의 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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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 last modified:July 5, 2006

영업팀 사원들과 함께 세금계산서를 봉투에 넣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k씨가 말했다. 기술팀이 흔들리니까, 영업도 할 수가 없어요. 도대체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니까요. 그러자 l양이 대꾸했다. 왜요, 웹팀은 잘 하고 있잖아요.

그렇다. 기술본부를 떠받치고 있던 l차장의 퇴사 후 기술팀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웹팀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겸 네트워크 관리자마저 떠나버린 기술팀에 비해 웹팀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1년째 인력 이동조차 없다.

솔직히 말해 xx이사는 기술본부장으로서 적임자가 아니다. l차장은 구체적인 실무 사항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았다. 자신도 개발자였던만큼 시시콜콜 간섭해서 좋을게 없다는 점을 이해했다.

그에 비해 l이사는 업무파악을 위해서랍시고 회의를 열어서 결정사항만 전달할 뿐이다. 그의 복귀 후 몇주 동안 동료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기술팀은 본부장 이래 두 관리자 l과장과 z차장 쌍두지휘로 버텨왔다. l과장의 업무처리 방식 등에 의의 제기가 많긴 했지만, 최소한 성실하고 의리(?)는 있다는 평이었다. 그런 l과장이 퇴사한 후에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를 담당할 사람이 없게 됐다. 업무인수인계 등은 신경도 쓰지 않고 4년 이상 업무를 장악해 온 사람을 2주 만에 내보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어쩔 수 없이 z차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자신의 자리는 j주임에게 넘겼다. 어플리케이션 개발자가 하루 아침 사이에 데이터베이스 관리자가 된 데다가, 하루에도 두세 업체를 방문해야 하는 실무자가 지휘를 하게 됐으니, 팀이 와해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 두 사람은 말이 관리자일 뿐, 관리자 회의에 참석도 안 하는 형편이다. 즉 실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한 사람은 참석하라는 요구를 거절했다. 또 한 사람은 사정이 복잡한데, 그 자신도 관심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웹팀은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책임자가 몇 차례 바뀐 것도 이제는 오래 전 일이다. 더욱이 실무는 y과장과 c양이 주도해 왔기 때문에 큰 부침을 겪지 않았다. 그러다가 y과장이 관리자 회의에 참석하는 실세가 됐으니 기술팀과는 사정이 다르다.

사실 y과장은 산업기능요원이었다. 2001년에 회사가 병특을 험하게 다루다 된통 당했기 때문에, 2002년에 입사한 산업기능요원은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았다. y과장이 그 중 한명이다. 그런 까닭에 회사와 큰 마찰이 없었다. 더불어 그 자신도 온화한 인품을 갖고 있어서 팀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렇게 같은 기술본부 내의 두 팀을 비교해 보니 한가지는 명확해졌다. 조직이 잘 운영되기를 바란다면 이것만 명심하자. 실무경험이 풍부한 적절한 인물에게 걸맞은 자리를 주고, 그가 떠나지 않도록 제대로 대우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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